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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엘리베이터 호출기가 고장인데도 계속 울렸어

2026-09-27 08:29:11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엘리베이터 호출기가 고장인데도 계속 울렸어. 처음엔 우리 층 기계가 장난치는 건가 했는데, 그날 이후로는 그냥 “고장”이라는 말이 너무 뻔하게 들리더라.

사건은 평소랑 똑같이 시작됐어. 퇴근 전쯤 회의실 옆 복도에서 벨 소리가 한 번 크게 울렸거든. 딩— 하고 울리는 그 소리. 그런데 우리 회사 엘리베이터 호출기는 몇 주 전부터 종종 먹통이었어. 누르면 반응이 없거나, 한참 있다가 다른 층에 불이 들어오는 식. 그래서 다들 “또 고장 났나 보다” 하고 넘어갔지.

근데 그날은 달랐어. 누군가 호출기를 눌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거든. 회의실 유리문 너머로 사람들이 오가는데, 복도 쪽을 봐도 호출기 앞에 멈춰 서는 사람은 없었어. 그런데도 계속 울렸어. 딩—, 딩—. 마치 “지금 여기 있어”라고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나는 일단 전기과에 물어보려고 팀장한테 말하려다 말았어. 그때가 퇴근 직전이라 다들 짐 챙기는 분위기였거든. 대신 내가 직접 복도 끝 호출기 쪽으로 갔어. 호출기 버튼에는 먼지가 조금 쌓여 있었고, 화면엔 아무 숫자도 떠 있지 않았는데 소리만 나고 있었어. 손을 대면 더 커지거나 멈추는 것도 없었고, 그저 소리만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지.

“고장 난 거지 뭐.” 옆에서 지나가던 대리가 짧게 말했는데, 그 대리가 한마디 더 붙였어. “근데 이런 건 보통 소리 한두 번 나고 끝나.” 그러면서도 표정이 좀 묘했어. 대리 말은 맞았어. 고장 나도 짧게 끊기거나, 아예 먹통이 되는 게 보통이었거든. 그런데 호출기는 마치 누군가의 리듬을 따라 가는 것처럼 정확한 간격으로 울리고 있었어.

그때부터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어. 복도 끝, 직원들이 잘 안 쓰는 창고 쪽으로 조명이 희미하게 흔들렸거든. 바람도 없는데 셔터처럼 살짝살짝 움직이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울리는 소리와 맞춰서, 호출기 옆에 붙어 있던 작은 안내문이 아주 조금씩 떨렸어. 안내문이 딱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누가 문질렀을 때만 살짝 들리는 종류였거든. 누가 지나가면서 스친 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됐어.

나는 결국 관리팀에 연락했어. 통화 연결되자마자 기사님이 “그 호출기요? 아, 그거 고장났는데 알람이 계속 울릴 수 있어요”라고 말하더라. 근데 그 말도 이상했어. 알람이면 경보처럼 특정 시간대에만 울려야 할 텐데, 그날은 퇴근 시간 딱 맞춰서 울렸거든. 더 웃긴 건, 기사님이 말하는 동안에도 호출기는 멈추지 않았다는 거야. 나는 ‘이건 진짜 고장 알람이라기보단 누군가 부르는 신호’ 같은 느낌을 받았어.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단 증거는 없지만, 감각이 너무 확실했거든.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호출기 앞으로 갔을 때, 버튼 위에 손자국 같은 게 보였어. 누가 방금 누른 것처럼 새까맣게 번진 건 아니고, 오래 묻었던 때가 특정 면만 유난히 닦인 느낌이었어. 누가 눌렀다기보다, 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자세로 잠깐 멈췄다가 손을 뗀 흔적 같았지. 문제는 그 앞을 지나간 사람을 내가 계속 봤는데,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았어. 다들 복도 반대편, 정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 서고 있었거든.

그때부터 소리가 조금 달라졌어. 처음엔 “딩—”이 한 번 울리고 끝났는데, 중간중간 짧게 끊기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딱… 딩—” 하면서 마치 누군가가 숨을 고르는 것처럼 들렸어. 내 귀가 이상해진 건가 싶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직원도 “야, 저거 방금 소리랑 똑같아”라고 말하더라. 우리는 서로 얼굴만 보며 조용해졌어. 고장이라면 같은 패턴으로 계속 가야 정상인데, 그날 소리는 점점 ‘응답’처럼 변하고 있었거든.

마지막으로 기사님이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호출기 커버를 열고 “전원부 문제네요”라고 하더니 케이블을 정리했어. 그리고 소리는 꺼졌지. 그런데 기사님이 케이블을 만지기 직전에, 커버 안쪽에서 아주 약하게 아주 짧은 전기음 비슷한 게 한 번 더 났어. 그게 호출기 소리랑 같진 않았고, 마치 누군가가 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손을 거둔 소리 같았어. 기사님은 그냥 “잔류 전류”라고 웃었지만, 우리는 웃지 못했어.

그날 이후로 호출기는 완전히 고쳐졌는데도, 가끔 내가 복도 지나갈 때면 소리가 다시 떠오르더라.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호출기 쪽이 먼저 떠오르는 거. 고장 난 기계가 사람을 부르는 게 말이 되냐고 스스로도 묻는데, 그날처럼 정확한 간격으로 울리던 딩—이 내 귀엔 아직도 남아 있어.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해. 혹시 그 호출기가 고장이라기보다, 누군가가 “지금”을 잘못된 방식으로 남긴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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