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내 침구에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섞여 있더라
군대에서 내 침구에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섞여 있더라. 처음엔 그냥 “세탁이 좀 덜 됐나?” 싶었는데, 그날 밤부터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침낭은 같은 생활관에서 돌려 쓰는 거라, 남의 것하고 섞일 수는 있겠지만… 유독 내 것과는 다른 결이 섞여 있어서 더 찜찜했어.
사건은 점호 끝나고 불 다 끄고 누웠을 때 시작됐어. 나는 상사들이 시키는 대로 침구를 정리하고, 침낭 지퍼를 끝까지 올린 다음에야 잠깐 이불을 털었거든. 그때 손끝에 걸리는 게 있었는데, 가볍게 털어도 잘 안 떨어지고 쓸려 내려갔어. 손을 펴서 보면, 이불 위에 희미하게 검은 가닥들이 붙어 있었어. 내 머리는 짧게 밀고 다녀서 그런 길이도 아니고, 색도 다르더라.
솔직히 그 순간엔 “누가 머리카락 묻혀서 다시 넣었나” 정도로만 넘겼어. 그래서 침구를 다시 한 번 털고, 머리카락이 보이는 부분은 구겨서 휴지로 대충 정리했지. 그런데도 마음이 안 놓였어. 손으로 만졌을 때 결이 달랐고, 몇 가닥은 이불 안쪽 실밥 사이에 끼어 있어서 완전히 빼지 못했거든. 군대에서 실밥 사이에 박힌 건 그냥 먼지가 아니라, 누군가가 쓰다가 그대로 넘어온 느낌이었어.
다음 날 아침, 나는 티 내지 않으려고 세면하고 난 뒤에야 창문가로 가서 침구를 다시 봤어. 머리카락이 있던 자리엔 얼룩 같은 것도 있었고, 이상하게 냄새도 조금 달랐어. 세탁비누 냄새가 아니라, “사람 피부에 가까운” 냄새 같은 게 아주 약하게 섞여 있었어. 물론 과장해서 말하면 더 소름 돋았겠지만, 딱 그 정도로만 느껴졌는데도 이상하게 머리가 띵했어.
생활관엔 내 말고도 여러 사람이 쓰거든. 침구를 배정받을 때는 대충 돌려서 쓰는 분위기고, 선임들 사이에서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 식으로 섞이는 일이 자주 있었어. 하지만 그날 이후로는 누가 내 침구 근처에 손을 댔는지 계속 떠올랐어. 내가 침구 정리할 때 누군가가 뒤에서 기다렸던 건지, 아니면 내가 잠깐 다른 데 간 사이 누가 바꿔 끼운 건지…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
특히 이상했던 건, 저녁이 되기 전부터 휴게시간에 누가 내 쪽을 유독 오래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야. 그 사람이 내 이름을 직접 부르진 않았는데도, 시선이 침낭 쪽으로 자꾸 갔어. 내가 뭔가 눈치 챈 듯 고개를 돌리면 바로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렸고. 그때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침구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된 날과 맞물리니까 자꾸 의미가 붙는 느낌이었어.
나는 결국 대놓고 묻지는 못했어. 군대에서 그런 말 하면 “이상한 소리 한다” 소리 듣기 딱 좋잖아. 대신 세탁실에 가서 매번 침구를 흔드는 걸 습관처럼 했고, 잠들기 전에 이불 모서리와 지퍼 주변을 손으로 확인했어. 근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까지는 머리카락이 더는 안 보였어. 그게 오히려 더 찝찝했어. 누가 “정리해뒀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내 불안이 맞았던 것 같아.
이제 문제는 그 뒤였어. 며칠 뒤에 나는 밤에 꿈도 안 자고 있었는데도, 가끔 들리는 소리 때문에 잠깐 눈을 뜨게 됐거든. 생활관 천장 쪽에서 뭔가 “쓸리는” 소리가 나는데, 그게 이불을 만지는 소리 같았어. 나는 바로 움직이지 않고 숨만 죽였어. 그 소리가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는데, 내 침낭 위치랑 아주 가까운 쪽에서 나오는 것 같더라. 그리고 한참 뒤, 아무 소리도 안 나서 다시 눈을 감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또 그 결이 섞여 있었어. 이번엔 가닥 수가 많진 않았지만, 확실히 “내가 찾은 그 종류”였어.
그때부터는 잠을 자는 게 아니라 ‘버티는’ 기분이었어. 침구를 펴고 접는 동안 손끝이 이상하게 예민해졌고, 자려고 불 끄면 의식이 계속 깨어 있는 거야. 내가 혹시 너무 예민해진 걸까 싶기도 했는데, 그 머리카락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패턴이 너무 명확해서 그냥 넘길 수가 없었어. 결국 나는 선임에게는 말하지 않고, 조용히 침구 교체 신청을 했고 그 뒤로는 같은 침구를 계속 받지 않게 됐어.
그리고 가장 이상했던 건, 교체 후에는 침구에서 같은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완전히 놓이진 않았다는 거야. 누군가가 내 물건을 건드렸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내 잠이 언제 시작되는지, 내가 언제 확인을 멈추는지”까지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남더라. 지금 생각해도 그 침구 속에서 손끝에 걸리던 가닥 하나가, 왜 그렇게 오래 남는지 모르겠어… 어쩌면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라. 내가 잠드는 방식이 달라진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