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반려견 산책하다가 잠깐 사고 난 썰
동네에서 반려견 산책하다가 잠깐 사고 난 썰, 아직도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아찔했던 순간이 있어요. 그날은 평소처럼 저녁 바람 쐬고, 강아지 간식 하나 챙겨서 길 나선 날이었는데… 하필 딱 그 타이밍에 모든 게 꼬이더라고요.
저희 강아지는 중형견인데 산책만큼은 성실한 편이라, 목줄 길이도 딱 맞춰서 잡고 천천히 걸었어요. 골목을 돌면 작은 놀이터가 있고, 그 주변은 사람들이 지나가긴 해도 차는 거의 안 다니는 편이라 늘 편하게 다녔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날이 살짝 습해서 바닥이 반들반들했고, 강아지도 신나서 속도를 올리더라고요.
놀이터 앞을 지나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아저씨가 큰 소리로 “야, 여기!” 하고 부르시며 자전거를 끌고 걸어오고 있었어요. 순간 제 강아지가 그 방향을 보며 “어? 뭐지?” 하는 표정으로 몸을 살짝 틀더니, 줄이 아주 미세하게 팽팽해졌죠. 저는 “괜찮아” 하고 목줄을 당기려는데, 평소 습관처럼 손목 힘만 주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조금 더 세게 잡았어요.
문제는 그때 바닥이 미끄러웠다는 거예요. 제 발이 한 번 스르륵 미끄러지면서 중심이 흔들렸고, 반사적으로 잡은 목줄이 강아지 쪽으로 더 당겨졌거든요. 강아지도 놀라서 뒷걸음질을 하려다 한 발이 또 미끄럽게 걸리더니, 결국 제가 옆으로 휘청하면서 들고 있던 배변봉투랑 물티슈가 바닥에 툭 떨어졌어요. 제 입에서 “아…” 하고 바로 나왔는데, 그 순간 아저씨가 “괜찮아요?” 하고 뛰어오더라고요.
여기까진 그래도 크게 다친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복병이 있었어요.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제 강아지가 걸음을 한 번 더 헛디디는 바람에, 근처 화단에 묶여있던 작은 화분이 살짝 흔들렸거든요. 바람에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제 강아지가 지나가려던 발자국이 화분 받침대를 건드린 느낌이었어요. 화분이 “툭” 하는 소리로 옆으로 넘어가며 흙이 조금 튀었고, 그제야 분위기가 아주 급해졌죠.
아저씨는 급하게 화분을 세우고 흙을 다시 담으면서 “아이고, 미안하네” 하셨고, 저는 얼른 강아지를 진정시키려고 앉히고 간식으로 유도했어요. 주변에 있던 분들도 “사람은 괜찮아?” “강아지 괜찮아?” 이렇게 물어봐서, 제가 손을 들어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사실 다리는 괜찮았는데,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넘어지진 않았지만, 넘어질 뻔한 감각이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그래도 일이 여기서 끝나면 좋겠는데, 화분 옆에 있던 작은 안내표지판이 흙이 튄 영향인지 살짝 밀리면서 넘어질 뻔했어요. 저는 흙 정리하면서 혹시 다친 건 없는지 확인하고, 배변봉투를 다시 챙겨 정리까지 마쳤습니다. 아저씨도 “괜찮아요, 다음부터는 비 오는 날엔 미끄러운지 꼭 봐야겠네요” 하면서 웃어주시는데, 그 웃음이 묘하게 저를 더 긴장 풀리게 하더라고요. 아, 큰 사고는 아니었구나 싶어서 그제야 저도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집에 와서 강아지 상태부터 체크했어요. 평소처럼 코 킁킁 냄새 맡고, 물도 잘 마시고, 발을 만져도 아파하는 표정은 없었거든요.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서 산책 때 쓰는 목줄과 하네스 연결 부위를 다시 확인했는데, 어쩌다 한 번 목줄 고리가 헐렁해져 있던 게 보였어요. 그걸 정리하면서 저는 “아, 내가 긴장하면 더 세게 잡는구나” 하고 내 행동도 돌아보게 됐고요. 그날 이후로는 바닥 상태가 애매하면 속도를 무조건 늦추고, 간식도 미리 손에 쥐고 나가요.
다음 날 아침에 같은 자리로 다시 지나가봤는데, 화분은 제자리에 단단히 놓여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지난번엔 진짜 미안했어요” 하고 조용히 인사했어요. 별거 아닌 해프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 짧은 순간에 사람도, 강아지도, 주변도 다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아주 크게 배운 날이었습니다. 지금도 동네에서 산책하다 미끄러운 길 보면, 저도 모르게 숨을 한번 고르고 강아지 발걸음을 더 천천히 맞추게 돼요. 그날의 “툭” 소리가 아직 귀에 남아있어서, 오늘도 안전하게 걷는 게 제일 먼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