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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문인식기에 손 대신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2026-10-06 08:29:11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게 출입문 옆 지문인식기에 손 갖다 대는 거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손가락을 대기 전부터 뭔가가 눈에 걸렸다. 처음엔 누가 장난치다 떨어뜨린 테이프 조각인 줄 알았는데, 인식기 유리판 가운데가 딱 손바닥 크기로 매끈하게 감겨 있었다. 테이프가 붙어 있는 위치가 너무 정확해서, 그냥 “우연”이라기엔 느낌이 좀 달랐다.

아침이라 직원들이 정신없이 오가던 시간이라, 나 말고도 다들 대충 확인하고 지나가는 분위기였어. 어떤 선배는 “또 누가 붙였네” 하고는 그냥 다른 자리로 가서 인식 찍고 들어가더라. 그런데 나는 원래 그 인식기가 제일 잘 됐던 편이라서, 혹시 테이프만 떼면 되나 싶어서 유리판에 붙은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만져봤다.

테이프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이 평범한 투명테이프가 아니라, 뭔가 더 질기고 끈적한 재질 같은 느낌이었어. 떼어내려고 하면 잘 떨어질 것 같았는데, 막상 손대자마자 테이프가 살짝 울리면서 인식기 안쪽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나더라. 소리도 그렇고, 유리 아래쪽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얼른 손을 뗐다.

그때 마침 보안 담당이 지나가길래 물어봤다. “어제부터 여기에 뭔가 붙어 있었던 거예요?”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잠깐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아, 그거요? 누가 테스트한다고 붙여놨나 봐요”라고만 하고는 바로 다른 얘기로 돌렸다. 난 솔직히 더 묻고 싶었는데,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 된 기분이 들었다.

점심쯤에도 그 테이프는 그대로였다. 대신 사람들 반응이 이상했어. 평소엔 출입할 때 서로 “어, 오늘은 빨리 되네” 같은 말도 하던 사람들이, 그날은 누구도 중앙 부분을 정면으로 보지 않는 느낌이랄까. 다들 옆으로 살짝 비켜서 손가락을 대거나, 손을 굳이 테이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서리 쪽에 맞추려고 했다. 누군가는 아예 장갑을 끼고, 또 누군가는 손을 물티슈로 닦은 다음 천천히 찍는 식이었다.

퇴근 시간에 나는 결국 테이프를 완전히 떼내고 싶어졌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유리판 가장자리를 살짝 들어보는데, 테이프는 잘 떼어지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도 손끝에선 감각만 남았다. 떨어져 나간 건 테이프만이 아니라, 뭔가가 같이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 순간 머릿속에 ‘이게 진짜 테이프일까?’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등줄기가 차가워졌다.

그래서 멈췄어. 대신 주변을 봤는데, 인식기 하단에 작은 안내문이 하나 추가돼 있었다. 글씨는 누가 봐도 급하게 붙인 듯 삐뚤삐뚤했고, 내용은 “지문 인식 오류 발생 시 본체를 임의로 분해하지 말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근데 그 안내문 아래에 손바닥 자국처럼 번진 얼룩이 아주 옅게 남아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오래 기대거나 오래 누른 흔적 같았다. 나는 그 얼룩을 보자마자, 아침에 손끝으로 느꼈던 끈적한 감촉이 다시 떠올랐다.

다음날도 테이프는 있었다. 누가 떼러 오지 않는 게 아니라, 떼어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 출근한 사람들 중 한 명이 장난처럼 “여기 뭐지?” 하며 테이프 근처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는데, 인식기는 그 즉시 경고음 비슷한 걸 내며 화면이 깜빡였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도 금방 표정이 굳었고,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옆으로 돌아서 들어가더라.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이건 누가 테이프를 붙여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뭔가를 붙여야만 되는 상황였던 것 같다는 걸.

며칠 지나도 테이프가 사라지지 않자, 회사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출입구 앞에서 큰 소리 내는 사람이 줄었고, 지문인식기 앞에 오래 머무는 일이 없어졌다. 대신 모두들 “오늘은 사람 많네” “장비 점검 중인가?” 같은 말로 얼버무렸다. 나는 사소한 걸 기록하듯 메모를 남겼는데, 테이프가 붙어 있던 위치가 매번 같은 자리였고, 테이프 가장자리 주변만 유난히 반들거렸다. 마치 누가 계속 같은 방식으로, 같은 힘으로 눌렀던 흔적처럼.

마지막으로 가장 소름 돋았던 건, 어느 날 내가 퇴근길에 인식기를 지나치며 무심코 중앙을 쳐다봤을 때야. 테이프가 그대로 있는데도, 유리판 안쪽에서 아주 얇은 그림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건 누군가가 뒤에서 손을 대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작 주변을 보면 아무도 없었어. 그때 나는 생각했어. 출입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출입을 ‘허용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거라면… 이미 누군가는 그 방식에 맞춰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지금도 테이프는 거기 있는데, 우리는 그 앞에서 손을 대지 않는 법부터 먼저 배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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