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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주문이 없는데도 배달대행 차량이 우리 동에 서 있었다

2026-09-26 16:29:11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주문이 없는데도 배달대행 차량이 우리 동에 서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배달 앱에서 아무것도 시킨 적이 없는데도 밤 11시쯤부터 우리 아파트 1층 앞에 오토바이 한 대가 계속 세워져 있었고, 그날따라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처음엔 그냥 배회 중이겠지 싶었다. 우리 단지는 외부 차량 출입이 완전 막힌 건 아니라서, 가끔 배달대행 기사들이 단지 안을 한 바퀴 돌고 다음 주문을 잡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데 그 오토바이는 시동을 켠 채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엔진 소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다가도, 가끔은 꺼졌다가 다시 켜지곤 했는데,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날 오후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낮이라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1층 경비실 근처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가, 엘리베이터 쪽을 쳐다보는 듯한 방향으로 킥스탠드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다 잠깐 멈춰서 봤는데, 헬멧이 바닥을 향한 채로 고정돼 있어서 시선이 마주쳤는지조차 애매했다.

그때 아파트 게시판에 누군가 “우리 동에 배달 오토바이 자꾸 서있는데 누구 주문인가요?” 같은 글을 올린 게 보였다. 댓글들도 달렸는데, 어떤 사람은 “그 기사님이 길 찾느라 그럴 거다”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밤마다 같은 번호판이다”라고 했다. 솔직히 나도 그때까지는 그냥 동네 소문치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됐다.

3일째 되던 날, 우리 집 앞에 택배도 아닌 작은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문 앞 매트 밑에 들어간 것처럼 툭— 하고 보였는데, 겉면엔 주소가 적혀 있긴 했어도 우편번호나 정확한 호수 표기가 좀 이상했다. 이름은 내 이름이랑 비슷한데 철자가 한 글자 다르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연락처는 없었다. 내가 찾으면 누가 넣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더 이상한 건 그 봉투가 열리는 순간 냄새가 났다는 거다. 종이와 플라스틱이 섞인 듯한 비닐 냄새. 뭐라고 단정할 순 없었지만, 최소한 ‘실수로 잘못 배달’된 느낌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다시 1층에 그 오토바이가 보였다. 이번엔 단지 구석이 아니라 정문 바로 옆. 주변 사람들 시선이 오가는 위치였고, 기사도 내려서 서성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지나가면 잠깐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마치 누군가의 동선을 체크하는 사람처럼. 나는 창문 뒤에서 커튼만 살짝 걷고 봤는데, 기사 헬멧이 한 번 고개를 들더니 우리 동 쪽을 향했다가,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그때부터 나는 ‘배달이 없는 시간대에 왜 굳이 여기 있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우리 동 주민들 중에 특정 시간대에만 주문이 몰리는 편도 아니었고, 공지로 배달 대행 작업을 진행한다는 안내문도 없었다. 오토바이가 서 있는 시간은 매번 거의 같았다. 10시 40분에서 11시 10분 사이. 그리고 그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한 번씩 멈추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오토바이 쪽에서 아주 짧게 정적이 생겼다. 무슨 버튼을 누르거나, 신호를 기다리거나 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경비실에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여기 기사님이 자주 오세요?”라고만 했는데, 경비 아저씨 표정이 순간 굳었다. 아저씨가 “그분이 가끔 들어왔다가 나갔다”면서도, 자세한 얘기는 피했다. 대신 “최근에 동 간 경계쯤에서 뭘 찾는 눈치가 있어요. 이상한 봉투 같은 거 떨어졌다는 말도 들었고요”라고 했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그때 내가 받은 봉투가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음날 아침엔 내가 직접 관리실 앞에 CCTV가 있는지, 그리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물어봤다. 관리실에서는 “영상은 요청하면 확인 가능하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시간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로 그 오토바이는 매번 똑같이 서 있었고, 그 ‘똑같은 시간대’가 핵심이었다. 마치 누가 일부러 그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았다.

며칠 뒤로 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그 오토바이는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정문 앞에도, 우리 동 근처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우리 집 앞에 또 다른 봉투가 생겼다. 이번엔 겉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고, 손대지 않은 것처럼 봉합 테이프만 깔끔했다. 나는 열지 못했다. 손이 떨려서가 아니라, 열면 ‘왜 그랬는지’가 확정될 것 같아서. 지금도 가끔 11시쯤이면 창문을 잠깐 보게 된다. 배달 주문이 없는데도 누군가 우리 동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어쩐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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