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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에 없는 주소로 계속 주문이 들어오는 원룸

2026-10-05 16: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 산 지 3개월째였는데, 이상한 일이 생긴 건 딱 그때부터였어요. 배달앱이든 전화 주문이든, 내 주소가 아닌 것 같은데도 계속 “여기”로 주문이 들어옵니다. 보통은 오배송이면 끝나야 하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아예 제 방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매번 정확히 같은 호수로 주문을 넣고, 저는 받을 수도 없는데 알림만 계속 떠요.

처음엔 제가 착각한 줄 알았어요. 문자로 “고객님 주문 건이 배달 중입니다” 이런 게 오는데, 주소는 분명 제 건물 이름이랑 번지는 맞는데 세부 번지 표기가 이상하게 다르게 찍혀 있었거든요. 배달기사님이 도착하면 제가 문 열고 받을 수가 없으니, 다음엔 다시 취소되겠지 했죠. 그런데 며칠 뒤 또 옵니다. 그리고 이상한 건, 취소 사유가 매번 “수취인 부재”가 아니라 “주소 확인 필요” 비슷하게 떠요.

제가 관리실에 물어봤더니, 관리실 아저씨가 웃으면서 “요즘 배달앱이 좌표로 찍히니까, 비슷한 위치로 자꾸 뜨는 경우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주소를 한 번도 바꾼 적 없고, 제가 사는 층이랑 호수도 건물 구조상 쉽게 안 헷갈리는 편이에요. 그런데도 주문은 늘 제 호수로 와요. 심지어 한 번은 엘리베이터 호출이랑 비슷한 시간대에 벨이 한 번 울리고, 제가 문을 열면 아무도 없고 초인종만 꺼져 있더라구요.

그때부터는 배달앱 알림이 아니라, 제 생활 리듬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밤 11시쯤이면 간단한 야식 메뉴가 오더니, 새벽엔 전혀 안 시킬 것 같은 것들이 와요. 닭강정, 순대 같은 건 그렇다 치는데, 어떤 날은 “조리 안 된 반찬”처럼 포장 방식이 다른 것들도 있었어요. 가장 소름이었던 건, 제가 주문을 아예 하지 않았는데도 배달기사님이 “여기 맞나요?”가 아니라 “저기 문 앞에 두면 되죠?”라고 묻는 거예요. 제가 “누구세요?”라고 하면 그제서야 말이 꼬여요.

처음에는 단순 오배송을 의심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패턴이 잡혔어요. 주문이 들어오는 시간대가 비슷하고, 메뉴도 특정한 조합으로 반복됐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주에는 항상 맥주랑 안주류가 같이 들어오고, 또 어떤 주에는 따뜻한 국물류만 들어와요. 저는 혼자 사는데, 배달 기록을 보면 항상 제 명의로 결제가 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물론 제가 그 결제를 한 적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폰을 뒤져봤더니, 제 계정과 관련된 결제 알림은 없고 배달앱 내 주소록에도 낯선 표기가 없더라구요.

그러다 한 번, 관리실 문 앞에 종이 쪽지가 붙어 있던 걸 봤어요. 누가 봐도 “수취인 불명” 같은 안내문처럼 보이는데, 글씨가 너무 성급해서 오히려 누가 급하게 적은 느낌이었죠. 거기에는 제 호수와 제 이름이 아니었는데도, 제 방 위치를 설명하는 문장이 들어가 있었어요. “복도 끝” “통로 쪽” “바로 옆 전등” 같은 식으로요. 건물에 그런 표현 쓸 일이 거의 없어요. 저는 처음 봤을 때 손끝이 차가워지더라구요. 왜냐면, 그 문장들이 제가 방을 볼 때 보이는 방향이랑 딱 맞았거든요.

그날 이후로는 더 조심하게 됐어요. 문 앞에 뭘 두는지, 누가 초인종을 누르는지 확인하려고 현관 쪽을 자주 봤는데, 신기하게도 배송이 도착한 당일엔 늘 제 생활 동선이랑 겹칩니다. 제가 잠깐 밖에 나가려고 옷을 챙기면 그 타이밍에 벨이 울리고, 제가 샤워를 하려고 문을 잠그면 문 바깥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요. 그런데 CCTV는 관리실에서만 볼 수 있고, 개인이 볼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확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했더니 아저씨가 “사소한 분쟁은 연락 말고 지내세요”라고만 했어요. 그 말이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어느 날은 정말로 “주소가 배달앱에 없는 곳”으로 주문이 들어왔어요. 제 건물 이름을 쓰긴 하는데, 앱에서 선택할 수 없는 번지 표기였어요. 그럼에도 배달기사님은 도착했다고 표시가 떠요. 그리고 제가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라고 링크가 오는데, 링크를 누르기도 전에 이미 취소가 됐더라고요. 마치 누군가가 제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리다가, 제가 반응하지 않으니 바로 뒤로 빼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오배송”이 아니라 “반응 유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뒤, 아주 조용한 밤에 또 벨이 울렸어요. 저는 귀를 기울였는데,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바로 뒤로 물러난 소리가 났어요. 문을 열기 전에 아래를 봤는데, 현관 매트 위에 비닐 봉지가 놓여 있었고, 안에는 아주 작은 포장이 하나 들어있었어요.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종이 조각 같은 게 같이 있었어요. 저는 내용을 읽지 못했어요. 손대기도 전에 봉지가 스르륵 바닥으로 미끄러지며 “여긴 아니야”라는 글자만 보였거든요. 누가 제 방을 “아닌 곳”으로 정해둔 것 같았어요.

그 이후로도 주문 알림은 계속 오는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제 호수로만 오지 않더라고요. 복도 중간, 같은 층 다른 방, 심지어 엘리베이터 바로 앞처럼 “사람이 문을 열지 않는 위치”로 번갈아 찍혀요. 마치 누군가가 제 반응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시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가끔, 배달앱 화면에 아무 주문도 없는데도 제 폰이 아주 짧게 울리는 느낌을 받아요. 그 알림이 실제로 뜨진 않아도, 머릿속에서 문 앞이 먼저 떠오릅니다. 누군가는 분명 제 방을 알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아직도 “제대로 된 주소”를 찾는 중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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