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간 뒤에 다시 돌아와 확인하고 갔어
배달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간 뒤에 다시 돌아와 확인하고 갔어. 그날은 비도 안 오고, 바람도 별로 없어서 그냥 평범하게 하루가 굴러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평범함”이 먼저 끝났어. 문 앞에 음식이 놓이고,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던 그 순간부터 뭔가 찜찜했거든.
나는 혼자 사는 오피스텔이라서 현관문은 항상 닫혀 있고, 초인종 소리도 크지 않게 해둔 편이야. 배달 앱에선 “문 앞에 놓았습니다”라고 뜨고, 기사님 번호로는 더 메시지 보낼 수 없는 상태였지. 그래서 나는 그냥, 포장 뜯기 전에 한 번 확인하고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현관문 쪽으로 슬쩍 갔어.
문 앞에는 분명히 음식 박스가 있었어. 종이 포장 봉투에 비닐도 깔끔하게 붙어 있었고, 옆에는 기사님이 찍어 보내는 사진처럼 작은 종이 쪽지 같은 게 같이 있더라. 근데 그 쪽지는 글씨가 또렷하지 않고, 손글씨가 아니라 인쇄된 것처럼 딱딱한 느낌이었어. 읽어보려는 순간에 아파트 복도 쪽에서 “아… 죄송합니다” 같은 목소리가 들렸고, 발소리가 다시 올라오고 있었어.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어. 배달기사님이야말로 일 끝나면 바로 가는 사람이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현관문 앞에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복도가 훤히 보이는 구조라, 복도 끝에서 다시 보행등 켜진 그림자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어. 그 사람은 분명 아까 그 기사님이 맞아. 헬멧 아래로 얼굴이 반쯤 보였는데, 표정이… 급하다기보단 “확인”하는 사람 같았어.
문 앞에서 탁, 탁 하고 가볍게 두드리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조용히 말했어. “혹시… 이 문 앞 맞으세요?”라고. 나는 당연히 내 문 앞이니까 “네”라고 하려다가 말했어. 순간적으로, 아까 앱에 표시된 주소가 내 주소랑 1자도 안 다르거든. 그런데 왜 굳이 “문 앞 맞냐”고 묻는 걸까. 그 질문 자체가 이상했어.
문을 열기 직전까지도 고민했는데, 기사님이 손을 내밀어 뭔가를 보여줬어. 아까 놓고 갔던 음식 박스 옆에 붙어 있던 그 쪽지. 그 쪽지를 가리키면서 “이거요. 방금 다시 보니까 다른 집 거랑 섞였을 수 있어서요”라고 하더라. 그 말투가 단순한 실수 인정이라기보단, 마치 누군가에게 들킨 것처럼 급하게 정리하려는 느낌이었어. 나는 그제야 현관문 손잡이 쪽에서 손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고, 문을 열지 않은 채로 “제가 받은 게 맞아요”라고 말했어.
그러자 기사님이 한 번 더 확인하듯 주변을 훑더니, 별말 없이 바로 뒤로 물러났어. 그리고 “죄송합니다. 사진 다시 확인하고 갈게요”라고 하면서 복도 쪽으로 걸어 내려갔지. 그런데 내려가는 동안에도 이상하게 돌아보는 횟수가 많았어. 마치 자기 눈앞에 누가 있는지, 혹은 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소리까지 들리고, 그 다음엔 복도가 조용해졌어.
집 안으로 들어가서 앱을 다시 봤는데, 방금 전까지는 “문 앞에 놓았습니다”만 떠 있던 상태가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어. “확인 완료”라고 표시가 떴고, 시간이 딱 배달기사님이 다시 올라와 말 걸었을 때랑 거의 일치했어. 게다가 배달 완료 사진도 새로 한 장 올라와 있었는데, 그 사진이… 내가 문 앞에 놓인 박스를 확인하기 전 장면이 아니라, 내가 문 앞에 섰던 위치랑 각도가 비슷했어. 나는 사진을 올릴 때 누가 찍는지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 순간엔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어. 혹시 기사님이 돌아오면서, 내 문 바로 앞을 한번 더 찍은 걸까?
음식은 정상적으로 배달된 것 같았고, 포장도 멀쩡했어. 근데 그 쪽지에 적힌 내용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 글씨를 확대해서 보려고 했는데, 처음엔 “감사합니다” 같은 인쇄 문구가 보였거든.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아래쪽에 아주 작은 글씨로 다른 문장이 끼어 있었어. “문 앞에 두고 떠날 때 뒤를 한번 더 확인하세요.” 같은 문장이었는데, 솔직히 이런 문구를 누가 일부러 넣어?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고, 내 머릿속엔 ‘누군가가 이 행동을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만 남았어.
그날 이후로 현관문 쪽으로 나가면, 늘 습관처럼 먼저 주변을 보고, 소리가 나면 그대로 귀를 세웠어. 배달이 오면 박스를 받는 건 똑같이 하면서도, 문 앞에 두고 가는 사람들 동선을 머릿속으로 계속 그려보게 되더라.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 문 앞에 두고 가는 발소리가 들릴 때면 가끔 그 기사님이 다시 올라오는 장면이 스쳐가. 왜 하필 그 사람만, 그렇게 “확인”을 했을까—그냥 실수였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