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시골집에서 창고 문을 열면 항상 같은 높이의 먼지가 쌓여 있어

2026-10-05 00:29:10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창고 문을 열 때마다, 이상하게도 먼지가 항상 똑같은 높이로 쌓여 있어요. 처음엔 그냥 바람이 닿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아, 오늘도 똑같겠지” 싶은 예감이 들 정도로 똑같더라고요. 문을 열기 전엔 손전등을 비추어 확인할 필요도 없을 만큼요.

제가 그 집에 산 건 여름 방학 한 달이었어요. 할머니가 “창고는 건드리지 마라, 먼지만 쌓여도 괜찮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호기심이 커서 이사 온 짐 정리하다가 창고 쪽 문을 열어보게 됐죠. 오래된 나무문이라 삐걱거렸고, 문틈 사이로 먼지 냄새가 확 올라왔어요. 그런데 바닥에 가늘게 깔린 먼지 위로, 마치 누군가가 줄을 그어놓은 것처럼 일정한 높이로만 쌓여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선반 아래부터 바닥까지 먼지가 “층”처럼 보였어요. 그 층의 높이가 매번 손바닥 두께 정도로 일정했습니다. 처음엔 제가 대충 문을 열 때마다 먼지를 같은 방식으로 털어내서 그렇겠지, 싶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 일부러 조심조심 열어봤는데 결과는 똑같았어요. 먼지는 더 쌓이지도 않았고, 덜 쌓이지도 않았고, 그냥 그 높이 그대로 서 있었어요.

그 뒤로 저는 창고 문을 열기 전과 후를 계속 비교했어요. 문 열기 전에 문턱에 손바닥을 살짝 대면 먼지의 경계가 살짝만 눌려 보이는데, 문을 닫고 다시 열면 경계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더라고요. 제가 만진 자국은 사라지고, 마치 누가 손으로 정리해둔 것처럼 층이 재정렬됐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느껴졌는데, 저 혼자 집에 있을 때도 똑같았어요.

할머니는 제가 묻는 말에 “그거야 늘 그렇지”라고만 했어요. “창고는 공기랑 먼지가 맞춰지면 그 높이로만 쌓인다” 같은 말을 하셨는데, 솔직히 말해 납득이 안 됐습니다. 먼지라는 건 바람 타고 오고, 바닥에 쌓이는 만큼은 매번 다를 텐데, 왜 꼭 같은 높이로만 유지되는지 이해가 안 됐거든요. 저는 그 말을 믿기 어려워서, 손전등으로 먼지층 위를 찍어봤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마다도 경계가 같은 위치에 잡혔어요. 시차를 두고 찍는 것도 아니었는데요.

어느 날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어요. 창고 문을 열어야 할 일이 있어서 문을 열었는데, 비 냄새가 먼저 확 들어오더니 금세 먼지층도 같이 보였어요. 비가 와서 먼지가 다 씻겨 내려가야 정상 아니냐 싶었는데, 젖은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건조한 먼지층이 그대로 그 높이로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등줄기가 서늘해져서 문을 닫고 부엌으로 도망치듯 돌아왔고, 그날 밤엔 꿈에서 창고 문이 제 쪽으로 천천히 닫히는 걸 봤습니다.

다음 날, 저는 집 마당 뒤편까지 나가서 바람길을 확인했어요. 창고 앞쪽으로는 통풍이 되는 편이라 먼지가 들어올 수는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항상 같은 높이”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죠. 다시 창고로 가서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였는데, 바람 소리와는 결이 다르더라고요. 마치 아주 얇은 종이 조각이 서로 맞닿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그 먼지층이 딱 멈춰 선 것처럼 보였어요. 마치 ‘열었다’는 신호에 맞춰 딱 맞춰진 것처럼.

저는 그때부터 창고를 거의 안 열었어요. 필요한 건 밖에서 해결하고, 정리할 것도 다른 곳으로 미뤘죠.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신경 쓰였습니다. 왜냐하면 먼지층이 “그 높이”로 유지되는 것보다 더 이상한 건, 제가 매번 창고 문을 닫을 때마다 바닥 쪽에서 미세하게 울리는 감각이 있다는 거예요. 발바닥 아래로 아주 약하게 진동 같은 게 지나갔고, 마치 누군가가 먼지층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은 뒤 치우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뭔가를 듣고 있는 동안에는 분명히 조용해졌고, 반대로 제가 돌아서면 다시 바스락거림이 느껴졌어요.

마지막 날, 할머니가 저보고 “이제 정리 다 했지? 창고 문은 그냥 닫아두면 된다”라고 하셨어요. 저는 “문은 닫아도 먼지가 계속 똑같이 쌓여요”라고 말하려다가,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창고 문 앞에 서서 한 번만 확인하자고 생각했어요. 손전등을 비추기 전에 문을 열었는데, 눈앞에서 먼지층이 이미 그 높이로—제가 처음 봤던 그 높이로—딱 서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열기 전인데요. 그리고 문이 완전히 열리기 직전, 선반 쪽에서 아주 작은 그림자 같은 게 스쳤습니다. 저는 바로 문을 닫고 나오려 했는데, 그 순간 창고 안쪽 어딘가에서 ‘툭’ 하고 무언가가 내려앉는 소리가 났어요. 그 소리 이후로, 먼지층의 경계선이 한 치만 더 올라간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떠올려보니 그게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부분이더라고요. 다음엔 누가 그 문을 열게 될까, 그리고 먼지의 높이는 다음엔 어디까지 올라갈까 하는 생각이요.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