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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기둥 뒤에서 누가 손을 흔드는 걸 봤어

2026-10-04 16:29:11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기둥 뒤에서 누가 손을 흔드는 걸 봤어. 그날도 퇴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특유의 냉기랑 습한 냄새가 먼저 덮치더라. 나는 보통 주차장 끝쪽 기둥 라인을 타고 걸어가는데, 그때부터 이상하게 시선이 자꾸 한 군데로 끌렸어. 기둥 하나가 유난히 그림자가 깊고, 그 뒤쪽이 잘 안 보이는 구조였거든.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어. 차를 세워둔 자리까지 몇 미터 안 남았을 때, 기둥 뒤에서 손이 스르륵 나왔다 들어갔다 했거든. 손가락이 천천히, 마치 “여기 있어” 같은 느낌으로 흔들렸어. 순간적으로 소름이 확 올라오는데, 주변은 조용했고 다른 차들도 다 꺼져 있었어. 그래도 혹시 누가 늦게 도착했나 싶어서 “저기요?” 하고 말까지 했는데, 대답은 없었어.

나는 그냥 지나가려고 속도를 냈어. 그런데 그 손이 멈추질 않더라. 내가 기둥 쪽으로 다가가면 손은 더 뒤로 숨고, 내가 멈칫하면 다시 얼굴도 안 보이는 공간에서 손이 나왔어. 흔드는 모양이 장난 같진 않았어. 너무 천천히, 너무 정확하게, 내가 반응하는 순간에 맞춰 움직이는 느낌이었거든. 그때부터는 머리가 하얘지고, 발은 자꾸만 기둥 쪽으로 끌려가는 것 같았어.

기분 나쁘게도 나는 그 손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받아들였어. 물론 누가 내 이름을 아는지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콩닥거렸고 등줄기가 젖어들 정도로 땀이 났어.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통화 버튼을 누를까 하다가, 혹시 그 사람이 더 놀라거나 화를 낼까 봐 그냥 전화를 못 걸었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더 이상했는지, 그 순간 내가 너무 멍청해 보였어.

결국 나는 기둥 뒤를 직접 보려고 몸을 옆으로 틀었어. 그런데 기둥 뒤는 생각보다 좁고, 시야가 막혀 있었거든. 그래서 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정상인데,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손은 사라졌어. 대신 기둥에 붙은 안전표지판 아래쪽, 바닥에 드리워진 어두운 선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고 해야 할까. 바람도 안 불고, 환풍도 일정한데 왜 흔들리는지 모르겠더라.

그 다음부터는 더 찝찝했어. 기둥 뒤에서 나는 소리가 있었거든. 발자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도 아닌데, “사람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소리처럼 아주 작게 들렸어.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차 쪽으로 돌아섰는데, 그때 기둥 뒤에 손이 다시 나타났어. 이번엔 손바닥을 보이듯 펴서 흔들었고, 손목이 꺾일 듯 말 듯한 각도로 움직였어.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무서웠어. 누가 연기한다면 저 정도로 멈칫 없이 정확히 할까 싶을 정도로.

나는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키를 돌리는 손이 덜덜 떨렸고, 엔진 소리도 한 번에 안 올라왔어. 그 사이에도 옆에서 뭔가가 “있다”는 느낌은 계속 남아 있었어. 거울로 뒤를 보니까, 기둥은 그대로인데 뒤쪽 그림자만 더 짙어져 있었거든. 마치 누가 서 있는데 불을 끈 것처럼. 그렇게 10초쯤 지나고 나서, 그제야 아까 봤던 손이 완전히 사라졌어. 손이 사라지면 소리도 끊기더라.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났어.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CCTV가 있다고 안내문이 붙어 있고, 관리실도 멀지 않아. 그런데 내가 그때 “기둥 뒤에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바로 못 했던 게 아직도 후회돼. 혹시 정말 누가 들어와서 기다리는 거였으면, 내가 너무 멀리 달아난 셈이니까. 반대로, 누가 장난치는 거였다면 왜 하필 내가 그 자리에 멈췄을 때 딱 맞춰서 움직였을까. 그건 설명이 안 됐어.

며칠 뒤에야 나는 이상한 걸 하나 더 떠올렸어. 기둥 뒤를 볼 때, 손이 나오는 구역이 ‘정상적인 시야’가 아니었거든. 그러니까 누가 숨는다고 해도, 그 각도에서 손만 이렇게 깔끔하게 나올 수가 없다는 거야. 그리고 그 손을 봤던 시간 동안, 바깥쪽 통로에서 누가 걸어오는 소리나 다른 차량 경적 같은 게 전혀 없었는데도, 느낌은 너무 확실했어. “나는 보고 있다” 같은 감각. 그래서인지 더 무서웠어.

지금도 가끔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면, 같은 라인의 기둥에 눈이 먼저 가. 그리고 문득 생각해. 그날 내가 차로 도망치지 않았으면, 아니면 잠깐이라도 더 가까이 갔으면, 손은 계속 흔들렸을까 아니면 다른 모양으로 나타났을까. 아직도 그 손이 떠올라서, 손가락 끝이 아니라 손등의 각도까지 생생하게 기억나. 기둥 뒤에서 누가 손을 흔드는 걸 봤어. 그게 진짜였든 아니었든, 그 순간부터 내 시야는 기둥 뒤를 피하는 습관으로 바뀌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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