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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같은 구두 소리가 들려

2026-09-26 04:29:13 조회 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같은 구두 소리가 들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그 소리가 너무 규칙적이어서 어느 날부터는 일부러 타이밍을 맞춰 보게 됐어. 문이 '딩' 하고 열리는 순간, 복도 쪽에서 딱 한 번, 구두 굽이 바닥을 찍는 소리가 들렸거든. 그리고 그 다음엔 아무도 없는데도, 내 뒤에서 누군가가 내려선 것처럼 공기가 묘하게 차가워져.

사건은 이사 온 지 일주일쯤 됐을 때부터였어. 원래 그 건물 엘리베이터는 새벽에도 조용하지 않거든. 버튼 누르는 소리, 케이블 소리, 가끔 고장 난 듯한 경고음까지. 그런데 그 구두 소리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딱 그 타이밍에만 맞춰서 나왔어. 마치 내가 문을 열어 주면, 그때 누군가가 복도 끝에서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처음엔 그냥 층간 소음인가 했어. 누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면서 잠깐 신발을 끄는 소리일 수도 있고, 복도에 있는 다른 세대에서 걸어 나오는 소리일 수도 있지. 근데 이상한 건 그 소리가 “한 걸음”으로 끝났다는 거야. 문이 열릴 때마다 굽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한 번, 그리고 끝. 두 번 세 번 이어지지 않더라. 누가 걸어가다가 멈춘 느낌이 아니라, 딱 문 앞에 ‘도착’한 뒤 바로 사라진 것 같은 잔향만 남아.

나는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일부러 문이 열리기 직전에 숨을 멈췄어. 소리를 확인하려고 귀를 들이밀면, 갑자기 내 심장 소리만 크게 들리는 게 이상했어. 문이 열리기 0.5초쯤 전부터 등 뒤가 서늘해지고,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복도 쪽에서 그 구두 소리가 다시 나타났지. 신발이 ‘정지’하는 소리처럼 딱 소리가 고정돼 있었어. 그게 사람 발걸음이면, 앞뒤로 마찰이나 미세한 흔들림이 생기는데 그런 게 전혀 없더라.

그래서 관리실에도 말해봤어. “엘리베이터 열릴 때마다 굽 소리가 나요. 방송이나 경고음 아니죠?” 하고 물었는데, 직원은 웃으면서 “그 시간대에 복도 스피커가 울리거나, 다른 층에서 공사하는 경우가 있어요”라고만 했어. 내가 “근데 한 번만 나고, 매번 타이밍이 같아요”라고 하니까 그제야 직원 표정이 잠깐 굳더라. 그러곤 “혹시 그 소리 들리면 문 열리기 전에 한 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 우리도 종종 민원 들어와서요”라는 말만 남기고 끊었지.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더 집요하게 확인했어. 어느 날은 일부러 같은 시간대에, 다른 층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기도 했고, 반대로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했어. 그런데 문이 열릴 때마다 소리는 똑같이 났어. 내가 몇 층에 있든 상관없었고, 내가 혼자 타고 있든 누가 같이 타고 있든 상관이 없더라. 항상 “문이 열리는 순간”에만 존재했거든. 마치 소리가 엘리베이터 자체에 붙어 있다기보다, 문이 열릴 때마다 복도 어딘가가 ‘열리는 방식’으로 맞춰진 것처럼.

어느 밤엔 정말로 확인하고 싶어서, 현관문 앞에 서 있다가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렸어. 문이 열리면 그 구두 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번엔 반대로 들렸어. 구두 소리가 먼저 나고, 그 다음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따라왔지. 처음엔 내 착각인가 싶었지만, 녹음 앱을 켜둔 상태라서 타임라인을 다시 들어봤어. 구두 소리가 먼저 찍히고, 그 뒤로 “딩” 소리가 왔더라. 그때 머리 한구석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어.

그날부터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가지 규칙을 만들었어. 문이 열릴 때는 절대 먼저 내리지 않고, 누가 내린 다음에 내리거나, 최소한 문이 완전히 열린 뒤 3초 정도 기다리는 거야. 그래야 혹시라도 누가 ‘도착’을 완료하고 사라질 시간을 주는 것 같아서. 근데 기다릴수록, 복도 쪽은 더 조용해져. 소리가 사라지는 건 아닌데, 소리가 나는 위치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랄까. 굽이 바닥을 찍는 소리가 한 번은 분명히 들리는데, 매번 더 흐리게 들렸어.

며칠 뒤에는 더 이상한 꿈을 꿨어. 꿈속에서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데,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복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데, 걸음은 소리가 없고 구두 굽이 닿는 지점만 또렷하게 들리는 거야. 걸어오는 건지, 내 쪽으로 ‘문이 나오는’ 건지 구분이 안 됐어. 꿈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건, 그 소리랑 똑같은 딱 한 번의 굽 소리였고, 그 뒤에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공기가 스쳤어. 깨고 나서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지.

지금도 엘리베이터는 정상 작동하고, 관리실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해. 근데 나는 가끔, 문이 열리기 전에 복도 쪽을 보면 누가 서 있는 건 아닌데도 그림자가 먼저 보이는 날이 있어. 그리고 그날은 늘, 구두 소리가 더 또렷하게 한 번 찍혀. 이상하게도 소리가 크게 들릴수록 나는 더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요즘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괜히 나도 모르게 속으로 체크해. “이번엔 내가 타는 건지, 누가 나를 부르는 건지” 하고… 그 질문이, 자꾸만 답을 기다리는 쪽으로 기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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