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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메모가 매일 바뀌는데 수정한 적이 없어

2026-09-30 08: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앱 메모가 매일 바뀌는데 수정한 적이 없어. 진짜로 이게 맞는 말인지부터 확인하려고 했거든. 처음엔 그냥 앱 버그겠지,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메모가 “내가 적어둔 문장”이 아니라 “내가 말할 뻔한 말”처럼 계속 달라져서, 그때부터 손이 식더라.

사건은 한 달쯤 전부터였어. 나는 배달 받을 때 기사님한테 남길 메모를 딱 정해놔. 예를 들면 “문 앞에 두고 연락 주세요, 비밀번호는 1번” 이런 식으로. 늘 똑같이 썼는데, 어느 날 저녁 주문을 누르려다 보니까 메모 칸에 내가 쓰지 않은 문장이 떠 있더라. “계단이 미끄러워요. 조심해서 내려오세요.” 같은 말이었는데, 내가 그런 메모를 쓴 적은 없었어.

처음엔 내가 실수로 다른 문장을 저장했나 싶어서 메모를 눌러 확인했어. 그런데 편집 기록 같은 거 보이는 것도 아니고, 수정 버튼을 눌러도 별다른 흔적이 없더라. 그래서 그냥 기존 메모로 다시 적고 저장했지. ‘그래, 누가 대신 눌렀나? 아니면 앱이 이상하게 꼬였나 보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어.

그런데 다음 날, 똑같이 주문하려고 들어갔더니 메모가 또 바뀌어 있었어. 이번엔 “문 열기 전에 두 번만 노크해 주세요. 안쪽에서 들릴 거예요.” 이 문장이 그대로. 어이가 없어서 다시 지우고 내가 쓰던 문장으로 바꿨어. 그리고 저장이 됐다는 확인 화면까지 봤는데도 말이야.

일이 이상해진 건 사흘째부터였어. 메모가 바뀌는 주기가 매일 밤 12시쯤으로 딱 맞춰졌거든. 나는 보통 그 시간엔 폰을 뒤집어놓고 자. 그래서 누가 내 폰을 만졌을 리도 없고, 잠금 해제 기록 같은 것도 없었어. 그런데도 다음 날 아침 주문 화면을 켜면, 메모가 항상 새 문장으로 바뀌어 있었지.

내용도 단순한 문구가 아니었어. “관리실에서 엘리베이터 호출 안 되면 3층에서 멈춰서 걸어 오세요.” 같은 식으로, 내가 원래 쓰던 ‘문 앞에 두고 연락’이랑 결이 달랐어. 우리 집 앞이 경사가 살짝 있어서 기사님들이 종종 미끄러워하거든. 그런데 그걸 누가 알아서 매일 새로 적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솔직히 무서운 건, 말투가 내 말투랑 비슷하다는 점이었어. 내가 원래 하던 표현을 섞어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배달앱 고객센터에도 문의했어. “메모가 자동으로 바뀝니다. 계정 문제인지 확인 부탁드려요.” 이렇게. 답변은 늘 그렇듯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상세 내역은 제공이 어렵습니다. 앱 재설치 및 로그아웃 후 재로그인 해보세요.” 이런 거였고, 실제로 재로그인도 해봤는데 메모는 멈추지 않았어. 오히려 그 뒤로 더 노골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거든. 어느 날은 “지금 통화하면 늦어요. 문자로만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날 나는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기사님 전화 오면 내가 못 받겠는데 문자로 오게 해야 하나?’ 하고 말로만.

그날 밤부터는 혹시 누가 내 계정에 접근하는 건가 싶어서 비밀번호도 바꾸고, 기기 목록도 확인했어. 특이한 로그인은 없었고, 내 폰에서만 활동이 찍혀. 그래도 찝찝해서 메모 칸을 통째로 지워놨거든. ‘이번엔 아예 빈 칸으로 두자.’ 저장까지 완료된 걸 봤는데, 다음 날 아침엔 빈 칸이 아니더라. 메모가 다시 채워져 있었어. 이번엔 “오늘은 그냥 전화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나갈게요.” 이런 문장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어.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 ‘제가 먼저 나갈게요’라니,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거든. 가끔 급한 날엔 문 앞에서 기다리는 편이긴 한데, 그 표현을 메모로 쓴 적은 없었어. 그리고 더 이상한 건, 그 말이 맞아떨어진 날이 있었어. 그날 배달이 오고 나서도 기사님이 문 앞에 오래 서 있더니, 한 번만 더 연락하고는 전화를 끊었어. 그 직후, 내가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누군가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내 발걸음이 먼저 움직였어. 나는 분명히 “문 열지 말고 기다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메모는 점점 ‘내가 하려던 말’들로 채워졌어. “늦어지면 호출벨 누르지 마세요.” “계단에 신발 끈 걸릴 수 있으니 확인하고 올라오세요.” 같은 것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이 정도면 그냥 배달 기사들이 남긴 안내나 추측일 수도 있어. 하지만 문제는, 메모가 바뀌는 타이밍이 너무 일정했고, 내용이 늘 주문 직전에만 현실이랑 맞물렸다는 거야. 마지막으로 남았던 메모는 이렇게 끝났어. “저는 매일 같은 사람으로 주문을 받는데, 오늘은 당신이 먼저 알아차리네요.” 그 문장을 본 순간, 이상하게도 앱을 닫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휴대폰이 따끔하게 진동한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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