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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전등 스위치가 켜질 때마다 잠깐 어두워졌다

2026-09-24 12:29:10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받은 전등 스위치가 켜질 때마다 잠깐 어두워졌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계단에서 택배 상자 받듯이 문 앞에 놓인 걸 들고 올라갔어. 오래된 원룸이라 전등 스위치가 자주 맛이 간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같은 모양 제품으로 찾아서 샀거든. 포장 뜯는데 딱히 이상한 건 없었어. 새것처럼 반짝이진 않아도, 먼지랑 생활감 정도는 그냥 중고 느낌이었지.

설치하고 나서 테스트를 했는데, 켜는 순간이 좀 이상하더라. 전등이 ‘탁’ 켜지는 게 아니라, 정확히 스위치를 올리자마자 방 전체가 찰나 동안 0.5초쯤 꺼졌다가 다시 돌아왔어. 그 다음엔 또 정상처럼 빛이 들어오고. 처음엔 내가 착각했나 싶어서 같은 동작을 몇 번 반복했지. 끌 때는 아무렇지 않은데, 켤 때만 꼭 어두워졌어.

전등이랑 스위치 문제인가 싶어서 전구를 바꿔봤어. LED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전구 갈아도 현상은 그대로였어. 스위치를 누르는 손끝이 아니라, 실제로 집 안의 밝기가 같이 꺼졌다가 다시 붙는 느낌이라 더 찝찝했어. “전선 접촉 불량인가?” “전원 순간전압이 떨어지나?” 이런 쪽으로만 생각하려고 했는데, 어쩐지 그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거든.

그래서 전등을 아예 다른 걸로 바꿔보려고 했어. 천장 쪽은 그대로 두고, 내 방에서 다른 램프를 연결해보면 “방 전체가 꺼지는” 게 전등 때문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데 결과가 더 이상했어. 스위치를 켤 때마다, 내 방 벽지 무늬 같은 게 잠깐 잔상처럼 죽었다가 돌아왔거든. 거실까지 연결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전기 계통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지.

한 번은 밤에 늦게까지 일하다가 일부러 일부러 테스트를 했어. 형광등이라면 깜빡임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어두워지는 게 깜빡임이라면’ 패턴이 있겠지 싶어서 횟수를 세봤어. 스위치 켜는 횟수가 늘어나면 어두워짐도 같이 길어질 줄 알았는데, 길이는 똑같이 유지되더라. 찰나에 딱 꺼지고, 딱 다시 켜져. 마치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스위치가 켜지기 직전의 빛만 잠깐 가렸다가, 다시 놓는 것처럼.

그때부터는 중고거래 상대가 떠올랐어. 연락해보면 단순히 “그냥 교체하고 남은 거예요” 같은 답이 오겠지 싶었는데, 프로필 사진도 흐릿하고 거래 이력도 별로 없더라. 물건 설명엔 “정상 작동”이라고만 적혀 있었어. 나는 굳이 캐묻지 않으려다 결국 “설치 후 켤 때만 잠깐 깜빡입니다. 혹시 원래도 그랬나요?” 하고 물었는데, 답장이 왔어. “그건 전등이 오래돼서 그래요.” 그런데 내 전등은 설치 당시 바로 교체한 거라 논리상 말이 안 맞았지.

그래서 전등 스위치보다 더 깊은 걸 의심하게 됐어. 단순 접촉 불량이면 켤 때마다 어두워지는 시간이 제각각이어야 정상 아닌가? 근데 그 어두워짐은 매번 똑같이 ‘정확히’ 그 순간에만 생겼어. 더 무서운 건, 어두워지는 동안엔 소리가 조금씩 죽는 느낌이 들었어. 냉장고 소리나 멀리서 지나가는 차 소리가, 빛이 꺼질 때 같이 작아졌다가 돌아오는 거야. 전기면 소리는 어떻게 줄어들지 싶었는데, 귀가 아니라 몸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이상하게 선명했어.

며칠 뒤 결국 관리실에 말하고 전기 점검을 부르게 됐어. 기사님이 와서 스위치 분해하고 접점 몇 군데를 만져보더니, “이건 원래 이런 방식이네요” 같은 말을 하면서도 표정이 별로였어. 어딘가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잡으려다, 손끝으로 뭔가를 더 건드린 순간부터는 어두워짐이 완전히 사라졌어. 그런데 기사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기억나. “이거, 전처럼 되면 다시 부르세요. 가끔은… 전기랑 신호가 엉킬 때가 있어요.”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모르겠는데, ‘엉킨다’는 단어가 이상하게 남더라.

그 뒤로는 스위치를 켜는 게 평범해졌는데도, 가끔 밤에 혼자 있을 때는 스위치 앞에 손을 올렸다가 잠깐 멈추게 돼. 켤 때마다 잠깐 어두워지는 그 찰나가, 실제로는 조명 문제라기보다 뭔가가 잠깐 숨을 고르는 것 같았거든. 고쳐졌는데도, 어두워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다음 번엔 내가 놓친 게 더 있을까 봐, 아직도 문득문득 전등을 확인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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