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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던 자국

2026-10-07 00: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받은 의자에서 이상한 걸 발견한 건, 딱 “앉아본 흔적”이 아니라 “누군가가 거기에 오래 앉아 있었던 시간” 같은 게 느껴져서였어요. 의자를 받아서 집에 들여놓고, 잠깐 앉아보려는 순간 등받이 쪽이 유난히 미묘하게 꺼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겉보기엔 멀쩡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누군가 앉았던 자국이 딱 한 군데에만 뚜렷하게 남아 있었어요.

판매자 말로는 “집이 좁아서 정리”라면서 상태 괜찮다고 했고, 사진도 깔끔하게 찍혀 있었어요. 저는 솔직히 덜컥 샀다가 약간의 스크래치 정도는 감수할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받은 의자는 사진보다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등받이 중앙 하단, 그러니까 어깨가 걸리는 지점이 살짝 눌린 듯한 광택 차이가 나 있었거든요. 마치 가죽이나 패브릭이 아니라, 눌림이 남는 재질이라도 된 것처럼요.

처음엔 먼지나 조명 탓인가 싶어서 젖은 행주로 한 번 닦아봤는데 닦이질이 잘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힘을 세게 문지르면 지워질 법한 때가 아니라, 표면 결이 방향을 바꾼 것처럼 보였어요. 그 자국은 단순히 더러워서 생긴 얼룩이 아니라, “그 자리에 몸이 오래 붙어있었다”는 느낌으로 남아 있었고, 지워지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선명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자를 뒤집어서 밑면도 봤어요. 다리 쪽은 멀쩡했고, 나사도 한 번 풀었다가 다시 조인 흔적 같은 건 없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밑면 가운데에 작은 종이 조각이 끼어 있더라고요. 누가 테이프로 붙여놓은 것처럼 가장자리가 뜯긴 흔적이 있었고, 그 위에 연필로 짧게 무언가가 적혀 있었는데 글씨를 제대로 읽기엔 너무 낡고 흐려서 “이게 뭐지?” 싶은 정도였습니다.

글을 확대해서 보려다 말고, 그냥 버려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적힌 형태가 제 눈엔 날짜처럼 보였습니다. 정확히 날짜인지도 모르고, 제가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숫자들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종이를 떼어내는 순간, 의자에서 아주 희미한 냄새가 올라왔어요. 새 가죽 냄새도 아니고, 집에 있던 섬유탈취제 같은 냄새도 아닌, 오래된 습기와 뭔가 눅눅하게 눌린 종이 냄새 같은 거요.

그날 밤, 저는 그냥 빨리 잠들려고 했는데 의자 생각이 자꾸 났어요. 특히 등받이 자국이요. 낮에는 그냥 “눌림”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눌림이 너무 정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의 어깨 높이에서 나오는 각도랑 딱 맞는 위치인데, 그럼 그 사람이 앉아 있었던 자세가 꽤 고정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잖아요. 중간에 일어서서 자세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한동안 같은 자세로 버틴 사람처럼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봤더니 더 이상했어요. 전날엔 없던 작은 표시가 보였거든요. 의자 옆면 하단, 손으로 만지면 닿는 정도의 깊이에 아주 얇은 스크래치가 이어져 있었고, 그 선이 마치 오래 긁었을 때 나는 방향처럼 일정했어요. 저는 여기서 괜히 상상력을 키우고 싶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스크래치가 “장난”이라기보단 “무언가를 견디는 동안 반복해서 손이 움직였을 때” 같은 형태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매자에게 연락했어요. “의자 상태 괜찮은데 특정 부분이 눌린 게 있어서요. 혹시 사용감이 어떻게 됐는지”라고만 물어봤죠. 근데 판매자는 답이 늦더니, 결국 “원래 원단이 좀 그렇다. 예민하게 보지 마세요”라고 짧게 끝냈어요. 더 캐묻지 말라는 듯한 어조였고, 제가 “종이 조각이 끼어있던데요”라고 말하려다 말았어요. 괜히 말 꺼냈다가 내 기분만 상할 것 같아서요.

그 후로 의자를 방 한쪽에 두고 거의 안 앉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앉아있지 않은데도 등받이 쪽 자국이 자꾸 시야에 걸렸어요. 특히 해가 들어오는 시간대에는 자국 주변이 더 반짝여서, 누군가가 지금 막 일어나고 살짝 식은 자리처럼 보일 때가 있었어요. 저는 이걸 망상이라고 넘기고 싶었는데, 어느 날은 정말로 의자 앞에 서 있는데도 “앉아달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압박 같은 게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중고거래를 할 때 물건의 사진보다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어떤 마음으로 쓰다가 넘겼는지’를 더 의식하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그 “한 군데만 유난히 눌린 자국”이에요. 얼룩도 아니고, 단순한 마모도 아닌데, 보면 볼수록 누군가의 무게가 오래 머물렀던 자리가 있다는 것만 확실하거든요. 저는 그 의자를 처분할까도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버리려고 하면 마음이 자꾸 멈춰요. 누군가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떠난 사람의 흔적이 아직도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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