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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하에서 화장실로 가는 길이 자꾸 돌아가는 느낌

2026-09-25 12:29:11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지하에서 화장실로 가는 길이 자꾸 돌아가는 느낌이 든 적 있어요. 진짜로 “아, 방금 어디를 더 지나갔지?” 싶을 정도로요. 처음엔 제가 피곤해서 길을 헷갈리는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그 구간만 지나면 이상하게 심장이 먼저 쿵 내려앉더라고요.

사건은 평범한 야근 날이었어요. 다들 퇴근하고 사무실에 저랑 팀장님만 남아 있었고, 저는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했어요. 회사 지하 화장실은 늘 같은 동선이라 외우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내리고 통로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랐어요. 형광등 빛이 좀 더 희끗해 보였고, 발소리가 유난히 길게 돌아오는 것 같았죠.

처음엔 그냥 “지하니까 그렇지” 하고 넘겼는데, 문제는 벽이었어요. 복도 벽의 포인트 색이 분명히 파란 띠가 있어야 하는데, 그 띠가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실제로는 아닐 텐데, 손으로 만지면 분명 같은 벽이거든요. 그런데도 머릿속에서는 제가 자꾸 비켜 걷는 느낌, 그러니까 화장실로 직진하는데 실제로는 옆으로 밀린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돌아가는 느낌이 확실해진 건 카펫 무늬였어요. 지하 복도 카펫은 줄무늬가 일정하게 반복되는데, 저는 그게 거의 시계처럼 익숙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줄무늬가 한 번씩 “겹쳐 보이는” 순간이 생겼어요. 분명히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시야가 스치듯 흔들리면서 카펫이 반대로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 거예요. 그래서 속도를 줄이고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 그때부터는 걸음이 더 커지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마치 누가 제 발목을 살짝 끌어당기는 것처럼요.

화장실 문 앞이 가까워질수록 냄새가 달라졌어요. 늘은 소독제 냄새가 먼저 올라오는데, 그날은 그 전에 아주 희미한 금속 냄새 같은 게 먼저 났어요. 팀장이 “지하 쪽 배관 공사 중이라 냄새 날 때도 있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지만, 공사 얘기는 끝났다고 했거든요. 저는 문손잡이를 잡으려다 멈췄어요. 손잡이를 잡기 직전, 등 뒤쪽에서 누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렸거든요.

뒤를 돌아봤어요. 근데 아무도 없었어요. 복도는 비어 있었고, 천장에 붙은 CCTV 빨간 불빛만 깜빡였죠. 저는 웃으면서 “아, 바람 소리인가”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 다음부터 이상한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화장실 문 앞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손잡이를 잡고 나서야 알았어요. 제가 서 있는 위치가, 아까 지나온 포인트랑 똑같다는 걸요. 분명 앞으로 걸었는데 제 발 아래 카펫 모서리 무늬가 똑같이 맞물려 있었어요. 마치 복도가 한 바퀴 더 접힌 것처럼요.

그날 저는 용기 내서 다시 걸었어요. 이번엔 벽을 손바닥으로 짚으면서 갔거든요. 오른쪽 벽을 따라가면 길이 곧게 이어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바닥이 닿는 감촉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처음엔 매끈한 페인트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거친 질감이 섞여 있더라고요. 손끝으로 확인해도 분명 벽이 같은데, 질감이 “단절된 구간”처럼 이어졌어요. 그리고 그 지점에서 또 한 번, 소리가 났어요. 이번엔 아주 작게, 누가 문을 닫는 소리 같은 게요. 화장실 문이 아니라, 통로 어딘가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고요.

결국 저는 화장실을 포기하고, 회의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돌아가는 느낌이 싫어서요. 그런데 방향을 틀자마자 또 헷갈리는 일이 생겼어요. 회의실로 가는 길은 왼쪽으로 꺾으면 끝인데, 저는 왼쪽으로 꺾었는데도 계속 복도가 길어지는 것 같았어요. 마치 지하가 늘어나는 것처럼요. 그때 휴대폰 화면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는데, 화면에 비친 제 그림자 머리가 바뀌어 보이더라고요. 제 그림자는 늘 제 뒤에 있어야 하는데, 그날은 그림자가 제보다 약간 앞에서 먼저 움직였어요.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눈이 그걸 계속 잡더라고요.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사무실 복도로 올라왔고, 이상하게도 지하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는 멀쩡했어요. 하지만 지하에서 출구를 찾았을 때,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어요. 제가 그 구간을 지나면서, 화장실로 가는 길이 “돌아간다”는 느낌만 있었던 게 아니라, 돌아감의 끝이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는 거예요. 마치 제가 어떤 경계선에 닿는 순간부터, 제 걸음이 다시 그 자리로 되돌려지는 것처럼요. 그 이후로는 지하 화장실을 갈 때마다 일부러 시간을 넉넉히 잡고, 혼자 가는 걸 피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구간을 지나가면 괜히 뒤를 한 번 더 보게 되더라고요. 안 보면 될 일을요.

며칠 뒤에 소문이 돌았어요. 지하 쪽에 “사용 안 하는 통로”가 있다는 얘기요. 사실 회사 다니면 그런 말 하나쯤은 나오잖아요. 근데 들은 사람들 표정이 이상했어요. 웃으면서 “거기 들어가면 길이 헷갈린다” 정도로 끝나긴 했는데, 공통으로 한 말이 있더라고요. “화장실 가는 길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로 들어간다”는 말이요. 그 말 듣고 나서야 제 경험이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싶다가도, 또 한편으론 그 복도에서 들리던 숨소리랑 문 닫는 소리가 자꾸 겹쳐져요. 지금도 지하로 내려가면, 화장실 문 앞을 향해 걷는 제 발이 어느 순간부터는 제 의지랑 어긋나는 것 같아요. 딱, 돌아가기 직전의 공기가 먼저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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