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원룸에서 밤마다 세탁물 소리가 들리는데 세탁기는 꺼져 있어

2026-10-02 00: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마다 세탁물 소리가 들리는데 세탁기는 꺼져 있어. 처음엔 그냥 옆방 사람이 돌리는 소리겠거니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항상 내 침대 바로 옆, 그러니까 현관이랑 붙은 벽을 기준으로 들렸고, 시간이 딱 맞춰서 시작되더라.

사건은 한여름이었어. 밤 11시 40분쯤부터 “툭… 툭…” 하고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거든. 그 다음엔 고무통을 비비는 듯한 둔탁한 마찰음, 그리고 마지막에 문이 덜컥 잠기는 소리까지. 나는 계속 잠에서 깨서 귀를 기울였는데, 정작 세탁기 있는 집은 옆라인 301호였거든.

나는 처음엔 무심하게 넘기려 했어. 301호에 사람이 사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때 당시엔 밤에 외출도 잦아서 “자기가 귀가하면서 세탁 돌리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소리는 출근 시간도 아닌데 매일 똑같이 반복됐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2주째 같은 패턴이야.

그러다 어느 날 소리가 더 가까워졌어. 11시 40분에 시작하는 건 똑같았는데, 이번엔 “철컥” 하는 소리 뒤로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방 안쪽에서 들렸거든. 나는 벌떡 일어나서 벽을 손으로 쳐 봤어. 단단한 콘크리트면 울림이 퍼져야 하는데, 소리가 나는 쪽만 이상하게 먹먹했어. 마치 가운데가 빈 통처럼 텅 비어 있는 느낌.

다음날 관리실에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말이 더 황당했어. “301호 세탁기는 꺼져 있어요. 전기 사용 내역도 최근에 거의 없고요.”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어. 내가 듣는 건 그냥 ‘돌리는 소리’가 아니라, 세탁물 넣고 빼고, 불림 시간 끝나고, 마지막에 헹굼 들어갈 때의 리듬 같은 게 다 들어맞았거든.

나는 그날 밤을 유난히 조심해서 깨어 있었어. 불을 끄고 누워 있다가도 벽 쪽으로 귀를 붙였지. 그러다 12시 10분쯤, “드르륵” 하고 뭔가가 레일처럼 움직이는 소리가 났어. 그리고 그 뒤로는 얇은 천이 마찰되는 소리, 그 다음엔 물기 묻은 무언가가 ‘좌르르’ 미끄러지면서 떨어지는 소리. 너무 생생해서, 내 방 한가운데에 세탁물이 놓여 있는 것 같았어.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내가 베개를 베고 있던 자리에서 냄새가 났다는 거야. 세탁 세제 냄새 비슷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약간 습한 곰팡이 기운이 섞인 느낌. 나는 창문을 열어도, 환풍기를 틀어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어. 소리는 여전히 벽을 타고 들리는데, 냄새는 내 쪽으로 먼저 번지는 기분이었거든.

며칠 뒤에는 결국 확인하려고 했어. 관리실에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건지 점검 가능하냐” 물어보니, 시설 담당이 와서 보더니 말이 없더라. 한참 뭔가를 만지다가 “배관이나 덕트 쪽에서 공명하는 것 같네요”라고만 하고 갔는데, 그날 밤에도 똑같이 들렸어. 공명이라면 왜 매일 ‘세탁 넣는 소리’부터 시작하냐는 생각이 들었거든. 마치 누가 리모컨을 눌러 순서를 맞추는 것처럼.

그때부터 나는 소리의 시작을 기다리게 됐어. 솔직히 말하면 무서운데도,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집중이 되더라. 11시 40분이 되면 꼭 내 방 문 손잡이 쪽이 먼저 차가워지고, 그 다음에 현관 벽을 타고 “툭… 툭…”이 올라오고, 마침내 세탁기가 도는 듯한 리듬이 완전히 차오르면서 끝이 났어. 마지막은 언제나 똑같이 문이 잠기는 소리였고, 바로 그 다음엔 조용해졌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실히 느낀 건, 소리가 멈춘 날이야. 며칠 동안 그 패턴이 끊기더니, 어느 새벽에 갑자기 “쏴아—” 하고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났어. 놀라서 불을 켜고 보는데, 내 방 바닥은 젖어 있지 않았고 대신 벽 쪽만 이상하게 축축했어. 그리고 아주 짧게, 어디선가 세탁물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젖은 걸 털어내는 소리처럼 들렸어. 그날 이후로는 세탁물 소리가 안 들리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밤마다 세탁기 소리를 듣는 습관처럼 숨을 멈추게 돼. 꺼져 있어도 언젠가 다시 시작될 것 같아서, 지금도 매일 11시 40분만 되면 귀가 먼저 벽을 향해 가.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