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 대기 중인데 내 앞의 의자가 갑자기 뒤로 밀렸어
병원에서 진료 대기 중인데 내 앞의 의자가 갑자기 뒤로 밀렸어. 처음엔 사람이 부딪힌 줄 알았거든. 그런데 문제는 그 “부딪힘”이 딱 한 번이 아니라, 내 앞에 앉아 있던 의자가 내가 숨 쉬는 타이밍이랑 맞춰서 꾸준히 미세하게 밀렸다는 거야.
그날 나는 감기 증상 때문에 내과 접수부터 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어. 대기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는데, 가끔은 형광등이 윙— 하고 울리는 소리랑 멀리서 들리는 복도 안내 방송만 반복됐지. 나는 번호표를 손에 쥐고 앞을 보면서 “곧 내 차례겠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줄 의자 하나가 소리 없이 뒤로 밀려나더라.
내 앞의 의자는 사용자가 앉는 플라스틱 의자가 아니라, 철제 다리 달린 오래된 의자였어. 그래서 보통은 밀리면 바닥에서 끌리는 소리가 나거든. 그런데 그때는 소리가 거의 안 났어. 의자만 툭— 하고 위치가 바뀐 느낌. 내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의자 끝이 다시 한 번 더 움직였어. 아주 작게. 마치 누가 발뒤꿈치로 살짝 밀어준 것처럼.
나는 순간 당황해서 주변을 봤어. 내 옆에는 두 분이 앉아 있었고, 뒤쪽엔 누가 서서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아무도 그 의자를 보지 않았어. 의자 뒤에는 아직도 사람들 시선이 닿아 있었고, 누가 일어나며 밀었을 만한 움직임도 없었지. 그런데도 의자 등받이 방향은 계속해서 내 쪽으로 틀어져 있었어.
“에이, 누가 장난친 거겠지”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때 의자에서 살짝 냉기 같은 느낌이 올라오는 것 같았어. 내 얼굴 쪽까지 닿을 정도는 아닌데, 손등이 닿아 있는 팔걸이 근처에서 이상하게 서늘했어. 그 순간 내 휴대폰이 배터리 3% 남았다고 뜨더라. 방금까지만 해도 20%쯤이었거든. 이상하다 싶어서 화면을 다시 봤는데도 그대로였어.
다음 진료 호출이 나왔는데, 나는 물론 아니었고 옆자리 분이 일어나서 들어갔어. 나는 잠깐만 더 기다리려고 의자에 몸을 기대었지. 그런데 그 의자가 또 밀렸어. 이번엔 “내 몸이 들썩이는 순간”에 맞춰서. 정확히는 내가 숨을 들이마실 때 의자가 아주 미세하게 뒤로 가고, 내쉬면 멈추는 느낌이었어. 마치 누가 내 호흡을 따라하는 것 같았달까.
나는 괜히 바보처럼 행동할까 봐 의자 다리를 조심히 확인했어. 바닥에 먼지 자국이 있었는데, 방금 이동한 자국이 새로 생긴 거였어. 대기실은 바닥이 반질반질한 재질이라, 자국이 남으면 티가 나거든. 그런데 그 새 자국의 방향이 이상했어. 누가 옆에서 밀면 생길 각도가 아니라, 정면에서 당겨진 듯한 선이더라. 누가 끌어당겼거나, 혹은 의자 자체가 스스로 위치를 바꾼 것처럼.
그때부터는 소리가 더 신경 쓰였어. 의자는 조용히 움직이는데, 대신 철제 다리 아래에서 아주 약한 “끼—” 같은 진동음이 들렸어. 사람 걸음 소리나 의자 끌림 소리랑 달랐고, 마치 누군가가 종이를 천천히 밀어 넘기는 소리 비슷했어. 나는 결국 일어나려 했는데, 몸을 세우는 순간 내 등 뒤가 퍽 하고 가벼워졌어. 의자가 내 자세에 맞춰서 비켜준 느낌이라기보다, 누가 “자리를 비켜라”라고 말한 것 같은 압박이었고.
나는 자리에서 손을 떼고 멀찍이 떨어져 앉았어. 그런데 내 앞 의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멈춰 있었지. 주변 사람들은 계속 휴대폰을 보고, 어떤 분은 신문을 펼치고, 누군가는 물을 마시고 있었어. 나만 이상한 걸 본 것 같아서 더 무서웠어. 생각해보면 내가 제일 가까이 앉아 있었고, 병원 대기실 특유의 정적과 형광등 소리 때문에 스스로 과민해졌을 가능성도 있잖아.
근데 진짜 소름은 마지막에 나왔어. 내 차례가 돼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고 몇 분쯤 뒤에, 접수처에서 다시 호출이 울렸거든. 내 번호표가 다시 불렸어. 나는 깜짝 놀라서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접수 직원이 “아, 방금 들어가셨는데요. 혹시 의자에 가방 두고 오신 거 없으세요?”라고 묻더라. 나는 가방을 들고 나갔거든. 그런데 내 손목에는 방금 전까지 없던 작은 먼지 띠가 묻어 있었어. 마치 누가 의자 아래에서 나를 끌어올린 것처럼, 바닥 방향 그대로 따라붙은 먼지였고, 그 먼지 띠가 내 시선과 똑같이— 내 앞의 그 의자 방향으로만 이어져 있었어. 그날 이후로 병원 대기실에서 의자가 조용히 움직일 때마다, 난 숨을 먼저 세고 있어. 누가 내 호흡을 기다리고 있을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