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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외출복을 입지 않았는데 사진엔 외출복이었어

2026-09-23 12:29:11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외출복을 입지 않았는데 사진엔 외출복이었어. 처음엔 “내가 그날 착각했나?” 싶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생각이 더 꼬이더라. 나는 그때 훈련이랑 당직이 겹쳐서 그냥 정해진 대로 전투복에 생활복처럼 지내고 있었고, 외출복은 솔직히 꺼내지도 않았거든.

사건은 외출 복귀 날이었어. 외출 나갔다가 들어오면 통제 절차가 있잖아. 복귀 시간 맞추고, 인원 점검하고, 간단히 몸 상태 체크하고 끝. 그런데 그날은 유독 사진을 찍는다고 했어. “개인별 외출 전후 사진 기록” 같은 말로 퉁쳤는데, 난 그게 무슨 용도인지 대충만 들었지.

나는 복귀하자마자 바로 사진 찍을 자리로 갔어. 대기하는 동안에도 다른 애들은 외출복 상의를 입고 있더라. 근데 나는 그냥 전투복 그대로였어. 이유는 단순했어. 외출복을 보관함에서 꺼내기 귀찮았던 것도 맞고, 더 컸던 건 그날 날씨가 애매해서 땀도 좀 났는데, 외출복은 더 깔끔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냥 입지 않은 거야.

사진 찍는 장면이 딱 기억나. 병장쯤 되는 사람이 “자, 정면. 그 복장 그대로.”라고 했고, 나는 그 말에 “네” 하고 서 있었어. 카메라 셔터는 두 번 정도 찍혔던 것 같아. 그때는 솔직히 별 생각 없었어. 그냥 기록 사진이겠지, 하고 지나갔거든. 근데 그날 밤, 휴대폰으로 단체 공지 같은 게 올라오더라. 거기에 내 얼굴이 있었는데… 웃기게도 외출복을 입은 모습이었어.

공지 사진을 보는 순간, 손이 멈췄어. 분명 나는 사진 찍을 때 전투복이었거든. 배지 위치나 주머니 라인도 알고 있잖아. 그런데 사진 속 나는 외출복 단추 라인에 반듯한 칼라가 보였어. 바지 역시 전투복이 아니라 외출용 바지처럼 정리돼 있었고, 구김도 거의 없었어. 내가 그날 입었던 건 땀 때문에 살짝 들러붙고, 접힌 부분이 있는 그런 전투복이었는데 말이야.

처음엔 내가 정말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건가 싶어서 내가 가진 기억을 되짚었어. 근데 기억이 이상하게 맞물렸어. 사진 찍기 직전, 옆 동기가 “너 외출복 안 입었네?” 하고 물었고, 나는 “그냥 이거 편해서.”라고 했어. 그 다음에 병사가 “복장 그대로.”라고 했고, 난 그때도 외출복 이야기를 안 했거든. 그러면 그날 내가 외출복을 입었어야 하는데, 그 장면들이 전부 한 덩어리로 굳어서 다른 장면으로 대체가 안 됐어.

다음 날 아침에 혹시나 싶어서 담당 간부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보려고 했어. 근데 그 순간, 부대 분위기가 이상하게 굳어있었어. “사진 문제로 말 나오면 골치 아프다”는 식의 분위기랄까. 그래서 난 그냥 입을 다물었고, 대신 같은 조 친구한테 물어봤지. 친구도 내 사진 봤다고 하면서 “너 그날 외출복 입었냐? 난 전투복인 줄 알았는데”라고 했어. 그 말이 더 무서웠어. 혼자 착각한 게 아니라는 느낌이니까.

그리고 결정타는 시간이 좀 지난 뒤였어. 부대에서 다시 사진을 확인할 일이 생겼거든. 교육자료나 개인 이력 정리 같은 명목으로, 지난 기록을 다시 맞춰보는 시간이었는데 거기에도 똑같이 내 사진이 올라가 있었어. 바뀐 거 하나 없었지. 심지어 그 사진 파일 용량이랑 촬영 날짜가 “그날 당일”로 찍혀 있었어. 난 그날 외출복을 입지 않았는데, 파일 자체가 당일에 찍힌 것처럼 고정돼 있더라.

그래서 나는 생각이 꼬이기 시작했어. 혹시 누가 내 사진을 다른 사람 것과 바꿔 올린 걸까? 그럴 리가 없었던 게, 내 얼굴이랑 복장만 그렇게 어긋났거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 복장이었어. 게다가 사진 속 외출복 상태가 너무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라 더 현실감이 떨어졌어. 누가 몰래 갈아입었다고 해도, 땀 때문에 달라붙었던 포인트나 손목 쪽에 생겼던 주름 같은 게 전혀 없었거든.

결국 결론은 하나였어. 그날 “복장”이라는 게 내가 입은 옷 기준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정해진 어떤 기준으로 맞춰졌던 것 같다는 생각. 물론 말이 안 되는 거 알아. 근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도 내 주변에서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있었어. 누가 사진을 찍으면, 그날의 현실이 아니라 “기록용 현실”이 따라오는 느낌. 그래서 지금도 가끔 외출복 정리해두고 사진 찍을 일 생기면, ‘내가 입은 게 진짜일까, 사진이 정한 게 진짜일까’ 이 생각이 먼저 나. 셔터 소리만 떠올리면 등 뒤가 서늘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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