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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거실 전등이 켜지는데도 스위치는 내려가 있어

2026-10-03 16: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거실 전등이 켜지는데도 스위치는 내려가 있어. 진짜로요. 그날도 퇴근하고 들어오자마자 현관에서 신발 벗는 소리가 났는데, 거실 쪽이 환하게 켜져 있더라고요. 분명히 어제 잠들기 전에 스위치를 내려놨고, 전등도 꺼져 있던 상태였거든요. 근데 전구 불빛이 계속 번쩍이듯 밝게 들어오니까, 처음엔 누가 관리실에서 켜놓고 간 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대충 넘기려다가도 찜찜함이 남아서 거실로 갔습니다. 스위치는 벽면 아래로 딱 꺾여 있었어요. “아, 누군가가 스위치를 위아래로 한 번 테스트했나?”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손잡이를 올리면 더 밝아지는 것도 아니고, 내리면 꺼져야 하는데 전등은 그대로였어요. 스위치만 내려가 있고, 전등은 켜져 있는 상태가 그대로 고정된 느낌. 콘센트 전원이나 다른 차단기 문제인가 싶어서 멀티탭도 확인했는데 이상이 없었어요.

저는 원룸이 오래됐던 편이라 전선이 헐거운 건가 했어요. 다음날 아침엔 관리실에 전화해서 전기 점검 좀 해달라고 했죠. 그런데 관리실 아저씨가 한 말이 더 이상했어요. “그 방은 전등 문제 없다고 올라가 있던데요. 스위치도 정상이고.” 정상? 전 그 순간에도 스위치가 내려가 있는데도 불이 켜져 있는 걸 눈으로 봤는데요. 전화를 끊고 다시 거실을 보는데, 불빛이 전보다 아주 조금 더 하얗게 변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했어요.

점검 오기 전까지 저는 일부러 계속 실험을 했습니다. 스위치를 내린 상태에서 손잡이를 살짝만 건드려도 전등이 꺼지지 않았고, 반대로 올렸다 내리면 그때는 잠깐 깜빡이더니 다시 켜진 채로 유지됐어요. “전등이 알아서 다시 켜지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전등 자체는 자동으로 켜질 만한 센서나 타이머가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원룸이라도 그런 옵션이 있는 구조는 아니고, 애초에 벽면 스위치 하나로 단순하게 제어되는 타입이었거든요.

그날 밤, 저는 결국 불을 끄고 싶어서 차단기를 내려봤습니다. 본가에서 가져온 작은 멀티탭이 거실 가구 아래에 있었는데, 그걸 뽑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방 전체 차단기를 내렸어요. 그런데 차단기 내려도 거실 전등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건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차단기 내린 뒤 방 안이 어두워져야 하는데, 거실만 유난히 밝았고, 불빛은 마치 “꺼질 준비를 하다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떨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처음으로 관리실에 다시 연락했어요. “아저씨, 지금 차단기 내렸는데도 거실은 켜져 있어요. 이거 진짜 전기 문제 아닌 것 같아요.” 그랬더니 아저씨 목소리가 좀 굳더라고요. “혹시, 스위치가 내려가 있는데도 켜져 있나요?” 제가 고개를 끄덕이듯 말했죠. 그 순간 아저씨가 말끝을 흐리더니, “그럼 오늘은 그냥 두세요. 내일 제가 사진 찍어보고 말할게요.” 이상하죠? 전기 문제면 바로 고쳐야 하는데, 왜 “그냥 두라”는 말이 나왔는지.

다음 날, 관리실에서 온 사람이 전기 상자를 열어보더니 한참을 말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저를 보면서 “스위치 배선이 이상해요.”라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배선을 보면서도 그는 이상한 부분을 바로 지적하지 못하는 듯했어요. 손전등으로 배선을 비추다가도, 중간중간 전등 쪽을 자꾸 확인하더라고요. 저는 옆에서 보면서 느꼈습니다. 누가 배선을 만져놓은 흔적이 너무 깔끔했어요. 원래 오래된 원룸 배선은 여기저기 헐겁고, 낡아서 색이 바래고, 테이프도 여기저기 엉켜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만 새것처럼 정리돼 있었거든요.

그날 점검이 끝난 뒤, 전등은 꺼졌습니다. 스위치도 정상처럼 보였어요. 저는 “다행이다” 싶어서 잠깐 마음을 놓았죠. 근데 그 다음날 밤, 제가 잠깐 화장실 다녀오려고 거실을 지나는데, 다시 켜져 있더라고요. 스위치는 여전히 내려가 있었고, 전등만 조용히 켜져 있었습니다. 불빛이 켜진 상태에서요, 거실 한쪽 벽에 붙은 옛날 시계 초침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소리도 없던 방이 갑자기 어딘가에서 시간을 재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더는 관리실에 따로 말하지 않았어요. 대신 전등 스위치 앞에 작은 메모를 붙여뒀습니다. “내려놨으면 꺼져 있어야 함”이라고요. 그런데 놀랍게도 메모지 위에 먼지가 얇게 깔리기 시작하더니, 며칠 뒤엔 메모 글자 사이로 아주 희미한 새 글씨가 번져 보였어요. 제가 일부러 가까이 가서 보면, 종이 위에 손톱으로 긁은 듯한 선이 몇 개 있었고, 그 선이 우연히 스위치 모양처럼 보여서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도 전등은 켜져 있었죠. 스위치는 내려가 있었는데도요. 내가 끄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꺼지지 않게’만 정해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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