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편의점에서 재고가 하루 만에 반대로 바뀐 것처럼 보였어

2026-09-26 20:29:12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재고가 하루 만에 반대로 바뀐 것처럼 보였어. 그날도 평소처럼 야간 정리하고 있었는데, 진열대에 있던 물건들이 어제랑 순서가 바뀐 것도 아니고, 아예 숫자 자체가 뒤집힌 느낌이 들더라. 내가 이상한 착각을 한 건지, 아니면 매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직도 가끔 생각나.

사건이 시작된 건 새벽 두 시쯤이었어. 매대 끝쪽에 있는 즉석식품이었는데, 전날에 재고가 7개라고 찍혀 있었거든. 나는 마감할 때마다 바코드 찍어서 재고를 맞추는 편이라 대충 넘기지 않았어. 그런데 다음 날, 정확히 영수증 프린터에서 재고 확인을 누르자마자 뭔가가 ‘틱’ 하고 걸리는 소리랑 함께 화면이 바뀌었는데, 7이 아니라 2로 내려가 있었어. 그것도 단순히 하나가 빠진 정도가 아니라, 다른 제품과 묶인 칸까지 전부 같이 흔들린 느낌이었지.

처음엔 내가 전날에 잘못 찍었나 싶어서 다시 찾아봤어. 영수증과 매대 쪽 라벨을 대조했고, 냉장칸 안에 남은 것도 확인했어. 근데 이상한 게, 앞에 진열된 제품들은 멀쩡했어. 누가 일부러 빼서 다른 걸 넣은 흔적 같은 것도 없었고, 유통기한도 어긋난 게 없어. 오히려 “그렇게 돼야 자연스러운” 배치처럼 보였는데, 정작 시스템 속 숫자만 반대로 가고 있었어.

재고 확인 화면에서 ‘반대로’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명확했어. 예를 들어 어제는 A제품이 7, B제품이 1이었는데, 오늘은 A가 1이고 B가 7처럼 바뀌어 있었거든. 보관함에 들어간 위치도 바뀐 게 아니라, 그냥 진열대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수량만 뒤집혀 있는 거지. 내가 바코드를 여러 번 찍어보는 동안 매대는 조용했고, 점포 전체 전등도 평소처럼 깜빡이지 않았어. 그래서 더 찜찜했어. 눈으로 본 게 없는데 시스템이 먼저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었거든.

나는 의심을 줄이려고 직원용 CCTV 확인을 하려 했는데, 정작 그 시간대 구간이 묘하게 끊겨 있었어. 화면에선 “신호 없음”이 뜨는데, 보안 프로그램이 이상해진 건지 아니면 단순 오류인지 애매했지. 점포 사장님은 “그 시간대만 원래 가끔 끊겨”라고 넘겼고, 나도 더 캐고 싶진 않았어. 대신 근무자 교대 시간에 딱 한 번씩만 바코드 스캔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체크했는데, 그날은 아무도 다른 시간대에 작업한 사람이 없었거든.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어. 전날 마감하면서 내가 재고를 맞출 때, 어떤 제품 바코드가 두 번 이상 스캔되지 않게 하려고 손에 힘을 줬던 적이 있어. 진열대 칸이 좀 헐거워서, 바코드 라벨이 살짝 기울어져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화면이 바뀐 뒤로 생각해보니, 전날에 내가 그 라벨을 ‘정확히’ 스캔한 게 아니라, 라벨이 살짝 뒤집힌 상태에서 인식이 된 것 같더라. 다만 그 정도로 “수량이 반대로” 바뀔 수는 없잖아. 시스템이 단순 오인식이면 숫자가 어긋나도 방향이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질 리가 없다고 느꼈어.

그래서 나는 테스트를 해봤어. 다음 날 밤, 내가 일부러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의 상품 한 개를 빼서 계산대 앞에 잠깐 올려뒀지. 그러고는 재고 확인을 바로 하지 않고, 한 시간 뒤에 다시 스캔했어. 결과는… 내가 빼둔 그 한 개가 마치 애초에 거기 없었던 것처럼 처리돼 있었어. 그래, 한 개 빠진 건 자연스럽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같은 라인에 있던 다른 상품 수량이 같이 늘어나더라. 마치 시스템이 “없어졌으니, 그 칸에 원래 있던 게 들어갔다”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처럼. 화면 한 줄이 바뀔 때마다 손끝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숫자가 스스로 짝을 찾아 맞추는 것 같았거든.

그때부터 나는 이상한 규칙 같은 걸 떠올렸어. 재고가 뒤집히는 날은 꼭 바람이 세게 불던 날이었고, 자동문이 닫힐 때 유난히 ‘쾅’ 하고 한 번 더 닫히는 소리가 났어. 매장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바닥 타일 진동이 아주 미세하게 느껴졌어. 손전등으로 진열대 틈을 비춰도 특이한 건 없었고, 유통기한 라벨도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사라졌다 나타났다”가 아니라 “서로 위치가 바뀐 것처럼” 처리되는 경우가 반복됐어.

결국 나는 한동안 재고 확인을 늦게 하기로 했어. 마감 직전에 숫자를 맞추려 하지 말고, 아침에 오픈 준비하면서 천천히 확인해보자고 생각했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시간을 바꿔도 결과는 비슷했어. 전날에 맞췄다고 생각한 수량이 다음 날 다시 뒤집히고, 그날 근무할 때는 분명 “어제랑 다르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어. 사장님은 “점포 시스템이 이상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나는 분명 재고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어. 정리하는 손이 있다기보다, 어떤 기준으로 서로를 바꿔 끼워 맞추는 느낌.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은, 어느 날 내가 실수로 재고 화면을 끄지 못하고 그대로 두었다가 화면에 반응이 늦는 걸 본 순간이야. 그때 화면이 잠깐 멈췄다가, 한 줄이 더 뜨더라. 내용은 짧았는데,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이었는지는 지금도 확신이 안 서. 다만 분위기가 “확인됨” 같은 느낌이었고, 그 뒤로 상품 수량이 아주 매끈하게 정렬됐어. 그 정렬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무서웠어. 누군가가 내 일을 대신 해준 것처럼—아니, 내 기억과 숫자를 대신 맞춰서 “하루 만에 반대로” 되돌려 놓은 것처럼.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