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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계속 백미러를 보는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어

2026-09-21 16:29:11 조회 1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계속 백미러를 보는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어. 처음엔 그냥 습관인가 보다 했는데, 그날 밤 내내 그 시선이 너무 잦아서 어색할 정도였거든. 비가 막 그치려는 새벽, 나는 뒷좌석에 앉아 목적지만 말하고 가만히 창밖만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백미러가 아니라 ‘사람’을 보는 느낌을 받았어.

기사님은 신호에 맞춰 깔끔하게 운전했는데도 백미러를 자주 확인했어. 보통은 차간 거리만 보는 정도잖아. 근데 그분은 주행 중에도 한 번, 코너 돌기 전에도 한 번, 정체 구간에서는 아예 거울을 오래 들여다봤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뒷좌석 등받이에 더 기대고, 가방 끈을 만지작거렸지.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지금 몇 시예요?” 하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어. 기사님은 “아, 거의 새벽 두 시죠”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는데, 대답하는 손이 아주 잠깐 떨리는 것 같았어. 거울을 본 뒤에야 핸들이 잡히는 타이밍이랄까. 나는 그때도 단순 피로라고 생각했어. 택시는 새벽에 오래 뛰면 몸이 먼저 지치니까.

그런데 목적지로 가는 길이 이상했어. 내가 말한 동네랑 대로는 있는데, 기사님은 자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어. “여기서 돌아가야 빨라요?”라고 물었더니, “네, 공사 중이라서요”라고 했거든. 지도 앱으로 보지도 못하니까 그냥 그런가 했지. 다만 백미러를 보는 빈도가 줄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어. 그분 눈이 아니라 거울 속 뒷좌석이 계속 의식되는 느낌이랄까.

한 번은 신호 대기 중에 기사님이 갑자기 룸미러를 살짝 아래로 내렸어. 차 안이 어두워지자 거울 속이 더 잘 보이더라. 나는 반사로 내 얼굴이 살짝 비치는데, 그 순간 내 뒤 창문 쪽 그림자도 같이 보였어. 물론 그게 누군지 확실하진 않았지만, 누가 ‘타고 있다’기보단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내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기사님이 아주 짧게 한숨을 쉬었고, 바로 속도를 줄였어.

그때 나는 알았어. 기사님이 백미러를 보는 이유가 ‘내 차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니라 우리를 확인하는 거라는 걸. 누가 뒤에서 붙어오는지, 혹은 누가 따라오는지. 사실 그날 내 목적지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조금 외진 편이었거든. 새벽에 혼자 택시 타는 손님이 늘상 있는 동네가 아니어서, 기사님이 더 신경을 쓰는 건 이상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계속 불안하더라. “혹시 뒤에 차가 계속 붙어 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기사님이 말을 줄였어. “아니에요. 길이 헷갈릴 수 있어서요.” 그 말이 너무 빨리 끝났어. 그리고 다음 골목에서 갑자기 차선이 바뀌는 게 느껴졌는데, 깜빡이도 늦게 넣었어. 마치 누군가에게 ‘나 여기서 빠질 거야’라고 신호를 주는 것처럼.

몇 분 뒤, 갑자기 도로가 확 트였고 기사님이 휴대폰을 꺼내 보지 않고 그냥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눌렀어. 통화가 아니라 메시지 알림 확인 같은 동작. 그때 백미러를 본 시간이 길어졌는데, 거울 속에 누가 따라오는 게 보이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우리 차의 움직임을 같이 확인하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앞좌석 등받이를 더 꽉 잡았고, 입술이 마른 걸 느꼈지.

마지막으로 목적지 근처 골목에서 기사님이 차를 세우더니, 내게 현금을 내라고 하지 않고 “카드로요?”라고 묻지도 않았어. 그냥 “여기서 내리세요. 빨리요.”라고만 했어. 말투가 친절하다기보단 급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급함이 화를 낸 게 아니라 ‘지금이 맞다’는 판단 같았어. 나는 문을 열고 내리려다가 손잡이를 멈췄어. 뒤쪽 도로에서 차 한 대가 우리를 따라오려다 속도를 줄이는 소리가 들렸거든.

내가 뒷걸음질로 도로를 빠져나와 편의점 쪽 불빛 아래로 가는 동안, 기사님은 창문을 반쯤만 열어둔 채로 가만히 있었어. 떠나는 차 소리는 금방 멀어졌는데, 그날 밤 내 머릿속엔 백미러의 각도랑 거기서 멈추던 시선이 자꾸 남았어. 나중에야 생각했지. 그 백미러는 ‘손님을 편하게 재우려고’ 보는 게 아니라, 위험이 오기 전에 먼저 눈치채려는 창이었던 거구나. 그리고 내가 내린 그 순간, 누군가는 이미 같은 걸 보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지금도 택시 탈 때 백미러를 슥 보면, 괜히 가슴이 먼저 서늘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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