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서 ‘기사님 도착’ 알림이 뜨자마자 현관벨이 울려
배달앱에서 ‘기사님 도착’ 알림이 뜨자마자 현관벨이 울려버렸다. 정확히는 알림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 집 초인종이 먼저 딸깍 하고 울린 거라서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이상했다. 벨을 누른 사람은 없었고, 나는 현관문을 열기까지 내내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만 계속 바라봤다.
그날 저녁, 비가 조금씩 흩뿌리고 있어서 배달 시간이 길어질 거라는 안내가 먼저 떴다. 화면에는 기사님 위치가 한참 동안 그대로였고, ‘곧 도착’만 반복해서 표시됐다. 나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어두운 복도 끝이 똑같이 고요한 게 신경 쓰였다. 그러다 갑자기 알림이 왔다. “기사님 도착”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현관벨이 울렸다. 보통은 기사님이 눌렀을 때 배달앱 알림이 같이 뜨거나, 반대로 알림이 먼저 뜨고 잠깐 뒤에 벨이 오는데, 그날은 순서가 뒤집혔다. 더 웃긴 건 알림에 뜬 이름이 ‘기사님’처럼 애매한 표기였다는 거다. 분명 배달 완료까지는 실명이 뜨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 순간엔 번호도 이름도 제대로 안 보였다.
나는 습관처럼 인터폰 화면을 켰다. 그런데 화면은 새까맣게 끊겼다. 몇 초 뒤에야 계단 쪽이 흐릿하게 잡히긴 했는데, 거기엔 사람이 아니라 복도에 걸린 안내문만 흔들리고 있었다. ‘누가 없는데 왜 벨이 울렸지’ 싶어서 문 앞까지 걸어갔다.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현관문 아래 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훅 들어왔다. 비가 오는 날이라기엔 너무 차갑고, 이상하게도 냄새가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앱 화면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주문 상태가 바뀌었다. “배달 완료”가 떠 있었고, 배달 장소로 찍힌 사진이 갤러리처럼 떴다. 근데 사진 속 현관은 내 집이랑 형태가 비슷한데, 세부가 달랐다. 우리 집은 현관 매트에 작은 별 무늬가 있는데, 사진 속엔 그런 게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우편함은 약간 찌그러져 있었고, 우리 집 우편함은 멀쩡했다.
그 순간 등 뒤가 서늘해졌다. 내가 아직 문을 연 적이 없는데, 앱은 이미 ‘완료’를 확정해버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문 쪽으로 돌아와 인터폰을 재확인했다. 이번엔 영상이 조금 더 또렷해졌는데, 화면 속 복도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얼굴이 보일 정도가 아니라, 상체만 희미하게 보이고 시선이 아래로 향한 상태였다. 마치 현관문 아래를 보고 있는 사람처럼.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지 않고, 대신 현관 앞 바닥을 살폈다. 배달 가방은 없었고, 대신 아주 작은 종이 쪽지가 바람에 살짝 들려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는데, 내용은 한 줄뿐이었다. “벨 누르기 전에 확인해요.” 글씨체가 내 폰 메모 앱에 저장해둔 폰트랑 비슷해서 더 소름이 돋았다. 누가 일부러 아는 척을 하는 느낌. 장난 같긴 한데, 그 장난이 너무 현실적이었다.
배달앱 고객센터에 문의하려고 앱을 켰더니, 채팅창에 이미 자동 메시지가 떠 있었다. “기사님이 현관 앞에 두고 갔습니다.” 그런데 사진은 내가 확인한 그 이상한 현관이고, 내 현관엔 택배도 없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기사님에게 전화 버튼을 눌렀다. 연결음이 한 번 울린 뒤, 이상하게도 바로 끊겼다. 그리고 다시 알림이 떴다. “기사님 도착”이 아니라, “기사님이 도착했습니다. 문 앞 확인 부탁드립니다.”
나는 문 앞에서 몇 분을 더 서 있었는데, 그때 현관벨이 또 울렸다. 이번엔 한 번이 아니라, 짧게 두 번 연달아 울렸다. 딸깍, 딸깍. 마치 확인하라는 신호처럼. 나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방금 전까지 내 앱 화면과 현관 상황이 계속 어긋나 있었던 게,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집을 ‘확인하는 흐름’을 알고 있었다는 느낌. 내가 문을 열지 않았던 사이, 누군가는 이미 내 주문 흐름을 따라 움직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상했던 건, 다음 날 아침 택배가 한 박스 더 배달됐다는 문자였다. 그런데 주소는 분명 내 주소고, 배송 물품은 전날 주문한 음식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박스를 열어보진 않았다. 대신 문 앞에 있던 작은 종이 쪽지의 글씨가 오늘도 그대로 보였다. “벨 누르기 전에 확인해요.” 그 문장을 생각하면, 아직도 알림 소리랑 초인종 소리의 순서가 머릿속에서 뒤바뀐 채로 멈춰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