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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접수 후 진료실로 들어가는데 내 이름표가 먼저 떨어져

2026-10-01 08: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접수 후 진료실로 들어가는데 내 이름표가 먼저 떨어져

그날은 감기 때문에 간단히 진료만 보려던 날이었어. 접수대에서 이름이랑 주민번호 확인하고, 대기표 대신 손목에 이름표를 붙여주더라. 보통은 병원 다니면 다들 그렇게 “이름/진료과/호수” 적힌 작은 종이붙임 있잖아. 나는 그냥 얼른 진료실로 들어가면 되겠지 싶어서, 접수 쪽에서 진료실 복도로 넘어가려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좀 쿵 내려앉았어.

진료실 문 앞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손목에 붙인 이름표가 바람도 아닌데 살짝 들썩이더니 천천히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어. 종이가 떨어질 정도로 힘이 센 것도 아닌데, 접착이 갑자기 풀린 것처럼 보였지. 나는 순간 “아, 제대로 안 붙였나” 하고 손으로 바로 잡으려 했는데, 그 전에 이미 이름표가 탁 하는 소리 내면서 바닥에 떨어졌어. 복도 바닥 타일이 딱딱해서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렸고, 몇 걸음 뒤에 있던 사람들도 잠깐 고개를 들더라.

나는 이름표를 주워서 다시 손목에 붙이려고 했는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어. 보통 이런 병원 이름표는 접수대에서 붙여주고, 다시 붙이려면 종이 뒷면 끈이 살아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내 이름표 뒷면은 아무리 봐도 이미 접착이 죽어버린 상태처럼 보였어. 마치 누가 한 번 떼어갔다가 다시 붙인 것처럼 가장자리가 들떠 있었고, 손으로 문질러도 다시 달라붙지 않았어. 그걸 들고 접수대로 다시 가야 하나 싶다가도, 진료실에서 내 이름을 부를 때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그냥 들고 있다가 들어가기로 했지.

진료실 문이 열렸고, 간호사 선생님이 “다음 환자분 들어오세요”라고 말했어. 나는 손에 이름표를 들고 문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내 차례인데도 진료실 안 공기가 조금 차가웠어. 의자에 앉는 순간, 내 손목에는 원래 붙어 있던 자리만 붉게 남아 있고 종이는 없더라.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물어보기도 전에 서류를 보며 “성함이….” 하고 말끝을 흐리더니, 잠깐 나를 쳐다봤어. 나는 “접수에서 받은 이름표가 떨어져서요, 여기 있습니다” 하고 종이를 내밀었지.

그런데 그 종이를 받으면서 간호사 선생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굳더라. “이름표가요?” 하고 되묻는 톤이 이상했어.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분이 종이를 빛에 비추듯 살짝 기울였는데, 글자 위쪽이 마모된 듯 번져 보였고 접수용 스티커 자국도 어딘가가 비어 있었어. 내가 “혹시 접착이 잘 안 됐나 봐요”라고 말하자, 간호사가 “원래는 이렇게 떨어지지 않는데…”라고 짧게 말하고는 종이를 다시 서류 위에 올려놨어. 그리고 나도 모르게 목 뒤가 서늘해졌어.

진료는 별거 아닌 감기 이야기였고, 검사를 하고 약 처방받는 건 정상적으로 진행됐어. 근데 이상하게도 병원 안에서 자꾸 “내 이름표” 얘기가 떠올라. 의사 선생님이 처방전 종이를 넘겨주면서 “이름표는 접수에서 다시 붙여드릴 수 있으니…”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마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정리하는 것처럼 들렸어. 내가 “이미 떨어져서요”라고 웃어넘기자, 의사 선생님이 잠깐 멈칫하면서 “네, 떨어진 건 확인했어요”라고 말했거든. 확인했다는 표현이 계속 귀에 남았어.

진료가 끝나고 약을 받으려고 접수 쪽으로 다시 갔는데, 이상하게 그 복도가 한 번 더 길게 느껴졌어. 접수대 앞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안내 직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 나는 손목에 붙였던 자리만 남아 있는 걸 보여주며 “이름표가 떨어졌는데 다시 붙일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 그 순간 직원이 딱 한 번 고개를 들더니, 나를 보면서도 내 뒤쪽을 먼저 확인하더라. 그리고 “지금 진료실에서 이름표 회수하셨다고 들었는데요”라는 말이 나왔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입이 멈출 뻔했어. 진료실에서 이름표를 회수한다는 얘기는 아무도 안 했거든. 내가 들고 들어갔고, 의사 선생님이 서류 위에 올려놓았을 뿐이지, 그걸 가져가거나 회수한다는 설명은 없었어. 직원은 잠깐 말을 멈춘 뒤, “혹시… 손목에 붙인 게 아니라 다른 종이였나요?”라고 물었어. 그 질문이 너무 정확해서 더 무섭더라. 마치 내가 가진 “이름표”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는 듯이.

그날 집에 와서도 손목을 계속 봤어. 붉은 자국은 금방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종이를 붙이던 느낌이 계속 남아 있더라고. 그리고 약 봉투를 열었을 때, 봉투 안쪽에 작은 종이 조각이 끼어 있었어. 병원에서 쓰는 이름표랑 비슷한 색이었는데, 글자 부분은 찍혀 있지 않고 대신 날짜만 희미하게 보였어. 누가 일부러 넣어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종이 조각처럼 보이는데도, 내가 그 병원 복도에서 들었던 탁 소리가 다시 떠올랐어.

지금 생각하면 제일 소름 돋는 건, 그날 내 이름이 불릴 때 “환자분”이라고만 부른 게 아니라, 딱 내 이름으로 불렸다는 거야. 근데 이름표는 떨어졌고, 나는 들고 들어갔고, 진료실에서는 뭔가를 확인했다고 하고, 접수대에서는 회수됐다고 들었다고 했지. 결국 내 손목에서 떨어진 건 종이 한 장이었는데도, 병원 안에서는 그 종이가 먼저 정리된 것처럼 움직였어. 그래서 난 아직도 가끔 복도 타일 위에서 그 작은 소리가 어디까지 울리는지 상상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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