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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짐 사이로 낯선 신발끈이 끼워져 있었어

2026-10-02 12: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짐 사이로 낯선 신발끈이 끼워져 있었어.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쳤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일이 커진 건 거창한 귀신 이야기 같은 게 아니라, 딱 “내 것”이라고 믿고 있던 공간이 어느 순간부터 낯선 무언가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어.

신병 때라 생활관이랑 보급이랑 다 낯설던 시기였고, 내가 쓰던 개인 짐은 전투화랑 양말, 속옷이랑 세면도구 정도가 끝이었어. 훈련 끝나고 생활관에 들어와서 짐 정리하려는데, 전투화 사이를 뒤적이던 손끝이 뭔가 걸렸지. 끈이었어. 내 전투화 끈이랑 색이 비슷하긴 했는데, 묘하게 질감이 달랐어. 손으로 만져보면 새것과 중고의 차이처럼 바로 티가 났다.

문제는 그 끈이 전투화 안이나 겉에 끼워진 게 아니라, 내 짐 사이, 정확히는 모포를 개어 넣어둔 틈에 박혀 있었단 거야. 누가 모포를 들춰놓고 그 안에 끼워 넣었다는 뜻인데, 생활관에서 그렇게 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당시엔 솔직히 “아무나 장난치다 떨어뜨렸나” 정도로 넘겼어. 하지만 그 다음 행동이 이상했어. 나는 그 끈을 그대로 두면 마음이 불편해서, 얼른 꺼내서 내 신발끈 서랍 칸에 넣어버렸거든.

그렇게 정리하고 나서도 찜찜함이 계속 남아 있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냄새였어. 전투화 끈 특유의 텁텁한 냄새가 아니라, 누군가가 세제랑 섬유유연제를 섞어 빨았을 때 나는 향이 아주 옅게 섞여 있더라. 군대에선 그런 걸 신경 써서 챙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특히 우리 분대에선 거의 다 그냥 대충 빨고 빨래 건조대에 널어두는 분위기였어. 그래서 더 어색했지.

다음 날 아침 점호 끝나고, 나는 몰래 그 끈을 다시 꺼내서 내 전투화 끈이랑 나란히 비교해봤어. 색은 비슷해도, 매듭을 묶은 방식이 달랐어. 내 방식은 늘 같은 패턴으로 묶어두는데, 그 낯선 끈은 묶음이 조금 더 촘촘하고, 끝을 처리한 모양이 이상할 정도로 정교했어. 누가 “처음부터 정해둔 손”으로 해둔 느낌. 그 순간 머리 한쪽이 서늘해지더라. 누군가가 내 짐을 확인했다는 가능성이 갑자기 커진 거야.

그날 훈련 중에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었어. 혹시 누가 내 짐을 만졌을까. 혹시 내가 없을 때만? 아니면 누군가가 내 짐을 “찾아” 넣어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군대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건 없더라. 생활관에서 물건을 두는 건 결국 같은 공간을 쓰는 사람들과의 거리감에 달려 있는데, 그 거리감이 하루 만에 무너진 느낌이었어. 난 괜히 티 내지 않으려고 했고, 표정도 일부러 평소대로 유지했지.

저녁에 소대에서 짐검사를 하던 날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일부러 속도를 내서 내 물건을 먼저 정리했어. 마음이 급하니까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짐검사 결과엔 문제 없었고, 담당 간부도 내 짐을 “정상”이라고만 봤지. 오히려 이상한 건, 그 간부가 내 모포 위치를 딱 한 번만 훑고 넘어갔다는 거야. 내가 모포를 개어 넣어둔 방식은 평소랑 달랐거든. 어제 내가 짐을 다시 정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티 날 정도는 아니었어. 그런데도 그는 그냥 스치듯 넘어갔어.

그날 밤, 난 결국 그 끈을 다시 짐 속으로 넣어버리지 못했어. 손에 쥐고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눈이 잘 안 감기는 느낌이 들더라. 그러다가 생각이 들었어. “이 끈은 내가 잃어버린 걸 누가 대신 넣어준 걸까, 아니면 내가 못 찾게 하려고 끼워둔 걸까?” 그런 질문이 꼬여서 결국 잠을 설치게 됐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었어.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그 낯선 신발끈이 아까 내가 있던 위치랑 똑같이 “다시” 끼워져 있었어. 분명 내가 밤에 만졌고, 그 뒤로는 누가 내 짐을 만지는 걸 보지 못했는데 말이야. 더 소름이었던 건 끈의 위치가 “틀린 듯한 완벽함”이었단 거야. 누가 대충 넣은 게 아니라, 딱 내가 그 전날 개어둔 틈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같은 깊이로 들어가 있었어. 손가락을 넣으면 감으로 위치가 느껴질 정도였어.

그 이후로 나는 신발끈을 아예 따로 잠그거나, 모포를 함부로 접어 넣지 않게 바꿨어. 그래도 완전히 마음이 편해진 건 아니더라. 군대에서는 물건이 자꾸 옮겨지고, 누군가의 손이 스치기 마련이잖아. 근데 그날 이후로는 누가 내 옆을 지나가도, 내 짐의 틈새가 다시 채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지금도 가끔 생각나. 누군가가 “장난”을 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기준으로 내 공간을 정리해둔 걸까. 그 신발끈 하나로, 내 짐이 아니라 내 신뢰가 먼저 흔들렸다는 게 제일 오래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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