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현관문 손잡이에 묻은 하얀 가루, 다음날 냄새가 났다
원룸 현관문 손잡이에 묻은 하얀 가루. 그날은 그냥 “누가 청소를 했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문제는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냄새가 이상하게도 손잡이에서 올라왔다. 분명 어제 저녁엔 없던 냄새인데, 손잡이 쪽만 유독 진득하게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처음 눈에 들어온 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복도 조명이 조금 흔들리는 편이라, 현관문 손잡이에 묻은 게 먼지인지 얼룩인지 확실히 안 보였다. 근데 가까이서 보니 하얀 가루가 아주 얇게 손잡이 표면을 훑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렀더니, 가루가 아니라 뭔가 “가루처럼 뭉친” 질감이 손끝에 남았다.
나는 그냥 물티슈로 닦았다. 아무 냄새도 안 나길래 더더욱 신경을 끄려 했고, 손잡이 아래쪽 고무 패킹 주변까지 훑어서 깨끗이 만든 다음 문을 닫고 들어갔다. 씻고 나서도 찝찝함은 남았지만, 이런 건 오래된 건물 특유의 먼지나 누군가가 뿌린 세정제가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현관문을 열자마자 바로 느껴졌다. 냄새는 “정확히 무슨 냄새”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젖은 석회 같은 느낌과 기름기 비슷한 잔향이 섞여 있었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더 진하게 올라왔고, 문을 다 열기 전에 이미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애매하면서 끈질긴 냄새였다.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냄새는 밖으로 나가긴커녕 현관문 안쪽에서 더 모이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닦았다. 이번엔 물티슈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세정제를 찾았고, 손잡이 금속 부분이랑 문틈을 여러 번 훑었다. 하얀 가루는 금세 사라지는 듯했는데, 신기하게도 금방 또 손잡이 위에 얇게 끼어 있었다. 마치 닦아낸 자리 위로 누가 얇게 덮어놓은 것처럼, 아주 정교하게.
여기서부터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관리실에 말하면 좋겠지만, “손잡이에 하얀 가루가 묻어 있었고 냄새가 난다”라고 하면, 누가 봐도 내가 뭘 흘린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난 복도 거울로 현관문 앞을 한 번 비춰봤다. 그런데 그날 밤, 내 방 앞 복도에서 누군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가 멈추는 지점이 꼭 내 현관문 앞과 맞닿아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층간 소음이나 배관 소리는 흔하지만, 그날 소리는 발소리가 “멈춘 다음” 바로 가벼운 마찰음이 이어졌다. 마치 손잡이를 만지는 것 같은 소리. 나는 얼른 문을 열어 확인하려고 했는데, 밖 복도는 너무 조용해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손잡이 쪽에서 아주 미세한 잔 냄새가 올라왔다. 아까 낮에 닦아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며칠 뒤엔 더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손잡이에는 가루가 계속 보였는데, 그 양이 일정하지가 않았다. 내가 귀가할 시간에 맞춰서 유난히 얇게 덮인 날이 있었고, 내가 집에 오래 없는 날은 아예 흔적이 없다가 다음에 돌아오면 다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누가 내 동선을 따라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문을 열기 전부터 누군가가 손잡이를 건드리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소름이 돋은 건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날은 비가 와서 현관 앞이 조금 축축했다. 나는 늦게 들어와서 바로 손잡이를 잡았는데, 손가락 끝이 닿는 순간 차갑게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냄새가 다시 올라왔다. 그런데 이번 냄새는 이전과 달랐다. 젖은 석회 같은 느낌에, 아주 희미하게 “비누 같은데 비누가 아닌” 향이 섞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손을 씻고 난 뒤에 일부러 남긴 것처럼.
그날 밤, 나는 결국 관리실에 연락했다. “현관문 손잡이 쪽에 하얀 가루가 자꾸 묻고 냄새가 난다”라고 말하자, 관리인이 한참 조용히 있다가 “그런 경우가 가끔 있어요. 혹시 손잡이 교체 가능할까요?”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이상한 장면이 떠올랐다. 예전에 복도에서 누군가가 “손잡이는 자주 만져야 깨끗해진다” 같은 말을 했던 것. 말은 농담처럼 들렸는데, 그게 진짜였던 걸까.
며칠 뒤 손잡이는 교체됐다. 나는 안도하면서도, 문을 닫고 나서 자꾸만 현관으로 돌아가 손잡이를 확인하게 됐다. 새 손잡이는 깨끗했고 냄새도 사라졌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밤이 되면 현관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코끝이 간질거렸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가루 냄새가 마치 “이미 안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문을 잠그는 소리보다, 잠그고 난 다음의 조용함이 더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