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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외투 주머니에 아무도 모르게 사진이 들어있었어

2026-10-04 08:29: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외투 주머니에 아무도 모르게 사진이 들어있었어. 처음엔 “누가 장난친 건가?” 싶었는데, 그 사진이 내 일상에 붙어버린 느낌이랄까. 사건은 훈련 끝나고 숙소로 들어온 날부터 시작됐어.

그날은 비가 조금씩 오락가락하던 날이었고, 내 외투는 늘 사물함 맨 위칸에 걸어두는 편이었어. 평소에도 외투 주머니는 잘 안 뒤져. 열쇠나 소소한 것만 넣고, 나머지는 그냥 두거든. 그런데 훈련 후에 외투를 꺼내려는데, 오른쪽 안쪽 주머니가 묘하게 부풀어 있었어. 손끝으로 만져보니 종이처럼 딱딱하게 들어간 게 걸리더라.

나는 그게 그냥 영수증이나 편지 같은 건 아닐까 하고 슬쩍 확인했지. 주머니를 열어보자마자 사진 한 장이 접혀 들어있었어. 군대에서 사진은 이상하게 눈에 띄잖아. 특히 내 이름이 적힌 것도 아니고, 모서리가 살짝 닳아 있었고, 오래되진 않은데 “몇 번이나 꺼내봤던” 종이 느낌이 났어.

사진 속은 내가 맞았어. 근데 장소가 좀 이상했어. 부대 안이 아니라, 행정동 옆 좁은 복도 같은 데서 찍힌 것 같았거든. 타이밍도 이상했어. 내가 그 복도에서 누군가랑 마주친 기억이 없는데, 사진에는 내가 서 있는 각도만 딱 잡혀 있었어. 얼굴이 또렷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나’였고, 내가 알던 자세랑 똑같았어. 그날 훈련 뒤에 외투에서 나온 사진이라면, 분명 누군가 전에 찍어뒀다가 넣어둔 거잖아.

일단 나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기로 했어. 괜히 떠들면 “너가 뭘 숨기는 거냐” 같은 소리 나올 수도 있고, 사진 한 장으로 소동이 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소지품 정리하듯이 사진을 내 지갑 사이에 넣어두고 넘어갔어.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였어. 아침에 세면하고 나서 외투를 다시 걸어두려고 사물함을 열었는데, 지갑 안에 있던 사진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라. 이상하게도 찢어지거나 구겨진 흔적은 없는데, 대신 내가 느끼기엔 종이가 더 얇아진 기분이었어. 너무 오래 들고 있던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때부터 주변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사물함을 닫는 소리, 누가 지나가는 발걸음, 교대 시간에 누가 우리 동기들 뒤를 자주 돌아보는지. 근데 딱 찍히는 단서가 없었어. 다들 바쁘고, 군대는 CCTV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사각이 많고, 외투나 개인 물건은 결국 “누가 마음만 먹으면 손댈 수 있는” 구조잖아.

며칠 지나서, 사진을 한 번 더 확인했어. 그 복도 배경이 맞는지 보기 위해 뒷면을 봤는데, 아무 글자도 없었어. 대신 사진 가장자리에 아주 옅은 연필 자국 같은 게 있었거든. 누군가가 표시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그게 ‘날’ 찍어놓고 표시해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 사진을 잘라 붙여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더 소름이었던 건, 사진 속 내가 서 있는 방향이 내가 그날 절대 가지 않았던 쪽을 향하고 있었다는 거야. 마치 내가 그쪽을 봤을 것처럼 찍혀 있었어.

나는 그날 당직 준비를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외투 주머니에 뭔가가 들어간 적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봤어. 그런데 계속 헷갈렸어. “내가 놓친 게 있었나?” 싶다가도, 확실히 아침엔 외투가 멀쩡했던 것 같고… 그 미세한 혼란이 더 불길했어. 사진이 단순한 장난이라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며 불안을 심어주진 않을 텐데. 누군가가 ‘지금도 네 걸 확인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방식 같았거든.

결국 나는 사진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진 못했어. 대신 세탁망에 섞어둔 채로, 퇴근길 외출 나가기 전날 밤에 사물함 안을 다시 뒤져봤지. 그때야 확실히 보인 게 있어. 내 외투가 걸려 있던 고리 근처에 아주 작은 실밥이 하나 풀려 있었어. 누가 급하게 걸이를 건드린 흔적 같은 거. 내가 먼저 만졌던 흔적은 아니었거든. 손이 닿을 때 감촉이 달라. 그날 이후로는 “누가”가 아니라 “언제”가 더 중요해졌어. 누군가가 내 외투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머리 뒤에서 울리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다시 주머니에서 꺼내서 보관하려고 했던 날… 사진이 없어졌어. 사물함이랑, 지갑이랑, 외투 안쪽이랑. 분명히 내가 ‘그대로’라고 생각하고 놔둔 곳인데도 없었어.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내 시야 가장자리에서 누가 웃는 걸 봤는데, 정확히 누구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 웃음소리만 남았고, 그 다음엔 더 이상 찾을 생각도 사라졌어. 사진이 사라진 게 안도인지, 아니면 “이제 끝났다”는 신호인지 알 수 없었거든.

그 일이 있고 한참 뒤에야 문득 떠올랐어. 그 복도 사진 속에서 나는 뭘 보고 있었을까. 그 방향으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던 건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가, 내 표정과 시선을 이미 정해둔 다음에야 사진을 넣어둔 건 아닐까. 지금도 가끔 겨울 외투 주머니를 만질 때마다, 손끝으로 먼저 확인하게 돼. 빈 주머니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이 닿았을 수 있는’ 주머니처럼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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