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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건물 안쪽에서 먼저 들렸다

2026-10-07 08:29:10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건물 안쪽에서 먼저 들렸다. 그날 밤, 우리 동네는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서 평소보다 더 조용했는데, 갑자기 현관 쪽이 아니라 복도 안쪽에서부터 엔진이 “부릉—” 하고 울리기 시작했어. 나는 처음엔 누가 계단을 올라오는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도 방향이 맞지 않았지. 분명 오토바이는 바깥 도로에서 와야 하잖아.

처음엔 당연히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편의점 배달이나 동네 식당 배달이 워낙 많아서, 저녁만 되면 “부릉”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도 하거든. 근데 그건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 복도에서 들리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도 소리가 현관문 앞에서 멈추지 않았어. 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찰나, 엔진 소리가 한 번 더 “윙—” 하고 낮아졌다가, 그 다음엔 아예 우리 집 문 바로 옆까지 와 있는 것처럼 들렸거든.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지 않고, 반쯤 열어 틈 사이로 복도를 봤어. 근데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어. CCTV 화면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켰는데, 화면이 잠깐 멈추는 것처럼 보였고, 다음 순간엔 다시 돌아오긴 했어. 다만 CCTV 시야에서는 현관 쪽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복도 중간쯤에서 어두운 점 하나가 살짝 흔들리듯 보이더라. 사람이라기보단… 기계가 지나가며 생기는 잔상 같았어.

그때 배달앱 알림이 떴어. “고객님, 배달 완료했습니다.” 위치는 분명 우리 건물 현관이었고,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는데 사진 속엔 아무것도 없었어. 대신 문 앞에 붙은 안내문이 찍혀 있었고, 안내문 아래쪽 모서리에 오토바이 바퀴 자국처럼 보이는 검은 얼룩이 동그랗게 찍혀 있었지. 나는 사진을 한 번 더 확대해서 봤는데, 얼룩 주변이 마치 눌려서 찌그러진 것처럼 퍼져 있었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배달기사들이 현관 앞에 서 있을 때, 보통은 엘리베이터 소리나 계단 소리 같은 게 같이 나거든. 그런데 그날은 “부릉”이 한 번 울리고 끝이 아니라, 건물 안쪽에서부터 먼저 들리더니, 중간중간 소리의 높낮이가 바뀌는 느낌이 있었어. 마치 누가 바깥에서 시동을 거는 게 아니라, 건물 내부 어딘가에서 먼저 켜진 것처럼.

그래서 나는 결국 문을 조심히 열었어. 복도엔 아무도 없었고, 공기만 차가웠어. 대신 복도 바닥에 아주 희미한 물기 자국이 이어져 있었는데, 그게 현관에서부터가 아니라 복도 안쪽에서부터 이어지는 것 같았어. 물기 자국이 오토바이 발판 같은 형상으로 두 줄로 번져 있었고, 그 위로 작은 먼지가 같이 묻어 있었지. 비가 오고 있어서 바닥이 젖어 있는 건 맞는데, 그건 일반적으로 물이 흘러 생기는 형태가 아니었어. 누군가 바닥을 스치며 지나간 흔적 같았거든.

그때 다시 엔진 소리가 들렸어. 이번엔 아주 가까운 곳에서 “탁… 탁…” 하면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어. 나는 순간 귀를 막았고, 그 진동이 멈추는 타이밍에 맞춰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딩” 소리를 냈어. 그런데 내가 확인한 층수는 1층이 아니라… 4층에서 멈춘 것처럼 보였어. 우리 집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 화면엔 4층이라고 표시되다가 바로 다시 멈칫하더니, 곧장 1층으로 바뀌었어. 마치 누가 정보를 일부러 바꿔놓은 것처럼.

나는 4층 계단 쪽을 확인하러 가지 않기로 했어. 대신 배달앱에 “사진에 제가 주문한 물건이 없어요”라고 문의했지. 답장은 거의 즉시 왔는데, 내용이 좀 뜬금없었어. “지정 위치에 두었습니다. 혹시 확인이 늦으신가요?”라고만 적혀 있었고, 사진 재전송은 불가능하다고 뜨더라. 이상하게도 그 메시지 아래에는, 기사 이름이 아니라 건물 주소만 덩그러니 찍혀 있었어. 이름이 사라진 형태랄까.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을 정도로.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소식이 없었고, 결국 나는 다음날 관리실에 물어봤어. 관리실 직원은 그냥 “밤에 배달이 많아서 그럴 수 있죠”라고 넘기려 했는데, 내가 복도에서 보인 흔적 얘기를 꺼내자 얼굴이 굳더라. 직원은 잠깐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쪽 라인 점검할게요”라고만 하고 돌아섰어.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지. “예전에 가끔 그런 민원이 있었어요. 배달이 오기 전에 소리가 먼저 들린다거나, 사진이 비어 있는 경우요.”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밤에 현관 앞을 지나갈 때, 바깥 도로가 아니라 건물 안쪽에서부터 “부릉” 소리가 먼저 올라오는 느낌을 받곤 해. 정확히 들리는 건 아니고, 귀에 닿을 듯 말 듯한 진동만 남아. 그리고 그 진동이 멈춘 직후엔 꼭 한 가지가 남아있어. 현관 앞엔 아무도 없거나, CCTV엔 잠깐씩 빈 구간이 생기거나, 혹은 사진에는 물건 대신 무언가가 눌린 흔적만 남는 것. 어떤 날은 그냥 지나가지만, 어떤 날은 알게 돼. 소리가 먼저 온다는 건, 누가 먼저 와 있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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