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복도에서 누가 내 발걸음에 맞춰 툭툭 박자를 쳤어
오늘도 평소처럼 출근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가 유난히 조용했어. 칠판에 적힌 “오늘 회의 10시” 글씨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상하게도 그 글씨를 보기도 전에 발밑에서 툭, 툭 하는 소리가 먼저 들렸지. 마치 내 걸음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가 반박자 늦게, 손가락으로 벽을 두드리듯 맞춰주는 느낌이었어. 나는 그냥 발소리 반향이겠지 싶어서 속도를 줄여 봤는데, 그 소리도 같이 줄었어.
처음엔 너무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려고 했어. 복도 조명이 약간 노랗게 깜빡이는 편이라서 괜히 신경이 예민해진 걸 수도 있고. 그런데 그 “툭”이 들리는 위치가 매번 같더라. 내 왼쪽, 그러니까 복도 끝에서 시작해 중간쯤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만 일정하게 들렸어. 나는 일부러 정면을 보고 걸었는데, 발을 한 번 멈추는 순간 소리도 멈췄다. 다시 걷기 시작하면 바로 이어졌고.
그때부터는 솔직히 등골이 좀 서늘했어. 사람이라면 분명 어느 쪽에선가 걸어올 텐데,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거든. 전에는 자주 보던 경리팀도 오늘은 보이지 않았고, 현관 쪽 보안 담당은 늘 청소기 끌고 지나가는데 그날은 아무 소리도 없었어. 복도는 길고, 창문도 거의 없어서 누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이 많지 않은데, 소리는 너무 정확하게 내 리듬에 맞춰졌어.
나는 생각이 꼬이기 시작했지. 혹시 내가 신발 밑창이 안 맞아서 소리가 저절로 나는 건가, 아니면 건물 자체가 바람이나 진동 때문에 그런 건가.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걸어 봤어. 내 발걸음이 느려지면 “툭”도 느려져서 같은 간격으로 이어졌고, 다시 평소 속도로 돌아오면 똑같이 따라왔어. 그게 더 무서웠어. 건물이라면 따라올 수가 없잖아. 누군가가 분명히 듣고 있는 것 같았거든.
두 번째로 확신이 든 건, 사무실 앞 도어가 보였을 때였어. 평소엔 그 구간에서 탁자 옮기는 소리나 누군가 커피 마시고 잔을 놓는 소리가 가끔 나거든. 그런데 그날은 깨끗하게 정적이었고, 내 발걸음에 맞춰 “툭” 소리만 계속 따라오고 있었어. 나는 문 앞에서 손잡이를 잡기 전에, 장난처럼 일부러 발을 굴려서 한 번 “제멋대로” 걸어봤어. 그러자 소리도 잠깐 끊겼다가, 곧바로 내 굴러가는 리듬을 다시 주워서 맞추더라. 정말로 확인하듯이.
나는 급하게 자리로 들어가서, 일단 노트북 전원을 켜면서도 계속 귀를 세웠어. 동료들 메신저는 “어제 밤에 누가 자료 보내놨더라” 같은 농담만 오가는데, 그 농담과 별개로 머리 뒤쪽에서 다시 “툭”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어. 복도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내 등 뒤에서 들리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복도 스피커 같은 건 없고, 내 책상 뒤는 벽이라 울릴 곳도 없는데 말이야.
점심쯤 되자 팀장님이 복도에서 뭔가 찾는 듯한 표정으로 들어오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이 먼저 나갔어. “팀장님, 오늘 복도에서 누가 벽 두드리는 소리 들었어요?” 그랬더니 팀장님이 잠깐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그런 거 들었어? 난 아무도 못 봤는데”라고 했어. 그런데 그 웃음이 좀 늦었어. 마치 답을 생각하다가 나온 웃음 같았달까. 그리고 팀장님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아주 작게, “그 구간에서만 그렇더라”라고 말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았어.
그 말 때문에 머리가 더 복잡해졌어. “그 구간”이라니, 그걸 아는 사람이 있단 뜻이잖아. 나는 그날 퇴근할 때까지 내내 그 복도 쪽을 피해 다녔어. 회의실 동선도 바꾸고, 물도 다른 층에서 받고, 엘리베이터는 계단으로만 내렸지. 그런데도 집에 가려고 사무실 문을 열려는 순간, 문득 복도에서 한 번 더 “툭” 하는 소리가 들렸어. 이번엔 발걸음에 맞추지 않았어. 그냥 한 번, 딱. 마치 체크하듯.
그날 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손바닥에 뭐가 묻어 있는 것처럼 착각했어.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다음 날 출근해서 보니 내 신발 밑창이 평소보다 닳아 있었고, 이상하게도 왼쪽 앞부분이 조금 더 거칠어져 있었어. 어제 그 소리가 리듬을 맞춘 게 아니라, 내 걸음을 ‘기억’해서 계속 따라온 게 아닐까 싶더라. 그 이후로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면 자동으로 멈칫하게 됐고, 누가 내 뒤에 서 있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 고개가 돌아가.
지금도 가끔 그 구간을 지나가는데, 걸음이 빨라지면 소리도 따라오고, 일부러 천천히 걸으면 그 “툭”이 반박자 뒤에서 따라붙어. 사람인 척하는 건지, 건물 자체가 장난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신경이 만들어낸 환청인지 모르겠어.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그 소리는 항상 내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려는 순간에만 나타나더라. 마치 내가 모른 척하는 걸 기다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