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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기 전부터 누군가 서서 숨을 고르는 소리

2026-10-03 08: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기 전부터 누군가 서서 숨을 고르는 소리, 그게 제일 먼저 들리기 시작한 날이 있다. 분명 1층에서 올라오던 중이었는데,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 같은데도 기계음 사이로 “후…흐—”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뚜렷하게 섞여들었어. 나는 그냥 귀가 예민한가 싶어서 넘기려 했는데, 소리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이미 안쪽에서 들리는 것처럼 가까웠다.

당시엔 회사가 평일 야근 모드라서 엘리베이터가 자주 만원은 아니었거든. 그래도 보통은 층 도착 알림이 울리고,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 발소리나 옷 스치는 소리가 먼저 나와. 근데 그날은 알림이 나오기 전에 이미 그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렸어.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고, 한 박자 늦게 내쉬는 리듬. 숨을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손에 쥔 카드키를 만지작거리다가, 반사적으로 거울처럼 반짝이는 벽면을 봤다.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엔 내 얼굴만 비쳤는데, 이상하게도 반사각이 조금만 달랐어.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라면 왼쪽이 비어 있어야 하는데, 거긴 마치 누군가 아주 붙어 서 있는 것처럼 공간이 좁아 보였거든. 그건 착시일 수도 있는데,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니까 계속 의식하게 됐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하면서도, 다음 숨 고르기까지의 간격이 너무 규칙적이었어. 누가 긴장한 채로, 일부러 시간을 맞추는 것처럼.

문이 닫히고 올라가는 동안 나는 최대한 표정 안 바꾸려고 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타고 있는데 내가 못 봤나 싶어서, 버튼 쪽 유리를 힐끗 봤는데 거긴 완전히 비어 있었어. 유리 밖은 당연히 복도라서 그림자가 따라올 이유가 없는데, 이상하게 엘리베이터 내부 공기만 약간 탁해진 느낌이 있었어. 그때 소리가 한 번 더 크게 나더니, 이번엔 숨을 고르는 소리 뒤에 아주 작은 마찰음이 섞였어. 옷감이 스치는 건지, 아니면 뭔가를 조심히 만지는 소리 같은데 구분이 안 됐다.

도착 알림이 울리자마자 문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도 소리가 멈추지 않았어. 오히려 “후—” 하고 더 길게 내쉬는 타이밍이 문이 열리는 속도랑 딱 맞물린 것 같았어. 나는 문틈으로 밖을 보려다 말고, 문이 완전히 벌어지는 순간에 기계적으로 옆으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런데 복도엔 아무도 없었어. 사람이 없는 건 확인했는데, 그 숨 고르는 소리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어졌어.

그날의 문제는, 소리가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으로만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가끔 사람 숨소리는 거리감이 있는데, 그건 거리가 일정했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게 아니라, 항상 같은 위치에서 들리는 느낌. 마치 스피커로 틀어놓은 것처럼 일정한데, 동시에 사람 숨 특유의 떨림이나 공기 저항 같은 건 또 존재했어. 나는 자동으로 손바닥을 허벅지에 문질러서 감각을 확인했는데, 그 순간 깨달았지. 내가 땀이 나는 걸 막으려고 애쓰는 동안에도, 그 소리는 내 속도와 관계없이 계속 같은 박자였다는 걸.

나는 결국 엘리베이터를 탄 채로 다음 층까지 더 올라갔다. 무서워서 내릴 용기가 없었던 것도 맞는데, 솔직히 말하면 확인하고 싶었어. 혹시 다른 버튼을 누른 척하면서 누가 타고 있는지 알아채려는 그런 심리? 그런데 다음 층에서 문이 열릴 때도 똑같이 아무도 없었고, 대신 소리는 더 또렷해졌어. 그 숨 고르기가 아니라, 숨을 “참았다가” 내쉬는 쪽에 가깝게 바뀐 느낌. 한 번은 숨을 들이마실 때처럼 들썩거리더니, 바로 이어서 아주 낮은 “사각” 소리. 바닥 어딘가를 살짝 건드리는 것 같았어.

나는 그제야 거울 말고 다른 표식을 찾아봤다. 엘리베이터 바닥은 고무 재질이라 소리가 덜 울리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발바닥 아래에서 미세하게 진동이 전해졌어. 발을 한 번 옮기면 그 진동도 따라오고, 다시 멈추면 같이 멈추는 느낌. 그런데 분명 내 발이 바닥을 두드리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 결국 나는 마지막 버튼을 눌러서 내 층에서 바로 내리려고 했는데, 내릴 준비를 하는 순간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멈췄어. 문이 열리기 전인데도, 마치 “너 내렸다”라고 알기라도 한 것처럼.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리자 복도 형광등은 평소처럼 하얗게 빛났고, 아무도 없었어. 나는 도망치듯 나가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도 귀 끝에 그 숨이 남아 있는 것 같았어. ‘이게 진짜 소리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입 안에는 이상하게 금속 맛이 돌았거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도 계속 그 리듬이 생각났어. 그 숨 고르는 간격이, 내가 문을 열고 닫는 타이밍과 매번 어긋났다는 게 제일 이상했어. 왜 굳이 그 타이밍을 맞춘 것처럼 들렸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다음 날 출근해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그 소리가 없었어. 그런데 버튼 패널 옆을 스치고 지나가려는 순간, 바닥에 아주 작은 자국이 보였어. 누군가 신발 끝으로 살짝 긁어낸 듯한 흔적, 길이는 짧았고 각도는 일정했지. 그걸 보는 순간 다시 그 숨이 떠올랐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누군가 서서 숨을 고르는 소리—그건 단순히 누군가가 숨 쉬는 소리가 아니라, ‘문이 열리는 걸 기다리는 쪽’의 호흡 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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