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출구에서 차가 멈추는데도 앞으로 간 것처럼 느껴져
지하주차장 출구에서 차가 멈추는데도 앞으로 간 것처럼 느껴져. 그날은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빌딩 출입도 한가했는데 이상하게 ‘내가 있는 위치’가 자꾸 앞으로 밀리는 느낌이 들더라. 처음엔 내가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구 쪽으로 나가려는데, 차가 출구 앞에서 완전히 멈췄는데도 계기판이랑 바닥이 계속 ‘조금씩 앞으로 간다’는 감각을 줬어. 손에 잡힌 핸들은 분명 고정돼 있었고, 브레이크 페달도 딱딱했는데, 몸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이상했어.
출구는 자동문이랑 바리게이트가 같이 있는 구조였는데, 차가 정차한 타이밍에 바리게이트가 내려오더라고. 그런데도 차가 앞으로 더 밀린 것처럼 차체가 미세하게 흔들렸어. “설마 내가 잘못 밟은 건가?” 싶어서 시동 끄기 전에 기어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귀가 멍해지면서 엔진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차를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다시 완전히 멈춰보려고 했어. 풋브레이크를 세게 밟고, 변속도 중립으로 바꾸고, 핸드브레이크까지 당겼는데도 앞유리 쪽에서 바깥 불빛이 미세하게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 특히 출구 전등이 깜빡일 때, 내 차가 정지해 있는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착각이 생겼지.
그때부터는 ‘기계가 고장난 건가’가 아니라 ‘공간이 잘못 움직이는 건가’ 같은 생각이 들더라. 지하주차장 출구 바닥에는 연석처럼 보이는 경계선이 있는데, 보통은 그 선이 고정되어 보이잖아. 근데 그날은 선이 아주 천천히 뒤로 지나가는 것처럼 보여. 분명 차는 멈춰 있는데도 말이야. 멈췄는데도 앞으로 가는 감각이 계속 이어지니까, 손끝이 저리면서 식은땀이 났어.
급하게 내려서 주변을 봤는데, 차 바퀴는 분명 바닥에 눌린 자국 그대로였고, 소리도 없어. 자동문도 이미 닫힌 상태였고, 출구 쪽에서 차가 들어오거나 나갈 일도 없었어. 그런데도 차 안에서는 미세한 진동이 계속됐고, 등받이에 닿은 등 피부가 아주 약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반복됐어. 마치 누가 지하에서 손으로 차를 살짝 밀었다가 멈추는 것처럼.
나는 차 안에서 무슨 앱 알림이라도 울리면 정신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휴대폰 화면도 껐어. 대신 엔진룸 쪽 소리를 듣는데, 이상하게도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아니라, 아주 낮은 진동 같은 게 들렸어. 그 진동이 출구 쪽 바닥 타일과 같은 주기로 반복되는 느낌. 그러다 갑자기 바람이 확 들어오더니, 출구 센서 쪽에서 소리 없이 바리게이트가 한번 더 움직였어.
그 순간 나는 확신이 들었어. 누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착각도 아닌 것 같다고. 차가 멈춘 상태인데도 앞쪽이 점점 가까워지고, 내 시야는 계속 이동하는 것처럼 정렬이 틀어졌거든. 나는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고 했는데, 발을 내딛는 타이밍이 이상했어. 한 걸음 내딛으면 바닥이 바로 있어야 하는데, 잠깐 늦게 닿는 느낌이 들어서 균형을 잡느라 더 놀랐지.
다행히 그 이상한 느낌은 몇 분 만에 뚝 끊어졌어. 그때 차 안으로 다시 들어가 보니 계기판은 정상이고, 기계 고장 경고도 없었고, 바리게이트는 이미 고정돼 있었어.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야. 출구까지 가는 동안 분명 ‘멈춰 있던 구간’이 있는데, 내 머리에는 그 구간이 비어 있는 것처럼 기억이 흐릿했거든. 마치 사진 찍다가 손이 잠깐 가려진 것처럼.
지하주차장 정산하고 나와서도 계속 생각났어. 왜 하필 출구에서, 그리고 왜 나는 멈춰 있는데도 앞으로 간 것처럼 느꼈을까. 그날 이후로 다른 날에 같은 주차장을 이용해도, 출구 바닥 경계선 앞에 서면 가끔 눈앞이 아주 잠깐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차는 멈췄는데 공간이 먼저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걸 ‘내가 이동했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지나가게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