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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라이터가 있는데 불이 안 붙으면서 가끔 빛만 깜빡여

2026-09-28 04:29:12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라이터가 있는데 불이 안 붙으면서 가끔 빛만 깜빡여. 처음엔 그냥 배터리나 가스 문제겠거니 했는데, 그날 밤부터 이상하게도 “딱 그 순간”에만 반응하더라. 진짜로 별일 아니라고 넘기려다, 지금도 그 물건 만지면 손끝이 좀 차가워져서 글로 풀어보려 함.

상황은 평범했어. 중고앱에서 누가 “상태 괜찮음, 가벼운 사용감”이라며 라이터를 올렸고, 사진엔 불꽃이 잘 나오는 것처럼 보였거든. 나는 담배는 잘 안 피는데도 가끔 필요해서, 사자마자 비슷한 걸로 테스트만 해두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배송 오고 바로 열어봤는데, 케이스는 멀쩡했고 냄새도 심하게 이상하진 않았어.

근데 막상 버튼을 눌러도 불이 안 붙는 거야. 지잉- 하는 소리랑 함께 점화 동작이 돌아가긴 하는데, 불꽃은 안 나오고 전면에 작은 금속부 쪽이 한번씩 반짝이더라. 마치 카메라 플래시처럼 “짧게” 빛이 나고, 곧바로 다시 죽어. 가스가 비었나 싶어서 밸브 쪽도 살살 만져보고, 가스 리필도 해봤는데 결과는 똑같았어. 빛은 남아있는데, 불은 없는 거지.

처음엔 단순 불량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판매자한테 연락했는데, 답이 늦더니 결국 “제가 마지막으로 써봤을 땐 됐다. 혹시 충격받았나?” 이런 식으로만 오더라. 환불해달라고 하려는 찰나, 그 라이터가 이상하게 나한테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어. 정확히는 내가 불을 찾는 행동을 할 때, 예를 들면 어두운 방에서 휴대폰 불빛을 켰다 끄거나, 스위치 누르는 타이밍에 맞춰서 라이터가 딱 한 번 더 깜빡였거든.

그때부터 “우연인가”를 따져보려고 했어. 라이터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손을 멀찍이 뒀을 때는 안 깜빡였는데, 내가 근처로 오면, 특히 손가락이 라이터 쪽으로 향하려는 찰나에 빛이 먼저 나와. 불이 아니라 빛이 먼저. 이상하게도 빛이 나면, 그 다음엔 버튼을 눌러도 점화가 잘 안 됐어. 마치 “이미 확인했으니 됐다”는 느낌 같았달까.

그리고 제일 거슬렸던 건 시간대였어. 하루는 저녁 11시를 넘기고 방이 완전히 조용해졌을 때, 라이터가 혼자서 아주 짧게 깜빡였어. 나는 그때 아무 버튼도 안 눌렀고, 방에 있는 건 나랑 휴대폰 화면뿐이었거든. 깜빡이는 순간, 휴대폰 알림도 울리지 않았는데도 내 귀가 살짝 멍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 뒤로는 다시 아무 반응이 없었고, 다음날엔 또 특정 시간,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간대에만 나타나더라.

나는 결국 다른 테스트도 해봤어. 라이터를 금속 서랍 안에 넣어서 금속 간섭을 보거나, 비닐로 한 번 감싸서 외부 환경을 바꿔봤는데도 소용없었어. 깜빡임은 일정한 규칙이라기보단 “내가 뭔가를 켜려는 순간”에 더 잘 나왔어. 예를 들어 어두운 방에서 라이터를 들고 버튼을 누르기 직전, 한 번 빛이 먼저 치고, 그 다음에야 나는 버튼을 눌렀는데도 불이 안 붙는 거야. 그래서 더 이상하면 “불을 주지 않으면서 확인만 하는 물건”이 된 것 같았지.

어느 날은 너무 답답해서, 라이터를 대충 닦다가 옆면에 작은 스티커 자국을 봤어. 누가 떼어낸 흔적인데, 스티커 아래가 유난히 반질반질하더라. 손톱으로 조심히 긁어보려다 말았는데, 그때 라이터가 또 깜빡였어. 내가 스티커 자국을 건드린 게 아니라, 손톱을 가져가려는 미세한 움직임에서 반응이 나왔다는 게 더 신기했어. 이쯤 되면 “고장”이라기보다 센서나 타이밍 기능처럼 느껴졌고, 동시에 뭔가를 ‘인식’하는 것 같아 오싹했지.

그 뒤로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까 하다가도 못 버렸어. 왜냐면 그 라이터가 버려질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이상하게도 깜빡임이 줄어들거든. 밤마다 보이던 반응이 어느 날부터 뚝 끊겼어. 처음엔 고장이라니까 끝난 건가 싶었는데, 며칠 후에 다시 켜졌고, 그때는 더 짧았어. 마치 누가 “다 봤으니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도 가끔 생각나.

중고로 산 물건이 내 생활을 이렇게까지 따라오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그 라이터는 아직도 불은 못 붙이면서 빛만 남겨놨어. 그리고 그 빛이 깜빡일 때마다, 이상하게도 내 손이 뭔가를 켜려는 방향으로 먼저 가더라. 혹시 라이터가 내 ‘불’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잊어버린 어떤 걸 먼저 확인하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면, 조용한 밤이 더 무서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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