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닭장 문이 밤마다 닫히는 소리가 났어
시골집에서 닭장 문이 밤마다 닫히는 소리가 났어. 처음엔 바람 때문인가 싶었는데, 그 소리가 매번 같은 자리에서, 꼭 같은 타이밍에 울려서 어느 날부터는 귀가 아니라 뒷목이 먼저 반응하더라.
우리 집은 논 옆 작은 마을이고, 닭은 마당 끝에 붙은 헛간 안쪽에 있었어. 닭장 문은 철로 된 걸쇠에다가 낡은 끈 하나로 대충 고정해둔 구조였는데, 여름만 지나면 바람이 세져도 그건 원래 소리가 잘 안 났거든. 그런데 어느 밤부터인지, 밤 11시쯤이면 “딱” 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어.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잠깐 깼는데, 침대에 누워서도 헛간 쪽이 환하게 보이는 착각이 들었어. 불을 켜면 아무것도 없었고, 문을 확인하면 닫혀 있었지. 닭장 안에 있던 닭들은 대체로 멀쩡했고, 깃털이 심하게 날리거나 알이 깨진 흔적도 없었어. 그냥 문만… 매번 닫혀 있었어.
처음엔 가족들한테 “문이 헐거워서 그런가?” 하고 물어봤는데, 우리 엄마는 “그래, 바람이 부니까 그런 거지” 하고 넘어갔어. 근데 엄마도 어느 날엔가 같은 소리를 들었다더라. 다만 엄마는 내가 잠에서 깨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고, 그날 밤 이후로는 우리 집 식탁에 앉아있어도 닭장 쪽을 자꾸 눈으로 확인했어.
나는 그 다음부터는 일부러 잠들기 직전까지 닭장 문을 계속 지켜봤어. 끈을 더 단단히 묶고, 철 걸쇠도 다시 맞춰서 잠갔지. 그런데도 그날 밤은 달랐어. 정확히 11시 정각에 또 들리더라. 이번엔 바람이 아니라 소리 그 자체가 이상했어. 마치 닭장 문이 스스로 닫히는 것처럼, 소리가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이서’ 귀 바로 옆에서 울리는 느낌이었어.
다음 날 아침, 나는 헛간 문 안쪽을 살펴봤어.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었어. 끈이 묶여 있던 자리에 손가락으로 잡아당긴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고, 걸쇠가 걸린 위치도 내가 잠근 것과 미묘하게 달랐어. 누가 장난친 흔적 같기도 한데, 마을 사람들 중에 그 시간에 헛간 근처를 올 사람이 없었고, 우리 집은 창문이 있어도 바깥에서 들어오는 길이 애매했어.
그때부터 나는 닭장 문을 “닫히는 문”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계속 되돌려 두는 문”처럼 생각하게 됐어. 닭들이 잠을 자는 시간과 소리가 겹치고, 소리는 항상 같은 간격으로 반복됐거든. 어떤 날은 닭이 유독 조용해서, 소리가 나기 전부터 마당 전체가 숨을 죽인 것처럼 느껴졌어. 특히 비 오는 날엔 소리가 더 선명했는데, 빗소리 사이로도 철이 눌리는 듯한 ‘딱’ 소리가 끼어들더라.
결국 우리 아빠가 결심한 듯이 “어차피 고쳐야지” 하고 닭장 문을 새로 달았어. 잠금장치도 단단한 걸로 바꾸고, 끈도 없애고, 바닥에 있던 낡은 나무도 교체했지. 그런데 그 다음 밤, 새 문에서도 똑같이 울렸어. 소리는 이전보다 더 얌전했는데, 그렇다고 없어지진 않았어. 새로 달린 문에서 나는 소리인데도, 느낌은 똑같이 ‘누가 안에서 닫아버린’ 느낌이었어.
그날 이후로 나는 닭장 쪽으로 가는 걸 피했어. 대신 방 안에서 시간을 세어봤는데, 소리는 거의 11시 2분 안팎으로만 맞춰져 있더라.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면 닭장 안의 닭들이 한 번에 고개를 들었고, 다음 순간엔 다시 움직임이 가라앉았어. 나는 그게 “잠에서 깬다”기보단 “알아차린다”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도 그 시간만 되면, 몸이 먼저 움찔거리고 숨을 멈추게 됐어.
어느 밤엔가 내가 참지 못하고 커튼을 아주 조금 젖혔는데, 창밖이 아니라 헛간 쪽 방향에서 희미한 어둠이 더 어둡게 눌리는 것처럼 보였어. 소리는 또 났고, 닭장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한 번 이어졌어. 그런데 다음 날, 닭장 바닥에 아주 가느다란 선 같은 게 생겨 있었어. 누군가가 끌고 간 자국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기 전에 멈춘 것 같기도 했거든. 지금도 그 시간이 되면, 나는 닭장 문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이미 닫혀 있는 문 앞에서 누군가가 ‘다시’ 확인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