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새벽에 우편함이 열리고 아무것도 없었어
원룸에서 새벽에 우편함이 열리고 아무것도 없었어
진짜 이상했던 건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래도 내가 “이게 뭔가” 하고 확신을 갖게 된 건, 새벽 두 시쯤 갑자기 현관 쪽에서 철컥 소리가 나면서 시작됐어. 원룸 특유의 얇은 문 때문에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더라. 나는 반쯤 깬 채로 문 쪽을 봤는데, 복도 쪽은 어둡고 조용했거든. 그런데 내 현관에 달린 우편함이, 누가 손으로 열어 젖히는 것처럼 그대로 열렸다.
처음엔 사람 실수인가 싶어서 그냥 다시 눈을 감았어. 그런데 열리는 소리가 끝나고, 잠깐 뒤에 “툭” 하고 뭔가가 떨어진 느낌이 났다. 분명 우편함 안으로 뭔가가 들어온 거겠지. 나는 이불을 덮고도 불안해서 결국 일어나서 현관 앞으로 갔다. 문을 열기 전에 우편함 틈을 보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우편함 안쪽은 깔끔했거든. 종이 한 장, 안내문 한 장도 없고, 무게감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소리가 너무 생생해서 그냥 넘기기엔 찝찝했어. 그래서 문을 열고 복도를 봤는데,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멈춘 상태처럼 조용했어. 관리실에 전화하면 민원만 커질 것 같아서 그냥 자고 일어나려 했지.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더 찜찜해졌어. 우편함은 전날처럼 닫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잠금장치 부분이 살짝 벌어진 느낌이 남아있었고, 손으로 만지면 아주 미세하게 헐거운 게 느껴졌다.
그 뒤로 일주일쯤은 그냥 “기분 탓”으로 넘기려고 했는데, 새벽에 또 똑같이 일어났어. 이번엔 조금 빨랐어. 새벽 한 시 반. 이번에도 철컥, 철컥 소리로 시작해서 우편함이 열렸고, 그 다음엔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어. 난 우편함 안을 확인했고, 혹시 내가 못 봤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 더듬어 봤는데 텅 비어 있었어. 종이로 된 게 들어간 흔적도 없고, 먼지만 정상적으로 쌓여있었어.
이때부터는 내 귀가 문제인지, 아니면 누가 일부러 장난치는 건지 갈피가 안 잡혔다. 그래서 CCTV가 있는지 찾아봤어. 원룸이라 보안이 따로 없는 줄 알았는데, 복도 끝에 아주 작은 카메라가 있더라. 그런데 관리실에 물어보니 “그 시간대 녹화는 저장이 안 될 때가 있다”는 말만 하더라. 말투가 너무 습관적이라 더 짜증이 났고, 결국 나는 내 납득이 안 되는 걸 혼자 떠안게 됐어.
그런데 이상한 건, 우편함이 열리는 날은 꼭 다음날 내 방 안 공기가 달라진다는 거야. 창문을 안 열었는데도 냄새가 달라지고, 먼지가 쌓이는 방향이 미묘하게 바뀌어 있는 느낌이 있었어. 처음엔 그냥 환기 안 해서 그런가 했는데, 이미 습관적으로 창문을 닦고 정리하는 편이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정리해도 뭔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어. 손이 닿는 곳이 아니라, 손이 닿지 않는 각도에서만 그런 느낌이 강했어.
세 번째, 네 번째 밤엔 소리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이어졌어. 열리고, 잠깐 멈추고, 그 다음에 “툭” 하는 소리만 나. 그런데 끝까지 확인하면 항상 비어 있어.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우편함 앞에서 문을 열어젖히기 전에 기다리기 시작했어. 소리가 나면, 내가 먼저 움직이면 뭔가가 보여야 할 것 같아서. 근데 우편함이 열릴 때마다 나는 몸이 굳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어. 동시에 머릿속이 하얘지고, 마치 누가 내 신경을 아주 얇게 잡아당기는 것처럼 멍해지더라. 그 순간에는 “뭘 봐야 하지?”라는 생각 자체가 잘 안 됐어.
마지막으로 그날, 새벽 네 시쯤엔 우편함이 열리는 소리만 나고 “툭” 소리가 없었어. 그냥 열렸다가 닫히는 것처럼 조용히 끝났거든. 나는 그때 처음으로 우편함 안을 확인하지 않았어. 대신 현관 바닥을 봤는데, 정말 얇은 무언가가 아주 잠깐 스치듯 남아 있었어. 손가락으로 만지면 먼지처럼 사라져버려서 사진도 못 찍었고, 냄새도 없었어. 다만 그 흔적이 우편함 정면이 아니라, 현관문 쪽으로 아주 살짝 이어져 있더라.
그 뒤로는 더 이상 우편함이 열리지 않았어. 대신 가끔 잠이 덜 깬 상태로 현관 쪽 소리를 상상하게 돼.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는데, 귀가 먼저 기억해버린 것처럼 철컥 소리가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거야. 나는 지금도 우편함이 왜 비었는지 모르겠어. 누군가가 넣었는데 사라진 건지, 아니면 애초에 “무언가를 넣는 행동”만 남겨두려는 건지… 새벽이 되면 그 생각부터 먼저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