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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내가 지정한 층으로 갔어

2026-10-01 16:29:10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내가 지정한 층으로 갔어. 진짜로, 내가 손을 댄 버튼은 없는데 문이 딱 열리면서 그 층이 표시된 상태로 멈추더라.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는 그냥 이동수단이 아니라, 뭔가가 날 기억하는 장치처럼 느껴져.

평소처럼 출근하려고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1층 로비로 올라가려고 했어. 관리동이라 엘리베이터가 두 대 있고, 그날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내가 타기 전에 다른 사람이 탔는지 확실히 기억나. 탔을 때도 조용했고, 벨소리도 없었고, 난 폰 확인하다가 “오늘은 3시쯤 일찍 나가야지”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

근데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가는 대신, 바로 2~3칸 위로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어. 보통은 층이 천천히 바뀌잖아. 그런데 유리문에 비친 내 얼굴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속도가 확 달라졌어. 나는 당연히 버튼을 눌렀냐고 손을 봤는데, 손끝에 아무것도 안 눌려 있었고, 손가락 끝도 멀쩡했어. 그러다 갑자기 버튼 쪽을 봤는데, 내가 누르지 않았는데도 특정 층 버튼이 켜져 있었어.

그 버튼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층이랑 같았어. 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 순간 머릿속으로 “오늘은 7층에 있는 서류 창고 잠깐 확인하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한 직후였거든. 근데 엘리베이터 패널에 7이 불이 들어온 채로 고정돼 있었어. 아파트에 7층에 사람 사는 것도 맞고, 창고가 있는 것도 맞아. 그렇다고 내가 누른 적이 없는데 버튼이 켜져 있다는 게 말이 안 됐어.

처음엔 “누가 타면서 실수로 눌렀나?” 싶어서, 옆에 혹시 누가 더 있었나 확인했는데 타고 있던 건 나 하나뿐이었어. 문이 닫히면서 바깥이 다 막혔고, 안내방송도 없었고, 타는 순간에 이상한 기척 같은 것도 없었거든. 게다가 버튼이 켜지는 방식도 이상했어. 일반적으로는 누를 때 ‘딸깍’ 소리랑 같이 불이 들어오는데, 그땐 마치 누군가가 이미 정해둔 것처럼 바로 반짝 하고 들어왔어.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정말로 7층까지 올라갔어. 나는 숨이 약간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는데, 멍하니 패널만 보고 있었어. 숫자가 1에서 2로, 3으로 올라갈 때까진 그렇다 쳐도, 6층 즈음부터는 속도가 더 안정적으로 맞춰지는 게 느껴졌어. 그 느낌이 “목적지 계산 완료” 같은 느낌이었달까. 타이밍이 너무 정확해서, 누가 대신 누른 거라기보단 이미 내가 정한 경로를 타고 가는 것 같았어.

7층 도착 알림도 없이 문이 열렸어. 엘리베이터 문 안쪽이 아주 잠깐 떨리더니, 로비처럼 환한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지. 근데 내가 올라가는 층은 보통 내가 관리비 확인하고 싶을 때 들르던 곳이라, 그날도 잠깐 문을 열고 확인만 하고 내려가려던 계획이었어.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복도 끝이 아니라 바로 내 앞쪽에 있는 휴지통 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 같은 게 났어. 바람 소리도 아니고 사람 발소리도 아닌, 뭔가를 ‘정리’하는 소리처럼.

나는 무슨 용기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내려오지 않고 1~2걸음만 나갔어. 그때 문이 다시 닫히려는 찰나에, 버튼 패널이 다시 한번 반짝했어. 이번엔 7이 아니라 다른 숫자였는데, 그 숫자가 내가 방금 떠올리려고 했던 “돌아갈 때 누를 층”이랑 겹쳤어. 물론 난 버튼을 안 눌렀어. 그냥 떠올렸을 뿐이거든. 그래서 그 순간, 머릿속 생각이 누군가한테 입력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손이 얼어붙었어. 패널 불빛이 파랗게 깜빡였는데, 그 색이 이상하게도 내가 예전에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경고등이랑 비슷하더라.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난 제일 먼저 내 손을 확인했어. 손가락 사이에 먼지도 없고, 버튼을 건드린 자국 같은 것도 없었고, 패널에 손바닥이 닿은 흔적도 없었어. 그냥 내가 생각한 경로대로, 내가 지정한 것처럼, 그 층으로 갔다고밖에 설명이 안 돼. 사실 그날 이후로는 엘리베이터 탈 때 버튼을 일부러 누르고, 누르자마자 손을 떼고, 혹시라도 다른 버튼이 켜져 있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눌렀는데도 ‘원래 생각했던 층’이 먼저 불이 들어오는 날이 있더라.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머릿속이 먼저 간질간질해져. 그래서 지금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목적지를 말로 정하기 전에는 절대 속으로 생각을 크게 하지 않으려고 해. 언젠가부터는 내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내가 떠올리는 게 누군가에게 버튼이 되는 것 같아서… 그 한 번의 빈손 “딸깍”이 자꾸만 되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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