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밤마다 불빛이 깜빡이면 현관문 잠금이 풀린다
원룸에서 밤마다 불빛이 깜빡이면 현관문 잠금이 풀린다. 처음엔 그냥 전구가 수명이 다 됐나보다 했어. 근데 한두 번이 아니라, 매일 밤 비슷한 시간대에 내 방 불빛이 깜빡이고 나면 현관문 쪽에서 ‘딸깍’ 소리가 나더라. 분명히 잠금장치는 잠가 놓고 자는데도 아침에 문고리 쪽이 살짝 헐렁한 느낌이 들었음. 그때부터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사건 시작은 입주한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어. 밤 12시 넘어가면 늘 같은 패턴으로 현관문이 있는 복도 쪽이 어둑어둑해졌고, 내 방 천장등이 한 번, 두 번, 그다음엔 길게 깜빡이곤 했어. 처음엔 전등 스위치를 만지면 고쳐지더라. 그래서 다음날도 그냥 “전기 쪽이 좀 불안하네” 하고 넘겼지. 그런데 그날은 스위치를 만지기 전에 이미 ‘딸깍’ 소리가 들렸어. 내 방에서 현관문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도 소리가 또렷했어.
나는 그날 새벽에 문을 확인했어. 잠금장치는 잠겨 있어야 하는데, 손잡이를 살짝 돌리면 안쪽에서 걸리는 느낌이 덜했거든. 정확히 풀린 건 아닌데, 잠금이 ‘걸려는 있는데 제대로 물지 않은’ 상태 같은 느낌. 그래서 더 찝찝해서 다시 잠그고, 문 앞에 휴지 끼워두는 장난도 해봤어. 휴지로 확인하면 최소한 ‘열렸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새벽이 지나고 아침에 보니까 휴지가 그대로였는데, 대신 문고리 주변에 아주 미세한 흔적처럼 먼지가 눌린 자국이 있었어. 누가 열었다가 바로 닫은 것처럼.
며칠 뒤엔 패턴이 더 선명해졌어. 밤마다 불빛이 깜빡이기 전에, 어딘가에서 냉장고가 도는 소리 같은 게 살짝 났거든. 우리 원룸은 방음이 약해서 다른 집 소리가 섞여 들어오는데, 그 소리는 다른 집에서 나는 게 아니라 내 방 쪽 벽에서 올라오는 느낌이었어. 그 다음에 천장등이 깜빡이고, 10초쯤 뒤에 현관문 잠금 소리가 나. 나는 그때부터 스스로 실험을 해봤어. 불빛이 깜빡일 때, 스위치를 아예 내리고 자면 어떻게 되는지.
결론은 간단했어. 스위치를 내려도 ‘딸깍’은 똑같이 났어. 대신 내 방이 완전히 어두워지면, 깜빡이는 시점이 더 헷갈려. 벽 틈이나 현관문 쪽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이 아주 작게 흔들리는 게 보이거든. 그래서 결국 내가 확인한 건 “전구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신호가 들어오면, 현관 잠금 쪽이 먼저 반응”한다는 거였어.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신호가 들어오는 시간대가 항상 비슷하다는 점이야. 12시 20분 전후. 가끔 5분 정도 오차가 있어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아.
그 다음엔 관리실에 말해볼까 고민했어. 근데 말해도 “전기 문제”로 뭉뚱그릴 것 같더라. 더 무서운 건, 누군가가 일부러 장난치는 거면 CCTV가 없는 반경에서 더 교묘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그래서 나는 한 가지를 더 해봤어. 현관문 잠금이 풀릴 때, 잠금장치가 ‘완전히 풀리는지’ 아니면 ‘잠금 상태만 보여주면서 살짝 틈이 생기는지’ 확인하려고 문틀과 손잡이 사이를 종이로 표시했어.
표시는 단순했는데 결과가 소름이었어.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종이가 약간씩 움직여 있었거든. 분명히 문을 열고 닫은 사람이 없는데도. 집 안에서는 내가 유일한 사람이었고, 택배도 그날 오전에 왔어. 밤새 무언가가 움직인 흔적이 종이 옆에 남아 있었는데, 더 이상하게도 문은 잠겨 있는 상태 그대로였어. 즉, 누가 문을 ‘연’ 게 아니라 잠금이 ‘풀리기 직전’으로만 조정되는 느낌. 그래서 나는 더 조심하게 됐고, 잠을 잘 때도 현관문 앞에 발걸이 소리 감지용으로 작은 종을 달아놨어. 혹시 열리면 울리게.
그런데 종은 울리지 않았어. 대신,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방 안에서 아주 작은 진동이 느껴졌고, 그 진동이 끝나면 현관문 쪽에서 ‘딸깍’ 소리가 났어. 종이 울리지 않았다는 건 최소한 “문이 확 열릴 정도”의 힘으로 열리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근데도 나는 매번 불안해졌어. 마치 누군가가 문을 열지 않고도, 내가 잠깐씩 방심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 생각이 들자, 더 이상 밤이 편하지 않더라. 불빛이 깜빡이기 전에 이미 심장이 먼저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있었거든.
한 번은 버티다가 밤 12시 15분쯤에 조용히 현관문 앞에 앉아 있었어. 방 천장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는 순간, 정말 이상하게도 시야가 잠깐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현관 잠금이 손으로 건드린 것처럼 ‘살짝’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 그때 나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결론에 도착했어. 전기나 전구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손을 대는 게 아니라 “내가 문을 잠그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거. 이상하게도 나는 항상 문을 잠글 때 한 번 ‘꾹’ 누르고, 마지막에 손잡이를 살짝 당겨 확인하거든. 그 동작을 바꾸면 소리가 달라질까 싶어서, 그날은 일부러 확인을 안 하고 그냥 잠만 고정하고 기다렸는데—불빛이 깜빡이던 타이밍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다가, 바로 그 다음에 ‘딸깍’이 났어. 잠금 확인을 안 했는데도. 결국 내 행동이 아니라, 어떤 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았어.
그날 이후로 나는 방을 옮기기 전까지 불빛이 깜빡이는 밤마다 잠을 못 잤어. 관리실에 전기 점검 요청도 했고, 전구도 바꿨고, 멀티탭도 바꿔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어.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깜빡임이 더 짧아졌는데, 대신 현관 잠금이 더 정확하게 풀리기 직전 상태로 맞춰지는 느낌. 마치 누군가가 시험을 반복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끔 밤에 전등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이 오면 등줄기가 서늘해져. 원룸은 그냥 공간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밤마다 반복된 ‘딸깍’ 소리가 아직도 내 귀 안에 남아 있어. 그리고 솔직히… 다음 번에도 또 그 시간이 오면, 나는 또 문을 확인할까, 아니면 확인하지 못하게 될까 그게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