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지하주차장 환기구에서 사람이 말하는 숨소리가 들렸어

2026-09-29 08: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환기구에서 사람이 말하는 숨소리가 들렸어. 처음엔 그냥 바람이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게 “숨을 쉬는 사람”이 내는 리듬처럼 들리더라. 이상하게도 밤에만 유독 선명했고, 단지 귀가 예민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었어.

그날은 새벽 두 시쯤이었나, 복도 쪽에서 환기구 쪽으로 바람 소리가 길게 끌리는데… 그 사이사이에 ‘후… 후…’ 하는 숨이 끼어 있었어. 바람은 늘 일정하게 흐르잖아? 근데 그 숨소리는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는 타이밍이 있었고, 마치 누가 숨을 고르는 것처럼 간격이 규칙적이었어. 나는 순간 손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잠결에 들리던 소리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또렷했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환기구가 깔끔했거든. 통상적으로는 그릴 뒤로 공기만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소리는 그릴을 ‘통과하는’ 느낌이 아니라, 환기구 자체 어딘가에서 ‘나오는’ 느낌이었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가면 갈수록 커지고, 반대로 돌아서면 금방 뭉개지더라. 그래서 그냥 소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호흡이 섞인 것처럼 들렸지.

처음엔 나 혼자만 들린 줄 알았어. 그런데 다음 날 저녁, 같은 라인에 사는 형이랑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형이 먼저 말 꺼내더라. “요즘 지하 환기구 쪽에서 소리 안 나?”라고. 나는 그때야 내 불안이 현실이었음을 느꼈어. 형도 정확히 ‘말’이라고 하긴 애매한데, 숨소리 사이로 뭔가가 비치는 느낌이 있다고 했어. 듣다 보면 문장처럼 이어질 것 같은데, 결정적으로 단어는 안 들리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관리실에 문의했어. 관리실 직원은 “환기팬이 교체돼서 잠깐 소음이 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나는 그 설명이 이상하다고 느꼈어. 바람이나 기계 소음이면 항상 일정하게 나야 하는데, 그 소리는 밤마다 특정 시간대에만 강해지고, 무엇보다 ‘호흡’처럼 들리는 순간이 있었거든. 직원이 점검하러 가겠다고 하긴 했지만, 정작 다음 날엔 아무 문제 없었다고만 하고 끝이었어.

그 뒤로 소리는 더 선명해졌어. 나는 습관처럼 지하로 내려가진 않지만, 쓰레기 버리러 내려가야 할 때가 있잖아. 그날도 내려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환기구 쪽에서 또 ‘후…’ 소리가 들렸어. 이번엔 숨이 길게 이어졌다가 갑자기 짧게 끊겼고, 그 다음에 아주 작게 “어…” 같은 소리가 끼어드는 것 같았어. 물론 정확한 발음은 아니야. 그런데 분명히 ‘사람이 내는 소리의 모양’을 갖고 있었어.

나는 그때부터 솔직히 사진 같은 걸 찍고 싶어도 겁이 났어.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기록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환기구 쪽으로 고개를 오래 돌리면 숨소리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거든. “내가 듣는 걸 알아차린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바람도, 팬도 아닌데… 누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계속 남아.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려고, 관리실에서 열쇠로 환기구 주변을 점검하러 내려갔던 날이 있었어. 직원이 손전등을 들고 확인했는데, 그 순간 환기구 안쪽에서 소리가 멈췄어. 정말로 ‘딱’ 끊기는 느낌. 그 다음엔 손전등 불빛이 그릴에 닿자마자 아주 약하게 다시 시작됐는데, 이번엔 예전보다 더 느리게, 마치 숨을 세고 있는 사람처럼 들렸어. 직원은 “이상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내내 등줄기가 서늘했어.

그 이후로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 다만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점점 늦어졌고, 숨소리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은 발성은 점점 더 흐릿해졌어. 가끔은 ‘누가 말을 걸려고 하는데’, 단어를 만들기 전에 공기가 먼저 끊기는 느낌. 그리고 가장 무서웠던 건 마지막에 환기구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라, 그 다음에 복도 어딘가에서 들리던 내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호흡이었어. 그날 새벽, 나는 창문을 열어도 환기는 잘 되는데 왜 유독 그쪽 라인만 숨이 막히는지 알 수가 없더라.

지금도 지하로 내려가면 환기구 쪽을 잠깐 보게 돼. 아무것도 없는데도, “혹시 그 숨이 아직 거기서 쉬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사람은 보통 소리를 듣고 끝내지만, 그 소리는 왠지 끝이 아니라 시작 같았어.
그러니까 가끔, 너무 조용한 밤엔… 환기구에서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숨을, 내가 먼저 들이쉬게 되는 순간이 있어.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