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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자리에 누가 앉아 있었던 체온이 남아 있었어

2026-09-21 20:29:11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자리에 누가 앉아 있었던 체온이 남아 있었어.

그날도 평소처럼 사격장 다녀오고, 저녁 근무 끝나자마자 생활관으로 들어갔어. 문 열리자마자 군데군데 난방기 냄새랑 젖은 전투화 냄새가 섞여서 코를 찔렀고, 우리 반은 늘 그렇듯 조용히 침대 정리하고 다음날 아침 소지검사 대비하느라 바빴지. 나는 내 자리부터 바로 털썩 앉았는데, 그 순간 묘하게 등 쪽이 서늘해졌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가웠던 군용 침구가 아닌데, 분명히 한참 지나서 내려앉아야 할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들춰봤어. 침대 위 시트는 그대로였는데 손바닥을 대면 따뜻했어. ‘아, 누가 앉아 있다가 나왔나?’ 싶어서 옆자리 얼굴도 안 보고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문제는 내 자리가 가장 구석이었거든. 창문 옆도 아니고, 출입 동선이 닿는 자리도 아니고, 그냥 내가 맡아서 늘 같은 위치에 짐을 두는 자리였어. 그런데 시트만 유난히 따뜻했어. 마치 누가 방금 일어나서 몸을 치우고 간 것처럼.

생활관은 훈련 다녀오면 보통 누가 먼저 들어와서 몸을 말릴 시간이 없어. 다들 씻고 나면 바로 자기 위치로 들어가니까, 그 따뜻함은 ‘방금 앉은 사람’ 말고는 설명이 잘 안 되더라. 그래도 혹시 누가 내 자리에 잠깐 앉아 있었나 싶어서, 옆에서 정리하던 선임한테 “아까 내 자리 잠깐 누가 앉았어요?”라고 물어봤어. 선임은 “뭔 소리야, 어제부터 네 자리 그대로지” 하고 웃더라. 웃는데도 표정이 딱딱했어. 그때부터 뭔가 기분이 이상해졌지.

나는 확인하려고 다시 손을 올렸어. 이번엔 더 확실하게 느껴졌어. 이불 속에서 아주 천천히 온기가 식는 게 아니라, 이미 식었는데도 ‘남은 것’처럼 남아 있었어. 체온이란 게 원래 금방 퍼지잖아. 근데 그건 딱 그 자리, 딱 시트가 닿는 부분만 따뜻했어. 손을 떼면 몇 초 만에 차가워지는 게 아니라, 열이 빠져나가는 시간도 이상하게 길었어. 마치 열을 ‘가져간’ 게 아니라 ‘붙어있는’ 느낌.

그 다음부터는 사소한 게 다 걸렸어. 생활관이 원래는 소리가 잘 울리는데, 그날은 내 주변만 유난히 조용했거든. 누가 지나가거나 누가 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다른 쪽은 다 들리는데 내 자리 쪽에서만 소리가 덜 들어오는 느낌. 내가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건가 싶어서, 일부러 주변 사람들 대화도 들으면서 정신을 붙잡았는데도, 시트가 따뜻하다는 사실이 자꾸 먼저 튀어나와. 그때부터는 장난처럼 넘기기가 어려웠어.

나는 결국 두 번째로 누군가 앉았는지 확인하려고 바닥 쪽까지 봤어. 자리 옆에 늘 굴러다니던 소지품이 있었는데, 그날은 그 물건이 딱 자리를 향해서 정렬돼 있었어. 누가 정리하고 가는 성격이 아닌데도 말이야. 군대에서 정리란 건 대체로 ‘남이 건드리기 전엔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잖아. 그런데 내 물건 위치가, 내가 들어오기 전에 누군가 딱 내 습관대로 맞춰 놓은 것처럼 보여서 더 소름이 났어.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목 뒤가 서서히 식는 기분이 들더라.

그래서 나는 이불을 걷고 시트를 눌러봤어. 눌리는 감촉은 그냥 평범한 천이었는데, 그 밑에 공기가 미묘하게 따뜻하게 고여 있는 느낌이었어. 손을 대면 따뜻하고, 손을 떼면 차갑고, 다시 대면 또 느껴지고. 마치 온도가 시간을 따라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억’처럼 남아 있는 느낌. 나는 그때야 진짜로 속으로 “누가… 앉아 있었던 거야?”라고 중얼거렸는데, 이상하게 내 목소리가 작게 반사돼서 들렸어. 방 안이 좁아서 내가 말하는 소리가 원래 다 들려야 하는데, 그날은 내 말만 멀어지는 느낌이었거든.

다음 날 아침에 나는 내가 쓰던 자리 옆에 있던 철제 침대 다리 아래를 확인했어. 거기엔 원래 먼지랑 작은 부스러기만 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시트 가장자리가 닿는 쪽에 아주 얇게 눌린 흔적이 남아 있었어. 마치 누군가가 몇 분이라도 체중을 싣고 앉았다가 일어난 것처럼. 다들 군대 생활이 그러하듯 “바람 탔다” “난방 잘돼서 그래” “누가 장난 친 거지” 이런 말은 누구나 쉽게 했지만, 난 그 말들이 맞지 않는 걸 알겠더라. 내 자리만 유난히 따뜻한 건 설명이 너무 부족했어.

결국 난 그날 이후로 내 자리만 보면 자꾸 먼저 확인하게 됐어. 이불을 들추기 전에 손바닥부터 대고, 따뜻하면 억지로 웃고 넘어가고, 차가우면 “그래, 이제 정상이지” 하고 안도하고. 그런데 이상한 건,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야. 가끔은 교대 근무 끝나고 들어올 때마다 내 자리의 시트가 아주 잠깐만 따뜻했어. 그 온도는 오래 가지 않는데도, 분명히 ‘있었던 흔적’처럼 남아 있었지. 나는 아직도 그 체온이 사람의 체온인지, 아니면 군 생활 내내 남는 어떤 버릇 같은 건지 모르겠어. 다만 한 번은 분명히 느꼈어. 누군가가 내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게 떠나면서도 온기만은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는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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