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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대문 앞에서 흙 냄새가 계속 올라왔어

2026-09-24 04:29:11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대문 앞에서 흙 냄새가 계속 올라왔어

처음엔 그냥 비 오기 전 특유의 냄새인 줄 알았어. 시골집 대문을 열면 바람이 확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코끝을 콕 찌르는 흙 냄새가 먼저 올라왔거든. 집 안쪽보다 대문 앞에서만 유독 진했고, 밤에도 그래. 특히 아무도 손대지 않은 날이면 더 심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내 기억이 꼬인 건가?” 싶을 정도로 계속 됐어.

내가 사는 동네가 산이랑 가깝다 보니 흙 냄새는 원래 조금 나긴 해. 근데 그건 흙이 젖었을 때 나는 냄새랑 비슷한 정도였어. 그런데 대문 앞에서 올라오는 건 달랐어. 마치 오래 눌러둔 흙을 뚜껑 열 때 나는 것처럼, 눅진하면서도 묘하게 쓸쓸한 느낌이랄까. 냄새는 대문 기둥 주변, 정확히는 자갈이 깔린 길가 쪽에서만 집중돼 있었고, 발자국이 남는 자리에 더 진해지는 것 같기도 했어.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지. “집 기초 쪽에서 물이 새나?” “배수구가 막혔나?” 이런 식. 그래서 아버지한테 말했더니, 아버지는 손바닥으로 대문 옆을 툭툭 치면서 “원래 거긴 깊어서 그래”라고만 했어. 근데 그 “깊어서”라는 말이 너무 짧았고, 아버지 표정이 이상했어. 그날 저녁부터 아버지가 대문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더라. 잠깐이라도 멈추고, 바닥을 한번 훑고, 다시 들어가곤 했어.

며칠 뒤엔 냄새가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어. 바람이 약한 날에도, 내 발이 대문 앞 바닥에 닿기만 하면 코로 바로 들어왔거든. 나는 그럴 때마다 장난처럼 “누가 묻어둔 거 있는 거 아냐?”라고 혼자 웃고 넘겼는데, 웃음이 끝나면 마음이 이상하게 가라앉았어. 그 자리에 서면 등 뒤가 서늘해지고, 대문 너머 쪽으로 시선이 자꾸 끌렸거든. 그런데 막상 밖을 보면 아무것도 없어. 잡초도 그대로고, 자갈이 흩어져 있지도 않고.

그래서 결국 내가 직접 확인해봤어. 자갈 몇 개를 조심히 옮겨 보는데, 손끝에 닿는 게 생각보다 축축했어. 흙이 젖어 있으면 금방 티가 나잖아? 근데 그건 물이 고인 느낌이 아니라, 아주 얕게 눌린 상태에서 나는 축축함 같았어. 더 파려고 하진 못했지만, 그날 이후로는 냄새가 “더 위로”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졌어.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냄새가 먼저 찾아왔고, 집 안으로도 조금씩 번지는 것 같았어.

그 다음엔 이상한 소리까지 섞이기 시작했어. 밤중에 잠깐 깼을 때, 대문 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거든. 처음엔 바람 소리인가 했는데, 자주 같은 타이밍에 났어. ‘툭… 툭…’ 하고 자갈이 미세하게 굴러가는 느낌. 소리가 크게 들리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냄새가 심해질 때랑 맞물려 있었어. 그래서 나는 더 불안해졌고, 결국 며칠 동안은 대문 앞에 일부러 잘 안 나가려고 했어.

어느 날은 대문 앞에 새로 흙이 덮인 자국이 보였어. 자갈 사이사이에 작은 틈처럼 흙이 비집고 들어와 있었는데, 누가 일부러 뿌린 것처럼 정리된 형태는 아니었어. 그냥 흙이 “스며든”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그걸 보면서도 한편으론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었어. 토양이 가라앉고, 비가 오면 흙이 올라올 수 있지 않냐고. 근데 비 온 것도 아니었고, 그날은 날씨가 맑았어.

그때 아버지가 결국 말을 하더라. 예전에 집 지을 때, 대문을 지금 위치보다 살짝 옮겼다는 얘기. 그런데 공사 중에 누가 다쳤다는 건 말하지 않았고, 대신 “그쪽 땅이 원래 꺼지는 데가 있어”라고만 했어. 아버지는 냄새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그때를 떠올린 것처럼 말끝을 흐렸어. 그리고 “절대 그쪽을 깊게 파지 마”라고 했지. 이유를 자세히는 안 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그 말이 단순한 금기처럼 들리진 않았어.

며칠 뒤부터는 냄새가 줄었다가 다시 늘어났어. 이상하게도 내가 밖으로 나가서 대문 앞에 오래 서 있으면 냄새가 강해졌고, 반대로 그냥 지나치면 한동안 잦아들었어. 그래서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됐어. 냄새가 그냥 자연의 문제라기보다, 누군가가 “확인받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오늘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대문 앞에서 흙 냄새가 올라왔어. 그리고 방금 문을 열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그 냄새가 올라오는 방향이 자꾸 내 쪽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았어. 마치 내가 아직도, 어딘가에 닿지 못한 흔적을 밟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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