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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부엌 식탁 아래로 뭔가가 끌려가는 소리

2026-09-26 00:29:11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부엌 식탁 아래로 뭔가가 끌려가는 소리 그날도 별거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시계추 소리처럼 규칙적으로 “끄르륵… 끄르륵…” 하고 끌리는 소리가 났어요. 처음엔 장판이 삐걱대는 건가 싶어서 웃어넘겼거든요. 근데 소리가 부엌 쪽, 정확히는 식탁 다리 아래에서 났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골집에 방을 쓰고 있었고, 부엌은 바닥 장판이 오래돼서 밤에 온도 차가 나면 소리가 좀 나요. 그래서 그날도 ‘또 그거겠지’ 하고 물컵을 씻다가 멈췄어요. 끌리는 소리가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더라고요. 그 리듬이 딱 식탁을 한 바퀴 도는 것처럼, 원을 그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손에 든 컵이 갑자기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요.

아버지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고, 엄마는 안방에서 빨래를 개고 계셨어요. 저는 그냥 “부엌 바닥 삐걱거려”라고 말하려다, 소리가 너무 또렷해서 말을 삼켰습니다. 장판이 끌리는 소리치곤 너무 ‘무게’가 있었거든요. 소리가 날카로운 금속 같은 건 아니고, 뭔가가 눌린 채로 끌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식탁 아래쪽에서 나는 것만은 확실했어요.

한참을 듣다가 결국 식탁 쪽으로 갔습니다. 불을 켜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불을 켜는 순간 소리는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부엌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바닥에 얇게 깔렸고, 식탁 아래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습니다. 저는 무릎을 꿇고 손전등으로 비춰봤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그냥 낡은 다리와 그 아래 먼지, 그리고 젖은 종이 같은 게 구겨져 있는 정도.

그런데 제가 손전등을 들고 고개를 조금만 더 숙이는 순간, “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끌리는 소리가 딱 끊겼어요. 동시에 제 등 뒤에서 아주 조용히 바람이 스쳤는데, 부엌 문은 완전히 닫혀 있었거든요. 저는 순간적으로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걸 느끼고 일어나려 했고, 그때 식탁 아래에서 뭔가가 ‘살짝’ 움직인 게 보였습니다.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고, 손전등 빛이 흔들리는 방향으로만 확실했어요.

그 뒤로 소리는 더 자주 났습니다. 밤마다 같은 시간대였고, 항상 부엌 쪽에 먼저 울리다 보니 가족들이 다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버지는 “그 집은 원래 그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엄마는 “누가 밑에서 장난 치나보다” 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사실 저도 그 말이 편했어요. 괜히 혼자 무서워서 상상 키우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근데 며칠 뒤, 식탁 아래에 있던 구겨진 종이들이 이상하게 정리돼 있었어요. 제가 분명히 구겨진 걸 봤는데, 다음 날 아침엔 반듯하게 접혀 있었고, 가장자리 쪽엔 검은 자국이 얇게 남아 있었어요. 손톱으로 문지르면 번지는 정도의 잉크 같은 거. 그걸 보고도 저는 ‘바람에 날려서 누가 치웠나’ 정도로 합리화했는데, 그날 밤 소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이번엔 끌리는 소리가 식탁 다리 주변을 도는 게 아니라, 식탁에서 아주 약간 떨어진 벽 쪽으로 ‘밀려가듯’ 이어졌어요. 그리고 아주 짧게, 사람이 숨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소리가 섞였어요. 제가 너무 겁이 나서 문을 열고 거실로 뛰어나가려던 순간, 집 전체가 잠깐 멎은 것처럼 조용해졌습니다. 텔레비전 소리도 끊기진 않았는데, 소리의 결이 갑자기 납작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 다음에 다시 끌리는 소리가 시작됐는데, 이번엔 식탁 아래가 아니라 제가 있는 쪽을 향하는 듯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식탁 아래를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하면 더 또렷해질 것 같아서요. 대신 커튼을 쳐서 달빛을 줄이고, 밤에는 부엌 불을 계속 켰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을 켜도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리가 더 낮아지고, 마치 누가 천천히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처럼 들렸어요. 끄르륵 소리가 사라지는 대신, 바닥 밑 어딘가에서 가느다란 긁힘이 이어졌습니다. 마치 길을 찾는 것처럼요.

며칠 후 아침에 엄마가 부엌을 청소하다가 식탁 한쪽 다리를 살짝 들더니, 바닥 아래에서 낡은 천 조각을 꺼냈어요. 그 천은 제가 봤던 구겨진 종이랑 비슷한 검은 자국이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자리 쪽이 마모돼 있었어요. 누군가 계속 끌어당긴 것처럼요. 엄마는 “아, 여긴 원래 이런 게 있나 보네” 하고 휙 덮어버렸는데,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가 다시 서늘해졌습니다. 소리는 사라졌는데, 그 천 조각만 남아 있는 느낌이요. 그날부터 저는 밤에 부엌 쪽을 지나갈 때마다 식탁 아래에서 누군가가 아직도 같은 리듬으로, 제 발이 닿는 순서를 기다리는 것 같아 자꾸 뒤돌아보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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