시골집에서 창고 문이 닫히는 소리 후에 발자국이 멀어졌어
시골집에서 창고 문이 닫히는 소리 후에 발자국이 멀어졌어. 그날도 평소처럼 저녁 무렵, 마당 쪽 바람이 나무잎을 긁는 소리만 들렸고, 나는 거실 창문 닦겠다고 창고 쪽으로 잠깐 나갔다. 그런데 들어가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했어. 가만히 서 있는데도, 창고 안쪽에서 딱— 하고 문이 스스로 닫히는 소리가 났거든.
난 그냥 누가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누구 있어?” 하고 소리쳤는데, 대답은 없었어. 대신 문이 닫힌 방향에서 아주 또렷한 발소리가 들렸어. 처음엔 창고 바로 앞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가, 금방 마당 쪽으로 옮겨가는 느낌이었어. 문제는 그 발자국이 “사람이 걷는” 리듬이 아니라, 마치 누가 신발 밑창을 끌듯이 일정하게 끌고 가는 소리였다는 거야.
나는 등골이 서늘해져서 창고 문을 열어보려고 손잡이를 잡았는데, 이상하게도 손잡이가 차갑지 않았고, 오히려 손바닥에 붙어 있는 것처럼 감각이 묘했어. 문은 잠겨 있지 않았는데 열리질 않았어. 분명 닫힌 건데 잠금은 아니었던 거지. 그래서 더 억지로 당겼더니, 그제서야 문이 “살짝만” 열리더니 다시 닫혀버렸어. 닫히는 소리가 방금 전이랑 똑같이 딱— 하고 울렸고.
그 와중에 발자국은 더 멀어졌어. 내가 창고 쪽에 멈춰 서 있는 동안에도 소리는 점점 멀어져서, 결국 마당 끝 대문 쪽에서 끊기듯 사라졌거든. 대문이 흔들리거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는 없었는데, 소리만 툭 끊긴 느낌이라 더 불안했어. 나는 그때야 뒤늦게 집 안을 둘러봤는데, 어머니는 부엌에서 설거지 소리만 내고 있었고, 동생은 방에서 게임 소리가 났어.
“엄마, 창고 문… 방금 닫혔어?” 하고 물어봤는데, 어머니는 “그거 너 아까 닫고 들어간 거 아니냐” 하시더라. 근데 나는 분명히 창고 문을 그냥 열어둔 채로 걸어 나왔어. 게다가 창고 문은 오래돼서 ‘툭’ 닫힐 때랑 ‘딱’ 하고 닫힐 때 소리가 달라. 방금 소리는 틀림없이 ‘딱’이었고, 그건 내가 어릴 때 창고 정리하다가 손이 빠져서 문이 쾅 닫힐 때 나는 소리였어.
나는 집 안에서 더 캐묻지 못하고, 대충 얼굴만 씻고 창고 쪽으로 다시 나갔어. 바깥 공기는 차가운데, 이상하게도 창고 문 주변만 온도가 달랐거든. 손끝으로 문틀을 만지면 살짝 축축한 감촉이 났고, 마치 오래된 물기 같은 게 스며 있는 느낌이었어. 창고 안은 평소엔 먼지 냄새가 나는데, 그날은 곰팡이 냄새와 섞여서 금속 냄새 같은 게 났어. ‘누가 안에 서 있었나?’ 싶었는데 눈으로는 아무것도 안 보였어.
창고 안을 비추려고 휴대폰 불빛을 비췄을 때, 구석에 쌓아둔 농기구 손잡이가 아주 조금 기울어져 있더라. 내가 그날 오후에 정리하면서 손잡이를 가지런히 세워뒀거든. 그 정도로만 옮겨진 건, 사람이 한 번 스치고 지나간 흔적 같았어. 그리고 바닥 쪽에 발자국이 살짝 남아 있었는데, 거기엔 흙이 묻은 형태가 아니라, 마치 물기만 찍힌 것처럼 희미한 자국이 보였어. 자세히 보니 창고 안에서 문 쪽으로, 그리고 마당 바닥으로 이어지다가 딱 끊기는 구간이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흔적이 없었어.
그때부터 내가 이상하게 확신을 하게 됐어. 누가 지나간 게 아니라, 뭔가가 “문이 닫히는 소리”를 신호로 삼아서 움직였다는 느낌. 창고 문이 닫히면 발자국 소리가 따라오고, 발자국이 멀어지면 다시 조용해지는 패턴처럼. 그날 밤, 어머니는 잠깐 전기 끄고 난 뒤에도 자꾸 창고 이야기를 꺼냈어. “예전에도 그런 적 있어. 문 닫히면 뭔가가 다녀간다더라.” 그런데 어머니가 본 건 아니라고, 누가 말해준 걸 기억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더 찜찜했지.
다음 날 아침에 아버지가 오셔서 대문 앞을 잠깐 살피고는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거겠지” 하고 넘겼는데, 나는 그 말을 믿기 어려웠어. 창고 문은 분명 어제 밤에 딱 닫혔고, 발자국은 대문 밖에서 끊겼어. 그런데 대문 아래쪽엔 흙이 묻을 만한 흔적이 없었어. 마치 누군가 대문을 넘어가는 대신, 소리만 대문 쪽까지 갔다가 사라진 것처럼. 그 이후로도 한동안 창고 문이 밤중에 아주 미세하게 ‘딸깍’ 소리를 내곤 했는데, 그 소리가 나면 꼭 그날은 내가 잠을 설쳤어.
지금도 가끔 마당에서 바람이 불어 창고 문이 흔들리면, 나는 본능적으로 귀를 세워. 문제는 그 소리가 “딱”인지 “툭”인지에 따라, 그 다음에 들리는 게 꼭 발자국일 때가 있다는 거야. 딱— 하고 문이 닫히는 순간, 멀어지는 소리는 결국 사라지는데, 이상하게도 내 방 안 공기가 더 조용해져. 그리고 그 조용함이, 누가 내 뒤쪽에서 숨을 고르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직도 창고 쪽으로 혼자 걸어갈 때는 손에 힘이 풀리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