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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TV가 꺼져 있는데도 화면이 아주 약하게 켜져 있었어

2026-09-21 04:29: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TV가 꺼져 있는데도 화면이 아주 약하게 켜져 있었어. 정확히는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인데도, 거실 벽 쪽으로 미세하게 빛이 새는 느낌이었거든. 처음엔 당장 수리기사 부를 만큼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빛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각도로, 아주 똑같이 나타나서… 그때부터 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처음 발견한 건 이사 온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어. 밤 열한 시쯤이면 나는 습관처럼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데, 거실에 있는 TV는 완전히 꺼져 있었거든.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서 화면이 까맣게 죽는 걸 확인했는데도, 커튼 사이로 아주 옅은 푸른빛이 새어 나왔어. 사람 눈으로는 ‘조명이 켜진 것도 아닌데’ 하고 넘어갈 만큼 약했지만, 눈이 빛에 익숙해질수록 형태가 보이더라.

화면이 켜진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어떤 장면이 반복해서 깔리는 듯한 잔상 같은 거였어. 뉴스 자막이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웃는 얼굴이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기도 했고. 문제는 내가 TV를 켜지 않았다는 거야. 전원 램프도 꺼져 있고, 스피커에서 잡음도 없었어. 그런데도 벽에 비친 빛만 살아 있었지.

그날은 그냥 콘센트 문제나 내부 전원 잔류 같다고 넘겼어. 그래서 혹시 몰라 TV 전원선을 뽑아 봤거든. 뽑고 나서도 한동안은 같은 색의 빛이 벽에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어. 물론 시간이 지나면 꺼져야 정상인데, 놀랍게도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다시 켜졌다는 게 더 무서웠다. 전원을 뽑았는데도 말이야.

나는 밤마다 그 빛을 피해 보려고 커튼을 두껍게 치고, 휴대폰으로 유튜브 소리를 틀어 놓고 잠들려고 했어. 근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면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TV 화면이 실제로 켜졌을 때처럼 ‘소리의 리듬’과 빛의 세기가 맞물리는 것 같았어. 영상 콘텐츠를 볼 때마다 빛이 조금씩 흔들렸고, 자막이 올라갈 타이밍쯤에는 화면이 더 밝아졌다가 다시 가라앉았거든.

며칠 지나니까 패턴이 생겼어. 매일 거의 똑같이 새벽 1시 17분쯤, 화면이 아주 약하게 ‘켜지는 듯한’ 상태가 됐어. 정확히 1시 17분이라는 게 더 소름이었던 게, 알람을 맞춰 놓지 않아도 그 시간엔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고. 눈이 저절로 화면 쪽으로 가서, 벽에 비친 잔상이 뭔지 확인하려 들었어. 그때부터는 내가 무서워서 보기도 싫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보게 됐어.

한 번은 리모컨으로 아예 TV를 켰다가 바로 다시 껐어. 화면이 뜨는 순간, 방 안 공기가 묘하게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TV를 켰을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신호 없음’ 같은 안내만 잠깐 떴어. 그리고 내가 껐는데도, 꺼진 뒤에 남아 있던 빛이 더 선명해졌어. 마치 “봤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날 밤에는 빛이 그냥 영상처럼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화면 앞에 서 있는 윤곽만 희미하게 잡혔어. 얼굴까지는 아니었는데, 고개가 살짝 움직이는 것 같아서 더 못 보겠더라.

그래서 결국 관리실에 얘기했어. “TV가 꺼져 있어도 화면이 약하게 켜져요. 전원 문제 같아요.” 라고 말했더니, 관리실 아주머니는 한 번 웃으면서 “원룸은 다 그런 거 있어요. 오래돼서 그런가 봐요.” 하고 넘기더라. 근데 내가 보기엔 ‘그런 정도’가 아니었어. 며칠 후, TV가 아예 안 켜져도 그 빛은 유지됐거든. 전원선도 뽑아도, 벽에 남는 푸른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어.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확인한 건… 내가 일부러 전원을 끊은 날이었어. 멀티탭을 내려도 방 전체 불이 꺼지고, 냉장고 소리도 멈추는데도 화면 비슷한 빛이 벽에 남아 있었어. 그때는 진짜로 ‘전기’ 문제가 아니라 뭔가 다른 게 방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가장 이상했던 건, 그 빛이 보일 때마다 내 책상 위에 있던 메모지가 아주 조금씩 옆으로 밀려 있었던 거야. 바람도 없는데 말이야.

그날 이후로 나는 TV를 아예 시선에서 벗어나게 다른 방으로 옮기고, 거실 쪽 불빛을 최대한 차단했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끔씩은 눈을 감고 있는데도 벽 쪽에서 아주 옅은 밝기가 느껴졌어. 마치 누군가가 꺼진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껍데기는 꺼져 있는데, 안에 뭔가가 남아 있는 느낌. 원룸에서 자취하다 보면 별일 다 겪는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빛의 시간이 왜 정확히 맞춰졌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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