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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훈련복 상의 안쪽에 새 실밥이 달려 있었어

2026-09-27 04:29:12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훈련복 상의 안쪽에 새 실밥이 달려 있었어. 처음엔 “야, 작업복 새로 받았나” 싶을 정도로 티가 안 났는데, 단추 채우고 상체를 숙였다가 등으로 땀이 식을 때쯤, 가만히 만져보니 안감 쪽에서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났어. 실밥이야, 그냥 실 몇 가닥이면 끝인데 그게 이상하게도 ‘막 새로 달았다’는 느낌이었어. 낡은 실밥처럼 빳빳하지 않고, 방금 자른 듯한 단정함이 남아있더라.

내가 그걸 처음 느낀 건 전투복 안에 이너를 안 입던 시기였거든. 땀이 배기면서 옷 안쪽이 피부랑 계속 닿잖아. 그래서 실밥이 있으면 금방 티가 나. 근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고, 딱 한 번, 내가 팔을 올렸다가 내리면서 안쪽 천을 쓸어내린 순간에 걸려버렸어. 손가락 끝에 걸린 그 실이 ‘조금만 더 잡아당기면 풀릴 것’처럼 가벼웠고, 동시에 어디에선가 붙어있는 것처럼 단단했지.

나는 귀찮아서 대충 넘길 생각을 했어. 훈련은 계속 돌아가고, 행정은 쌓이고, 옷은 어차피 더러워지니까. 그런데 자꾸 신경이 갔어. 실밥이 달린 위치가 딱 가슴 안쪽, 주머니 라인과 어깨 사이 어딘가였거든. 누가 단추를 고쳤다거나 안쪽 안감이 터진 걸 임시로 꿰맨 자리라기엔, 너무 ‘원하는 모양’처럼 보였어. 실이 한 겹이 아니라 여러 가닥이 짧게 모여 있었고, 그 사이로 아주 얇은 먼지 같은 게 박혀 있었어.

다음 날 아침, 세면대 앞에서 거울 보듯이 자세히 봤는데 그게 더 소름이더라. 실밥 끝이 조금씩 빛났어. 땀에 젖었다 마른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손가락으로 천을 문질렀는데, 실밥 주변만 유난히 매끈하게 정리된 느낌이었어. 마치 누가 손으로 매만지고, 딱 그 자리만 정리해둔 것처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실밥 주변 천의 방향이 다른 곳이랑 달랐어. 바느질한 사람이 천을 살짝 들어 올려서 고정해둔 게 느껴졌거든.

그때 머릿속에 든 생각이 “혹시 세탁소에서 잘못 처리된 건가”였어. 근데 우리 부대는 세탁을 맡기기보단 병사들이 돌아가면서 세탁하고 건조실에서 말리는 분위기였고, 개인 장비는 개인이 확인하거든. 훈련복은 지시 내려오면 일단 보급받고, 중간에 누가 훔쳐서 손대는 구조가 아니야. 물론 세상에 100%는 없지만, 그래도 그 실밥은 너무 ‘관찰’한 흔적 같았어.

나는 결국 조용히 실밥을 아주 조금만 뜯어봤어. 손톱으로 잡아당기면 풀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단단했어. 실이 천을 관통한 건지, 아니면 겉에만 걸려 있는지 모르겠더라. 한 번에 뜯어버리면 티가 나서 더 위험하니까, 최대한 티 없이 정리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손끝이 차갑게 굳는 느낌이 들었어. 실밥이 걸린 곳 아래로, 아주 얇은 무언가가 같이 움직였거든. 천이 아니라, 천 안쪽의 공간이 ‘살짝’ 눌리면서 같이 반응하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부터는 솔직히 멈췄어. 군대에서 이상한 걸 건드리면 괜히 문제만 커지잖아. 대신 훈련 중에도 자꾸 그 자리만 기억났어. 왜냐하면 그 위치가 몸을 보호하는 장비 위치랑도 살짝 겹치고, 특히 사격이나 행군할 때 자세가 바뀌면 그 부위가 가장 먼저 마찰이 생기는 곳이더라. 누가 일부러 그 부위를 골라서 뭔가를 달아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계속 찝찝했지.

며칠 뒤, 나는 결국 상의를 교체해달라고 정비병한테 말했어. “안쪽에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요”라고만 했고, 구체적으로 실밥이라고 말하진 않았어. 정비병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면서 “보급품은 가끔 그래” 하고 확인만 해주더라. 근데 놀랍게도 그 사람이 상의를 뒤집어 보는 순간, 딱 그 위치를 바로 찾더라고. 그냥 우연이라고 하기엔 손이 너무 빠르고 정확했어. 확인하더니 “아, 이거” 하고는 아무 말 없이 실밥을 정리해버렸고, 나는 그때서야 입술이 마르는 걸 느꼈어.

그날 밤엔 잠이 안 왔어. 옷을 교체해버리면 끝나는 일이잖아. 근데 왜 끝이 아닌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어. 정비병이 먼저 그 자리를 찾아낸 게, 내가 느낀 “막 새로 달았다”는 감각이랑 겹치면서 자꾸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거든. 누가 단순히 수선을 했던 걸까, 아니면 누가 ‘특정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손댄 걸까. 나는 그 실밥을 뜯지 못했는데, 그 실밥이 달린 자리를 누군가가 너무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했어.

지금도 가끔 훈련복 새 옷 받는 꿈을 꾸면, 손이 먼저 상의 안쪽을 더듬어버려. 실이 걸리는 느낌이 나는지 확인하려고. 근데 이상한 건, 꿈에서 손이 닿는 순간에는 실밥이 또렷이 보이면서도 정작 ‘무슨 목적이었는지’는 끝까지 안 보여. 그래서 더 찝찝해. 언젠가 그 실밥은 사라졌는데, 누군가의 손길만 남아서 내 기억 속에 고정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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