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회사 주차장에선 비가 안 오는데 내 차만 진흙 자국이 생겼어

2026-09-22 00:29: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주차장에선 비가 안 오는데 내 차만 진흙 자국이 생겼어. 정확히 말하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하필이면 출근해서 주차장 게이트를 지나오면 내 앞범퍼 쪽에 길쭉한 진흙 줄이 먼저 나타나. 처음엔 누가 장난 치나 싶어서 웃고 넘어갔는데, 그게 한두 번이 아니고, 자꾸 ‘내 차만’이란 점이 계속 머리를 긁었어.

처음 발견한 건 지난 봄이었어. 오전 9시쯤 지하 주차장에서 위로 올라오는 중이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였지. 다른 차들은 반질반질한데, 내 차 앞쪽 휠 아치에서부터 범퍼 아래까지 갈색 자국이 번져 있었어. 손으로 만져보면 젖은 흙 느낌이었고, 굳지도, 마르지도 않은 상태로 남아 있어서 더 이상했어.

그날은 그냥 경비 아저씨한테 물어봤어. “비 안 오는데 제 차만 왜 이러지?”라고. 아저씨는 한참을 보더니 “비가 아니어도 길가에서 올라오는 물기 있잖아요. 위쪽 공사 때문에요”라고 대충 넘겼어. 근데 공사 구간이랑 내 주차 공간은 멀었고, 결정적으로 자국이 너무 ‘자동차 형태’를 따라가 있었어. 누가 물을 튀긴 흔적이라기엔, 바퀴가 지나간 궤적처럼 선이 일정했거든.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내가 직접 확인하기로 했어. 전날 퇴근하고 나서, 내 차 앞을 기준으로 바닥에 보이는 표식들을 사진으로 찍어뒀지. 다음날 출근해서 다시 찍어보니, 바닥은 그대로인데 내 차만 똑같은 위치에 자국이 생겨 있었어. 더 소름인 건 그 줄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는 거야. 주차 각도나 차가 잠깐 움직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나는 혹시 다른 차가 흙을 끌고 들어오는 건가 해서, 같은 라인에 있는 다른 직원 차도 유심히 봤어. 점심 무렵엔 다들 세차하듯 닦아내거나 비 오면 물기 묻을 법도 한데, 그 사람들 차는 늘 멀쩡했어. 내 차에만, 그것도 출근 첫 시점에만 먼저 생기는 느낌이었지. 마치 내가 주차장에서 잠깐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누군가가 와서 ‘그 자국’을 놓고 가는 것처럼.

그러다 어느 날은 아예 CCTV 각도를 찾아봤어. 내 차가 정면으로 보이는 카메라가 있긴 한데, 주차장 기둥 때문에 밤엔 각이 조금 어긋나는 구간이 있더라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리실에 “내 차만 그런데, 혹시 확인 가능하냐”고 물었지. 돌아온 대답은 더 애매했어. “그 시간대는 기록이 남는 구간이 있고, 이 구간은 가끔 끊겨요. 점검 중이라서요.” 말끝이 흐려졌어.

그날 퇴근하고 나서, 나는 일부러 차에 타서 기다려봤어.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새벽 느낌의 시간, 차를 두고 10분, 20분, 30분…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차장 자체가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더라. 사람 소리, 멀리서 들리던 기계음이 줄어드는 느낌. 그리고 그 조용함이 한 번 꺾이는 타이밍에, 내 앞범퍼 쪽에서 아주 작게 ‘툭’ 하는 소리가 났어. 놀라서 바로 밖을 보는데 아무도 없어. 대신 진흙 자국은 그제야 선명해지듯 번져 있었어. 마치 눈에 안 보이는 물질이 시간이 지나야 표면에 남는 것처럼.

나는 그때부터 ‘진흙’이 진짜 흙인지도 의심했어. 색은 흙색인데, 냄새가 그렇게 흙내음이 아니었고, 닦아내도 바로 사라지지 않고 얇게 남아. 물티슈로 문지르면 번들번들해지다가, 다시 마르면 또 다른 결로 남아버리더라. 무엇보다 그 자국이 항상 차의 특정 높이, 특정 각도로 반복됐어. 누가 일부러 내 앞범퍼의 곡선을 따라 그려놓은 것 같았지.

며칠 뒤, 회사 커뮤니티에서 누가 주차장 관련 글을 올렸더라. “비 안 오는데도 바닥에 물자국 생기는 구간이 있다”는 얘기였는데, 댓글들이 이상하게 단어를 조심했어. 누군가는 “그쪽은 손대면 안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관리실에 말해도 소용없다”는 식으로만 달았어. 나는 댓글을 읽는 동안 내 차 앞의 길쭉한 줄이 자꾸 겹쳐 보였고, 그때 깨달았지. 내가 보고 있는 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가 눈치 채지 못한 동안’ 반복해서 남기는 어떤 신호일 수 있다는 거.

그 이후로 나는 운이 좋아서 자국이 덜 생기는 날도 있었고, 반대로 더 심해지는 날도 있었어. 그런데 이상한 건, 자국이 늘 ‘내가 차를 확인하기 전’에만 생긴다는 거였어. 확인하고 나면 그제야 천천히 번지고, 닦아내도 완전히 지워지진 않아. 오늘도 퇴근하고 들어오는데, 주차장에선 여전히 비가 오지 않아. 그런데도 내 차 앞범퍼 아래쪽에, 또 같은 방향의 줄이 아주 옅게 시작되는 걸 봤거든. 그리고 그 순간 든 생각이 있어. 혹시 이 주차장에선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 차에만 ‘기억’을 적어두는 건 아닐까…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