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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수도꼭지에서 ‘틱…’ 소리만 반복되던 밤

2026-10-07 04:29: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수도꼭지에서 ‘틱…’ 소리만 반복되던 밤. 그날도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벽이 깊어질수록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해지더라. 처음엔 배관에서 나는 평범한 소리겠지 싶었고, 잠깐 귀를 기울였다가 다시 누웠다. 근데 웃긴 건, 소리가 멈추는 타이밍이 아니라 계속 “틱… 틱… 틱…” 하고 같은 간격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새벽 2시쯤이었나. 욕실 문을 닫아놨는데도 소리가 방까지 올라왔다. 수도꼭지는 잠가둔 상태였고, 물 한 방울도 안 떨어졌다. 그런데도 소리는 계속 났다. 마치 수도꼭지 안쪽 어딘가가 아주 작게 눌렸다가 풀리는 것처럼, 짧고 또렷한 리듬이 반복됐다. 나는 그 소리가 단순한 진동이나 금속 소리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했고, 폰 화면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는데, 그 사이에도 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처음엔 “누수 탐지기 테스트 같은 건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원룸 건물은 오래됐고, 관리도 들쑥날쑥하니까. 그래서 욕실로 걸어가 수도꼭지를 손으로 만져봤다. 따뜻한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금속 온도였다. 그런데 손을 대는 순간, ‘틱’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상해서 수도꼭지 아래를 봤는데 물기는 없고, 바닥도 말라 있었다. 나는 되게 찝찝해서 수도관 쪽을 한 번 더 확인했지만, 보이는 건 전부 멀쩡했다.

그 다음엔 더 웃긴 일이 생겼다. 다시 이불로 돌아가 누우면 소리가 들렸는데, 이번엔 소리의 방향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는 욕실에서 방으로 “들리는” 느낌이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 귀 가까이에서 “톡… 틱…” 하고 튀어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물론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공명이나 착각이겠지. 근데 그날은 착각하기엔 간격이 너무 일정했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처럼 정확했다.

새벽 3시쯤이 지나니까, 소리가 단순한 반복에서 ‘패턴’으로 바뀌는 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똑같이 “틱… 틱…” 이었다면, 점점 “틱… 틱… 틱…” 하고 셋을 먼저 치고 나서 한 번 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따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하고 셀 때마다 소리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라, 내 심장이 이상하게 빨라졌다. 누가 장난치는 거면 이렇게까지 규칙적일 수 있나 싶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건물 복도 쪽을 확인하려고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두웠고, 가끔 형광등이 깜빡이는 소리만 들렸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틱…’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욕실 쪽에서만 들릴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복도에 나오자 오히려 더 생생하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복도 끝을 보려 했는데, 그때 관리실 문 근처에서 누군가가 급하게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복도 끝은 텅 비어 있었고, 더 이상 움직임은 없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전기장판 위에 앉아 있으려는데, 내 귀가 너무 예민해져서 그런지 ‘틱’ 소리가 내 생각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소리 때문에 내가 뭔가를 기억해내는 느낌. 방 한가운데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예전에 같은 건물 살던 사람이 “배관이 한번 이상해지면 한동안은 계속한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땐 별 의미 없다고 넘겼다. 그런데 지금 내 방 욕실에서 바로 그 ‘이상함’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날 나는 결국 잠을 못 잤다.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쯤에도 ‘틱…’ 소리는 계속됐고, 햇빛이 들어오자 오히려 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이상하게도 낮이 되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전 7시가 넘어서도 계속됐다. 결국 건물 관리인한테 연락하려고 휴대폰 화면을 켜는 순간, 내 폰 화면에 예전에 받아놓은 점검 문자들이 떠올랐다. “수도 계량기 점검 완료, 누수 없음” 같은 문구가 날짜가 조금 지난 것부터 쭉 이어져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상하게도 같은 시간대였다. 그러니까 점검을 했다는 “완료”가, 내가 듣던 그 밤의 시간과 거의 겹친다.

오후에 관리인과 통화해서 욕실을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관리인은 “그 소리는 배관 수격일 수 있다”라고만 하더라. 말은 그럴듯했는데, 나는 그날 밤 소리의 간격과 패턴이 너무 또렷해서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 관리인이 와서 수도꼭지를 만졌을 때 소리가 잠깐 줄었다가 금방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거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건 고장이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맞추는 방식 같아’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삼켰다.

그 이후로도 며칠 간은 가끔씩 같은 소리가 아주 약하게 들렸어. 꼭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마치 어딘가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지금도 욕실에서 물을 틀었다 끌 때, 혹시라도 다시 “틱…” 하는 소리가 끼어들까 봐 귀가 먼저 반응한다. 그 밤에 느꼈던 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반복되는 리듬이 내 시간을 측정하고 있었다는 감각이었고… 그래서인지 아직도 수도꼭지를 잠글 때마다, 어딘가에서 답이 돌아오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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