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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밤에만 부엌 시계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2026-10-01 12:29:13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밤에만 부엌 시계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처음엔 그냥 헛소리인 줄 알았어. 여름이라 방에선 선풍기 소리랑 벌레 소리가 섞여 들렸는데, 유독 부엌 쪽 시계 초침 소리만 이상하게 들렸거든. 분명 똑딱거리는데, 어떤 밤엔 갑자기 “딱…딱딱…!” 하고 빨라졌다가, 또 어느 순간 “딱…딱…” 하고 늘어지면서 느려져. 그걸 내가 처음 알아차린 건, 시계 앞을 지키고 있던 것도 아닌데도 날짜만큼이나 확실하게 반복됐기 때문이야.

사건 시작은 장마 끝나고 첫 주말 밤이었어. 나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가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이 갔지. 설마 하고 시계를 보려고 일어섰는데, 부엌은 등불 하나만 켜져 있었고 창문 너머로 논길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어. 시계는 벽에 걸린 낡은 원목 걸이형이었는데, 초침이 평소랑 달라. 분명 초침이 움직이는데 소리가 ‘박자’처럼 빨리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어. 10초 사이에 초침 소리가 두 배로 들어오는 것 같았고, 그때마다 내 등 뒤가 서늘해졌어.

그날은 그냥 “전기 나가면 저절로 그런가?” 하고 넘기려 했어. 그런데 다음 날도 똑같았어. 더 이상하게 느껴진 건 밤 시간이 매번 같다는 거야. 정확히는 잠들기 직전, 대개 자정이 한참 지나고 나서부터였어. 시계가 빨라졌다 느려지는 구간이 일정하진 않은데, 시작되는 타이밍만은 늘 비슷했어. 나는 그때마다 잠을 더 설쳤고, 결국 이불 속에서 귀를 부엌 쪽으로 틀어놓고 듣게 됐지. 초침 소리가 빨라질 때는 마치 누군가 안 보이는 손으로 시계를 강하게 쥐어 흔드는 것처럼 리듬이 튀었어.

며칠 지나고 나서야 이상한 점을 하나 더 발견했어. 시계가 빨라질 때면, 집 안 어딘가에서 아주 미세한 ‘마찰음’이 따라왔어. 문이 스르륵 움직인다거나, 장롱 문틈이 살짝 눌리는 소리 같은 거. 근데 그 소리는 항상 시계가 느려질 때 같이 끊겨. 그러니까 초침이 빨라지면 마찰음도 붙고, 초침이 느려지면 마찰음도 사라지는 식이었어. 처음엔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싶었는데, 소리의 타이밍이 너무 맞물려서 그냥 넘어가기 힘들더라.

그래서 나는 부엌에 나가 시계를 확인해봤어. 벽 위에 걸린 시계는 손으로 만져도 차가웠고, 유리 바늘이 반쯤 흐려진 채로 빛을 받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늘은 멀쩡해 보였어. 분명 ‘지금 몇 시’는 정상이었는데, 소리만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더라. 나는 무심코 시계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 순간 초침 소리가 더 격하게 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잠깐 멈칫했다가 곧바로 원래 리듬으로 복귀했어. 마치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

그 다음엔 민간요법 같은 걸 찾아보려고, 동네 어른한테 얘기 꺼냈어. 근데 돌아오는 반응이 묘하게 단호했어. “시골집은 밤에 시계 소리 따라가면 안 된다”는 말이었거든. 어른 말로는, 예전에 이 집에 사람이 한 번 다쳤던 일이 있는데 그때부터 밤에 시계가 이상해졌다고 했어. 정확한 사연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대신 “부엌 쪽 시계가 밤에만 리듬이 바뀌면, 집이 시간을 재정렬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 솔직히 그 말을 듣고도 믿진 않았는데, 그날 이후로는 더 깊게 신경이 갔어.

그리고 진짜로 무서워진 건, 시계가 빨라질 때마다 내 기억 속 ‘다음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을 때야. 예를 들면, 내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는 순간 초침이 갑자기 빨라지면,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게 돼. 반대로 초침이 느려질 때면, 분명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도 갑자기 문손잡이를 잡고 있더라. 마치 시계의 리듬이 내 몸의 타이밍을 대신 잡아주는 것처럼. 처음엔 우연이겠지 했는데, 반복되니까 그냥 “내가 뭔가에 맞춰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어느 날은 더 확실했어. 밤에 시계가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집 전체가 조용해지는 느낌이었어. 벌레 소리도 줄고,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치는 소리도 얕아져. 시계 초침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고, 그 리듬이 어느 순간 ‘심장 뛰는 속도’랑 비슷해지는 순간이 오더라. 나는 숨을 참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숨이 먼저 따라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어. 그때 창문 너머 논길 쪽 그림자가, 가만히 있는데도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고 해야 하나… 정말로 ‘시차’가 느껴졌어. 그 이후로는 내가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계가 빨라졌다는 걸 먼저 몸으로 알게 됐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봤어. 시계의 뒷면을 열어보려고 생각했는데, 도구도 없고 너무 오래 끌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그냥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끊으려고 했지. 근데 신기하게도, 조용해지려고 할수록 오히려 초침이 더 빨리 치고 들어왔어. 결국 자정이 넘어가고 한참 후, 초침이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엔 “딱” 하고 짧게 멈췄어. 그 멈춘 순간, 집 안 어딘가에서 아주 낮게 ‘툭’ 하는 소리가 났어. 마치 누군가 바닥에 무언가를 내려놓은 것 같은 소리. 그리고 그날 새벽, 시계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는데도, 나는 부엌 쪽으로 돌아서기만 해도 목덜미가 간질거렸어.

그 이후로 밤이 되면 시계는 또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해. 다만 내가 더 이상 그 리듬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 걸, 시계가 알아차린 건지 모르겠어. 한 번은 일부러 소리를 무시하고 잠들었는데, 꿈에서만 초침이 들리더라. 꿈속에서도 시계는 계속 ‘시간’을 당겼다 풀었다 했고, 내가 눈을 뜰 때마다 부엌에서 등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는 손이 먼저 움직였어. 지금도 가끔 떠올라. 시계가 멈춘 그 툭 소리 다음엔, 과연 누가 먼저 시간을 맞춰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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