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점검 스티커가 어느새 내 구매품 포장에 붙어있었어
편의점에서 점검 스티커가 어느새 내 구매품 포장에 붙어있었어.
그날도 별일 없었다. 밤 11시쯤, 비가 아주 가볍게 내려서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난 그냥 물이랑 간식 하나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카운터 앞에서 결제하고 나오는 동안, 직원이 내 물병 옆에 있던 작은 스티커 같은 걸 대충 붙이는 걸 봤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편의점은 원래 점검 스티커를 여기저기 붙이잖아.
결제 끝나고 직원이 “이거요” 하고 비닐봉지를 건네줬는데, 그 순간 뭔가 이상했다. 방금까지 내 손에 있던 건 물병이랑 작은 과자였는데, 비닐봉지 겉면에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된 동그란 점검 스티커가 딱 붙어 있었다. 스티커는 원래 점포 안 물품에 붙어야 자연스러운데, 내 구매품 포장에 붙어 있는 거라 생각이 멈칫했다.
나는 봉지를 받고 계산대 뒤를 슥 봤다. 그 직원이 스티커를 어디서 가져다 붙였는지, 또는 내가 결제하는 동안 누가 내 물건을 건드렸는지 확인하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직원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영수증을 정리하고 있었고, 다른 손님도 없었다. 카운터 위에는 ‘야간 점검’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긴 했지만, 스티커가 내 봉지에 왜 붙어 있는지 설명이 되진 않았다.
집에 와서 봉지를 뜯으면서도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스티커를 떼면 금방 떨어질 줄 알았는데, 겉비닐을 살짝 잡아당기자 그 스티커가 비닐 안쪽에 눌러붙은 것처럼 단단히 붙어 있었다. 억지로 떼려고 하다 보니, 스티커 아래에 아주 얇은 자국이 번졌다. 마치 비닐을 한 번 더 덮어씌운 뒤 붙인 것 같은 형태였다.
과자는 멀쩡했고 물도 새지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스티커가 붙은 위치가 딱 내가 계산할 때 집어 들었던 순서랑 맞물려 있었다. 물병 쪽이 먼저고, 과자 봉투가 그 옆이었는데 스티커는 비닐봉지 앞면 가운데, 딱 손이 닿는 자리였다. 누가 일부러 ‘여기’에 붙였다는 느낌. 난 스티커 글자를 자세히 보려고 휴대폰 플래시를 켰는데, 글자가 생각보다 또렷했다. “점검완료”라고 적혀 있었고 날짜는 오늘 날짜였다.
여기서부터 머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내가 결제한 시간은 23:07쯤이었는데, 스티커 날짜 옆에 적힌 시간은 23:05로 보였다. 그러면 ‘점검완료’가 먼저 찍히고, 그 다음에 내 물건이 포장됐다는 말이잖아. 물론 내가 시간을 착각했을 수도 있다. 근데 편의점에서 카운터 시계도 대충 2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영수증을 확인할 정도로 그날 시간을 신경 쓰고 있었거든.
다음 날, 낮에 그 편의점에 다시 갔다. 그냥 묻고 싶어서였다. 어제 그 직원이 다시 근무하는지까지는 확인 못했지만, 진열대를 보고 계산대로 걸어가는데도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점검 스티커는 원래 물건을 교체했을 때 붙이는 거라고 설명해 줄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그런데 막상 직원에게 말을 꺼내려 하자, “혹시 어제 밤에 점검 스티커가 제 봉지에 붙어 있던 것 같아서요. 원래 그렇게 붙이나요?”라고 물었을 뿐인데 상대가 표정이 굳는 게 느껴졌다.
직원은 잠깐 멈칫하더니, “점검 스티커는 재고 확인할 때 붙여요. 고객님 물건에 붙을 일은 없어요.”라고 딱 잘라 말했어. 그 말투가 이상할 정도로 단단했다. 나는 ‘아, 그럼 제가 잘못 봤겠구나’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직원이 영수증을 요청하진 않았고, CCTV를 확인해 줄 수도 없다는 식으로 말이 빨리 끝났어. 결국 난 사과하고 나왔는데, 그때부터 더 찝찝해졌다. 설명을 들으면 끝날 일이 오히려 더 흐릿해졌거든.
며칠 뒤, 그날 봉투에서 스티커를 떼어낸 비닐 조각을 버리려다 다시 확인했는데, 스티커 밑에 아주 얇은 다른 흔적이 더 있었다. 뭔가를 한 번 더 붙였다 떼었다가, 그 자리에 스티커를 다시 누른 것 같은 자국. 그리고 그 흔적이 손바닥을 올려놓으면 감출 수 있을 정도로 매끈하게 정돈돼 있었어. 그제야 생각했지. 누군가가 내 물건을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한 번 더 만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지금도 그날 편의점 비닐봉지의 감촉이 기억나. 손이 닿는 앞면 가운데에, ‘점검완료’라는 글자가 너무도 정확한 시간에 딱 맞춰져 있었던 게 자꾸 떠올라. 별일 아니라고 넘기려 해도, 내 구매품 포장에 스티커가 어느새 붙어 있었던 그 순간만은 계속 되감기처럼 돌아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점검은 가게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