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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문 닫히기 전에 한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었어

2026-09-22 12:29:11 조회 1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 닫히기 전에 한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었어. 나랑 같이 타려던 건지, 아니면 그냥 습관처럼 그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모든 게 느려지더라. 9층에서 탔고, 나는 버튼 옆에 서 있었고, 그 사람은 늦게 들어오려는 사람처럼 계단 쪽에서 딱 나타났거든.

처음엔 별거 없었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을 때 누가 급하게 손을 넣는 건 흔하잖아. 그런데 그 손이 그냥 “문 닫히지 말아줘” 하는 제스처가 아니었어. 손가락이 문 틈을 가늠하듯 정확히 맞춰져 있고,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 끝마디로 딱 지점부터 찾는 느낌.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어.

문 닫힘 시간이 줄어들면서 ‘틱…’ 하고 소리가 날 것 같았는데, 그 소리가 이상하게 한 박자 늦게 나더라. 그리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 사람이 손을 넣은 게 아니라, 문이 먼저 그 손을 “알아본” 것처럼 멈춘 거야. 문이 반쯤 닫혔다가 다시 아주 미세하게 벌어졌고, 그 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그대로 문 옆에 손을 세운 채로 있었어.

나는 당연히 “닫히기 전에 들어오세요” 같은 말이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목이 안 움직였어.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고, 천장 스피커에서 안내방송 나오는 소리만 가끔 끊기듯 들렸지. 그 사람은 얼굴을 딱 반만 보이게 하고 있었는데, 표정이랄 게 없었어. 웃지도 않고 찡그리지도 않는, 그냥 빈 상태처럼.

“몇 층이세요?” 내가 겨우 말을 꺼냈을 때, 그 사람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더라. 그리고 내가 버튼을 누르려던 손을 봤는지, 내 손가락이 버튼 위로 가기 전에 자기 손끝을 먼저 움직였어. 정말 이상한 게, 그 손은 문틈에서 이미 비켜나 있었는데도 엘리베이터는 계속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어. 마치 시간이 그 사람 쪽에서만 조절되는 느낌.

나는 결국 9층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정상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어. 근데 올라가는 동안에도 그 사람은 계속 문 가까이에 붙어 있었지, 타고 난 뒤 구석으로 비켜나지 않고. 거울처럼 반사되는 패널에 비친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데, 그 사람의 그림자만 이상하게 조금 늦게 따라오는 거야. 내가 움직일 때 그림자도 같이 움직이잖아? 그런데 그건 아니더라.

층이 바뀌는 숫자는 정상적으로 올라가는데, 그 사람의 호흡 소리만 들려. 너무 가까워서 그런가 싶다가도, 자세히 들어보면 내 귀가 아니라 가슴 쪽으로 스미는 느낌이었어. 10층, 11층, 그 다음이 왜인지 기억이 잘 안 나. 숫자가 올라가는 건 분명히 봤는데, 눈으로 읽는 순간마다 글자 모양이 흐려지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거 있잖아. 딱 그런 느낌.

내가 내릴 층이 가까워지자(나는 12층이었거든), 그 사람은 딱 한 번 손을 바닥 쪽으로 내리더니, 마치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이제 돼”라고 말하는 것처럼 행동했어. 그리고 그제야 문이 닫히려는 타이밍이 다시 잡히는지, 천천히 문이 제자리에 붙으면서 “딩” 소리가 났지. 근데 중요한 건, 내가 12층 버튼을 눌렀을 때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는 사실이야. 그 사람 때문에 멈춘 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돼.

문이 열리자 복도는 평소랑 똑같이 생겼고, 누가 봐도 그냥 아파트 복도였어. 나는 얼른 나왔고, 뒤를 돌아보려 했는데 그 사람은 이미 없었어. 남아 있는 건 냄새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고, 그냥 공기뿐. 엘리베이터 안쪽 바닥을 보니까 작은 지문 같은 게 하나 남아 있었는데,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 끝에서만 남은 모양이더라. 그걸 보고 나서야 생각이 들었어. 처음부터 그 사람은 사람처럼 탔던 게 아니라, 문틈을 “통과”하려고 손을 내민 게 아닐까 하고.

그날 이후로 같은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문 닫히기 전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잖아.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손끝을 보게 돼. 그리고 가끔은, 누군가 손을 내밀기 전에 먼저 문이 아주 미세하게 멈칫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진짜로 사람이 타는지, 아니면 문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근데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지문이, 지금도 가끔 내 눈에 먼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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