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장갑에서 손때가 아니라 오래된 먼지 냄새가 났어
중고거래로 받은 장갑에서 손때가 아니라 오래된 먼지 냄새가 났어. 처음엔 그냥 보관을 잘못했나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냄새가 “방 안에서 묻어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어디 구석에서 오래 눌러둔 물건을 꺼냈을 때 나는 결 같은 거였거든.
상황은 대수롭지 않았어. 겨울에 쓸 장갑이 필요해서 중고로 올라온 걸 샀는데, 판매자가 “새것에 가깝고 사이즈만 확인했어요”라고 했어. 택배가 오자마자 박스에서 꺼냈고, 포장지 안에 장갑이 비닐로 한 번 더 쌓여 있었지. 근데 비닐을 뜯는 순간, 손때 특유의 비린내나 땀 냄새는 하나도 없고, 그냥 오래된 먼지에 젖은 듯한 누린내 비슷한 게 확 올라왔어.
나는 냄새 맡는 걸 좀 예민하게 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순간적으로 “이거 오래 보관한 건가?” 싶었어. 그래서 장갑을 꺼내 펼쳐봤는데, 손가락 끝이랑 손바닥 쪽에 약간의 회색 기미 같은 게 남아 있었어. 손때가 묻어있는 색이 아니라, 닦아도 금방 지워질 것 같으면서도 잘 안 지워지는 그런 먼지 층처럼 보였고, 천 표면이 유난히 뻣뻣했어.
그래도 새제품이라고 했으니까 세탁하면 되겠지 싶어서 바로 물에 한 번 헹구고 비누로 조심히 문질렀어. 근데 놀랍게도 물이 거의 안 탁해졌어. 보통 먼지가 묻어 있으면 첫 헹굼에 잿빛이 좀 나오잖아? 그런데 첫 물은 깨끗했는데, 대신 장갑에서 냄새가 더 선명하게 올라오더라. 마치 씻는 과정에서 더 오래된 게 튀어나오는 것처럼.
나는 대충 “섬유 염료 냄새가 섞였나” 하고 건조시켰어. 베란다에 널어두고 창문도 열었는데도, 냄새가 쉽게 안 빠졌어. 밤이 되면 오히려 더 진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 낮에는 주변 냄새에 묻히는 듯하다가, 집이 조용해질수록 장갑 쪽에서 은근히 풍겨오는 거야. 이게 진짜로 먼지 냄새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눅눅함인지 구분이 잘 안 됐어.
그때부터 장갑이 “단순히 오래됐네”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장갑을 케이스처럼 보관하는 비닐 안쪽을 자세히 봤는데, 비닐에 아주 미세한 점 같은 게 몇 개 박혀 있더라. 벌레 흔적처럼 보이진 않았고, 그렇다고 먼지랑 똑같아 보이지도 않았어. 내가 예민해서 과하게 보는 걸지도 모르지만, 손으로 문질러보면 그냥 스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표면에 얇게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었거든.
혹시 판매자가 보관하는 과정에서 어떤 곳에 두었나 싶어서 구매 내역을 다시 봤어. 판매자 프로필을 보니까 거래 횟수는 많았는데, 사진 업로드가 거의 없고, 글도 짧게 짧게 적는 스타일이더라. 그래도 환불이나 교환은 귀찮을 테니 그냥 쓰려고 했는데, 손에 끼우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생겼어. 장갑을 끼고 손을 움직이면 냄새가 손바닥 쪽으로 더 가까이 오는 느낌이랄까. 손때 냄새는 아니지만, “무언가가 손을 따라오는” 느낌이 있어서 계속 신경이 쓰였어.
결국 나는 장갑을 한 번 더 세탁하고, 가능하면 빨리 건조시키려고 드라이기 바람도 약하게 줘봤어. 그래도 냄새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먼지 냄새랑 섞여서 살짝 금속 비슷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어. 여기서부터는 솔직히 좀 찝찝하더라. 중고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냐고 넘길 수도 있는데, 이건 “원래 있던 냄새가 남았다”가 아니라, 세탁할수록 다른 층이 드러나는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세탁했는데도 냄새가 좀 남아서요. 혹시 장갑을 어디에 보관하신 건지”라고 물었지. 답이 늦게 왔는데, 내용이 딱 한 줄이었어. “그건 원래 그렇습니다. 새제품도 그 냄새가 나요.” 그런데 그 말이 더 이상했어. 새제품도 그런 먼지 냄새가 난다는 걸 말하는 건 처음 들어보는 거고, 무엇보다 그 문장이 마치 미리 정해둔 답변처럼 딱 붙어있다는 느낌이었거든.
난 결국 장갑을 그냥 창고에 넣어두고, 그날부터 중고거래 물품을 받을 때 포장만 확인하고 끝내지 못하게 됐어. 생각해보면 누가 일부러 숨기려고 했는지, 아니면 그냥 보관이 너무 엉망이었던 건지 알 수는 없어. 다만 그 장갑에서 난 냄새가 손때가 아니라 오래된 먼지의 결 같았다는 사실만은, 지금도 가끔 떠올라. “새것에 가깝다”는 말보다, 냄새는 먼저 기억을 남긴다는 걸 그때 배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