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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층이 올라가는데도 바람이 내려오는 쪽으로 불었어

2026-09-24 08:29:12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층이 올라가는데도 바람이 내려오는 쪽으로 불었어. 그날은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사람도 많았고, 나도 그냥 습관처럼 버튼만 누르고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공기가 반대로 흐르는 느낌이 들더라.

처음엔 그냥 냉방이 강한가 싶었어. 여름이라 에어컨 바람이 세면 몸이 먼저 반응하잖아. 그런데 바람 방향이 계속 고정이야. 내 얼굴 쪽으로 ‘세게’ 들어오는 느낌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가 문 쪽을 향해 바람을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어. 특히 층이 바뀔 때마다 살짝 더 세졌고, 그 타이밍이 너무 딱딱했어.

같이 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만 보고 있었어. 7층 버튼을 눌렀는데, 엘리베이터가 2층, 3층 올라가는 걸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바람의 감각이 살아있더라. 위로 가는데도, 바람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쪽 같았어. 한마디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 원래 공기가 들썩해야 하는데, 반대로 내려가는 복도 공기가 문틈으로 들어오는 느낌?

그때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잠깐 고개를 들었어.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손바닥을 문 쪽에 갖다 대더라. 나는 그냥 신경 쓰여서 멀찍이 보고 있었는데, 아저씨도 ‘이상하다’는 표정이 잠깐 스치고 사라졌어. 그래도 다들 설마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라, 나 혼자만 괜히 겁먹는 것처럼 굴었지.

엘리베이터가 5층 즈음에서 정지하는 듯한 느낌이 왔어. 물론 실제로 멈춘 건 아니었을 수도 있어. 근데 속도가 잠깐 죽었다가 다시 올라갔거든. 그 순간 바람이 확 세졌고, 문이 닫힌 틈새에서 ‘바스락’ 같은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어. 옷자락이 바람에 끌리듯 휘청이는데, 방향이 이상해. 바람이 위로 올라가게 당기는 게 아니라, 몸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느낌이었어.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멈칫했어. 내가 7층에 내리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는 이상하게도 더 천천히 올라가는 것 같았고, 숫자는 5, 6, 7…으로 순서대로 가는데도 “지금은 올라가는 중인데 왜 아래에서 숨 쉬는 느낌이지?” 같은 생각이 들었어. 이상하게도 바람이 얼굴 앞에서만 세게 불고, 다리 쪽은 덜했어. 마치 특정 공간만 통과하는 공기처럼. 엘리베이터 안 전체가 아니라, 딱 ‘문 쪽’과 ‘호흡하는 높이’만 건드리는 느낌?

내가 문득 창문을 보듯이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을 봤거든. 거울이 있긴 했는데 워낙 작아서 사람 얼굴만 비추는 정도야. 근데 그 바람이 세게 불던 순간, 내 뒤쪽에 서 있던 사람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앞으로 밀린 것처럼 보였어. 실제로 누가 밀친 것도 아닌데, 마치 바람이 누군가를 살짝 ‘당겨’ 놓고 놓는 것처럼. 그때 아저씨가 또 손을 떼고는 숫자만 보고 있었어. 입술이 굳어 있는 게 보였고, 누가 봐도 불편한 표정이었지.

드디어 7층 도착. 문이 열리는데, 이상하게도 바깥복도 공기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 안 공기가 복도 쪽으로 빨려 나가는 느낌이더라.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그냥 얼른 내리려고 했는데, 그 바람이 나를 등으로 밀어내는 방향이라 잠깐 멈칫했어. 발을 디디기 전에 등줄기가 서늘해져서, “아, 지금은 내가 내려가는 게 아니라… 누가 나를 보내는 중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 근데 그 순간만큼은 너무 선명했어.

아저씨는 먼저 내렸고, 나도 뒤따라 복도로 나왔어. 문이 닫히기 직전에 엘리베이터 안을 한 번 더 봤는데, 바람이 세게 불던 그 문틈 사이로 먼지가 아주 얇게 움직이더라. 누가 몰래 환풍기를 켜놓은 것처럼.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다음 사람들은 똑같이 타서 또 똑같이 버튼을 누르더라. 나는 그날 이후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문틈 바람을 꼭 먼저 의식하게 돼.

지금도 가끔 생각해.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는지, 아래로 가는지… 바람이 먼저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 층은 숫자로 올라가는데, 바람은 내 호흡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어. 그게 내가 상상한 건지, 아니면 누가 일부러 방향을 바꾼 건지… 문이 닫히는 소리만 들리면 아직도 가슴이 먼저 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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