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뒤를 보더니 말투가 급히 바뀌었어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뒤를 보더니 말투가 급히 바뀌었어. 그냥 출근길처럼 탔는데,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등 뒤 쪽을 자꾸 보는 거야. 처음엔 내가 뭘 떨어뜨렸나 싶어서 거울로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없고 기사님 시선만 계속 흔들리더라.
처음엔 당연히 내 느낌이 과했겠지, 싶었어. 기사님은 평소처럼 라디오 틀어놓고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말투가 묘하게 딱딱해졌어. “아, 손님… 뒤쪽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런 식으로 말했거든. 나는 “네? 뒤요?” 하고 되물었고, 기사님은 잠깐 핸들 잡은 손에 힘을 주더니 얼른 속도를 올렸어.
나는 그제야 뒷좌석 쪽을 다시 봤는데, 분명히 뒷유리에는 내 머리 뒤쪽과 가로등 불빛이 번지고 있었을 뿐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뒷좌석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어. 여름인데도 목덜미가 서늘하고, 택시 안에서 나는 건 냄새가 아니라… 뭔가 “공간이 얇아지는 느낌” 같은 거. 내가 착각하는 건가 싶어 손가락으로 팔을 쓸어내렸는데도 그대로였어.
기사님은 목적지를 말하는 것도 평소답지 않게 끊어서 했어. “지금… 지금 방향은… 그냥, 네비 보지 마시고…” 그러더니 갑자기 내 휴대폰 화면을 눈으로 확인한 듯한 표정이 됐어. 나는 “왜요, 기사님?” 하니까 기사님이 잠깐 웃었는데 그 웃음이 웃음 같지 않았어. “여기 타면, 뒤에 있는 사람도 같이 타요.” 이런 말을 아주 작게 내뱉고는 다시 앞만 보고 운전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더 세게 봤어. 근데 더 무서운 건, “사람”이 보인 게 아니라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 먼저 올라왔다는 거야. 시선이 내 등 뒤를 스치고, 누가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 설마 내가 멍청하게도 기사님이 꾸며내는 소리라고 생각했으면 덜 무서웠을 텐데, 이상하게도 내가 그 감각을 부정할 근거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그냥 단단하게 말을 걸어버렸어. “기사님, 뒤에 뭐가 보여요?” 그랬더니 기사님은 네비 볼륨을 확 낮추고, 그제야 조용히 말했어. “손님이 타기 전에… 뒤에 사람이 하나 있었어요. 근데 손님이 타는 순간, 그게 붙더라고요.” 말끝이 끊기면서 기사님이 계기판을 한 번 크게 노려봤고, 내 심장이 같이 내려앉는 느낌이었어.
나는 그 순간부터 이상한 규칙 같은 걸 지키게 됐어. 절대 뒤를 오래 보지 않기, 휴대폰 화면을 끄지 않기, 기사님 말에 맞장구치되 질문을 늘리지 않기. 기사님도 그걸 아는 것처럼, 중간중간 “괜찮아요” “그냥 가요” 같은 말만 짧게 던지고는 운전대를 더 꽉 잡았어. 도로는 평소처럼 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차가 멈출 타이밍이 자꾸 어긋나더라. 신호가 있어도 좀 늦게 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가 잠깐씩 죽는 느낌이 있었어.
도착하고 내리기 직전, 기사님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했어. “손님, 내리실 때는… 문 열기 전에 한 번만 뒤를 ‘확’ 보세요.” 이건 오히려 더 이상했지. 무섭다고 한 사람을 왜 보라고 하지? 나는 “아니, 왜요?” 하려 했는데, 기사님이 고개를 아주 짧게 돌려서 내 뒤쪽을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어. 그때 나는 그 감각이 ‘등 뒤에 붙어 있던 것’에서 ‘내 시야에 들어오려는 것’으로 바뀌는 걸 느꼈어.
나는 결국, 문을 열기 전 아주 짧게만 뒤를 봤어. 근데 거기엔 사람이 없었어. 대신 뒷좌석 등받이와 내 그림자 사이에, 빛이 없는 빈 자리가 한 칸 생겨 있는 것처럼 보였어. 마치 공기만 뚝 잘려서 붙어 있는 틈. 그걸 보는 순간 너무 현실 같아서, 나는 말이 아니라 숨만 삼켰고, 기사님은 그 틈을 본 게 확인되자마자 바로 말투를 원래대로 돌려놓더라. “네, 조심히 가세요.” 평소 손님 응대하듯이. 근데 내 등줄기는 아직도 차갑게 식어 있었고.
택시비 계산하고 밖으로 나와서도 뒤돌아보지 못했어. 대신 가게 불빛이 보이는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계속 “내가 방금 뭘 봤지”만 반복됐거든. 밤 공기가 더 차가워졌고, 이상하게 내 그림자 끝이 자꾸 한 발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어. 지금도 생각하면, 기사님이 급히 바꿨던 그 말투가 단순히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내 안쪽으로 들어왔다는 걸 그분이 먼저 알아차린 것처럼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