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내 차만 유독 시동이 자주 꺼져
지하주차장에 내 차만 유독 시동이 자주 꺼져. 처음엔 “아, 요즘 습기 차가운 탓인가” 싶었는데, 그게 반복되면서부터는 그냥 고장 같은 느낌이 아니라 뭔가 의도된 것 같아졌다. 여긴 우리 아파트 지하 2층, 차 들어오는 라인이 꺾인 구간이 있는데, 그 근처에만 세워두면 시동이 툭 꺼지고, 다시 걸어도 또 금방 같은 증상이 났다.
처음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날은 평소랑 똑같이 퇴근해서 주차하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차를 껐다가 다시 켜려는데 계기판이 잠깐 멍해지더니 시동이 꺼졌다. 배터리 경고도 없고, 엔진 자체도 바로 떨리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그만” 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꺼져버려서, 순간 내가 잘못 눌렀나 싶을 정도였다.
다음 날,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건 다 확인했다. 보험센터에 전화해서 점검 예약도 잡고, 시동 꺼짐 로그도 확인했는데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정비기사 말로는 “전기 쪽 문제면 날씨랑 상관없이 재현돼야 하는데, 너는 특정 위치에서만 그럴 가능성이 커 보여”라고 하더라. 나는 그 말 듣고 바로 지하주차장에 다시 갔다. 솔직히 겁이 났는데, 더 미루면 이상한 소문으로 번질 것 같아서 그냥 확인부터 하기로 했다.
그날은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면서 내 차를 이리저리 세워봤다. 지하 2층에서도 엘리베이터랑 가까운 직선 구간에서는 시동이 멀쩡했는데, 유독 한 칸, 정확히는 기둥에 붙은 안내판이랑 내 차의 앞 범퍼가 맞닿는 지점 근처에서만 시동이 꺼졌다. 신기하게도 다른 차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내 차만 그 지점에 닿으면 같은 타이밍으로 꺼졌다. “그냥 우연이겠지”라고 넘기려 했지만, 횟수가 쌓이니까 그게 우연이 될 수가 없더라.
그래서 나는 상가처럼 보이는 작은 관리실을 찾아가 관리사무소에 물어봤다. “원래 그쪽이 전기 문제 있나요?”라고 묻는 순간, 직원이 말을 되게 조심스레 했다. “그 구역은 옛날에 공사하다가 한 번…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알아요. 근데 지금은 멀쩡할 겁니다.” 대단한 설명은 없었지만, 그 “알고 있어요”라는 말투가 묘하게 걸렸다. 마치 다들 알지만 굳이 건드리지 않는 말들을 정리해놓은 사람처럼.
그 뒤로부터는 내가 차를 세우는 습관까지 바뀌었다. 원래는 빨리 빼려고 가장 편한 자리에 늘 세웠는데, 그 구간만 피하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한 다음 날에는 시동이 꺼지는 일이 줄었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시작됐다. 내가 차를 세운 자리가 바뀐 걸 알고도 계속 증상이 이어지는 느낌. 마치 “이번엔 피했네? 그럼 다른 방식으로” 같은 신호처럼, 차가 내 의도를 따라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한 번은 거의 확정적으로 느낀 사건이 있었다. 비가 오던 날이었는데, 지하에 내려서 내 차에 시동을 켠 채로 잠깐 기다렸다. 혹시 내 컨디션이나 습기 문제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때, 멀리서 누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발소리가 났고, 몇 초 뒤 내 차 쪽으로 아주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창문을 내릴 생각도 못 했다. 바깥이 아니라 차 안이었는데도 등줄기가 서늘해져서 그냥 시동만 지켜봤다.
소리는 내 차 앞에 멈췄다. 그리고 아주 짧게, “딸깍” 같은 금속 소리가 났다. 그 다음 순간 계기판이 다시 한 번 멍해지더니 시동이 꺼졌다. 문을 열고 확인하려고 했는데, 이미 복도 쪽은 조용했다. 누가 있었는지, 누가 지나갔는지 CCTV를 확인해도 사람 윤곽이 또렷하게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 솔직히 확인할수록 더 이상해졌다. 관리사무소 측 말로는 “그 구간 CCTV가 특정 시간대에 잠깐씩 끊기는 일이 있다”고 했는데, 그 끊기는 타이밍이 내 시동 꺼짐이랑 자꾸 겹쳤다.
지금은 차를 그 자리에 절대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다른 칸에 세우고, 혹시 모르니 출차 전에 시동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런데도 가끔은 “오늘도 같은 날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상하게 시동이 꺼질 때마다, 차 안 공기만 조금 먼저 식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가 장난치는 것 같다가도, 장난처럼 보이기엔 너무 정확하게 반복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확신을 못 한다. 다만, 지하주차장 어딘가에 내 차를 기다리는 자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리만 알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오히려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은 밤에 주차장 내려가는 길을 떠올리면 목덜미가 먼저 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